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

사이버 대학이 국내에 등장한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사이버 대학은 우리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배움의 기회를 놓쳤거나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평생교육, 재교육의 장을 마련해 주었으며, e-러닝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주도하며 발전시켰다. 그 결과 사이버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과거에 비해 한층 높아졌다. 또한 작년부터는 학부 뿐 아니라 대학원 과정도 개설되는 등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필자가 처음 사이버 대학이란 곳에 왔을 때 접했던 환경은 모든 것이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다. 스튜디오에서 동영상으로 강의를 촬영하고, 게시판을 통해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고, 출석과 시험 등 모든 학사 업무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교육 환경이란 참으로 낯선 경험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 방식의 교육을 신기해 할 사람은 별로 없다. 중고생들이 다니는 입시 학원이나 대기업의 사원 교육에서도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10년이란 시간의 산을 넘은 사이버 대학은 이제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단 처음 사이버 대학이 시작됐을 때에 비해 지금의 온라인 환경은 너무나 많이 달라져 버렸다. 사이버 교육이 여전히 동영상과 게시판에 의존하고 있는 사이에, 인터넷은 이미 웹 2.0과 SNS 그리고 스마트폰의 시대로 훌쩍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e-러닝이란 것이 진정 새로운 교육이라 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과 반성도 필요하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교육에서 이뤄졌던 강의실 집합교육이 온라인 집합교육으로, 일방향 칠판 강의가 일방향 동영상 강의로 그리고 종이 교과서가 멀티미디어 웹교안으로 대체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인터넷이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온전히 구현한 교육 혁명이라 말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물론 교육 수단으로서의 디지털 매체 발전 트렌드에 부지런히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이버 대학이 다음 10년을 이끄는 온라인 교육 혁명의 선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궁극적인 변화의 모색이 요구된다. 그것은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대학 교육에 대한 우리 안의 두 가지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일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교육은 대학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것 그리고 교수는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란 고정 관념 말이다.

교육은 이미 학교 울타리를 넘어 소셜 학습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학생들이 손쉽게 활용하는 컴퓨터와 인터넷 이용법을 처음 어떻게 배웠나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들 대부분은 학교 교육이 아니라 주변 동료나 친구, 가족, 이웃 그리고 온라인을 통한 익명의 네티즌들이 제공해주는 지식과 도움을 통해 배웠다. 유전자 복제나 광우병, 방사능 오염 등과 같은 이슈에 대해 상당수 국민들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된 것도 인터넷를 통해 얻은 단편적 지식 정보들을 종합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서다. 이것이 바로 ‘소셜 학습’이다. 사이버 대학은 인터넷을 통해 대학 울타리 밖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지식 정보들을 손쉽게 강의실로 불러들일 수 있다. 즉 오프라인 대학들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소셜 학습 환경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의 역할도 소셜 학습 환경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교수라고 해서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예를 들어 법학 개론을 강의하는 교수 한 사람이 헌법, 형법, 상법 등 모든 영역을 다 잘 가르치기는 힘들다. 하지만 교수의 역할이 강의자가 아니라 ‘강의 코디네이터’로 바뀌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온라인을 통해 베를린 대학 헌법 분야 석학, 하버드 대학의 형법 권위자, 도쿄 대학의 상법 전문가 등 분야별 세계 최고의 교수진이 강의하는 명품 법학 개론 과목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다. 이 역시 오프라인 대학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사이버 대학만의 강점이다.

사이버 대학의 다음 10년은 기술적, 도구적 변화를 넘어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교육혁명의 여정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이버 대학을 넘어 모든 교육의 미래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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