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대학 숭실대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09년 김대근 총장 취임 이후 교육역량강화사업과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으로 연속 선정되는 등 각종 굵직한 교과부 사업에서 빠짐없이 뽑히면서 내실을 다졌기 때문이다. 특히 숭실대는 최근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에 ‘교육 수출’에 발 벗고 나서면서 건학이념인 ‘진리와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임기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김 총장을 만나 숭실대의 발전계획과 교육철학을 직접 들어봤다.


- 숭실대는 전통적으로 ‘문·사·철’이 강한 대학이다. 최근 IT분야도 두드러지는데

“숭실대는 114년 전 개교 당시 농촌사회학 등 인문학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해 그 동안 뛰어난 인물을 많이 배출했다. 우리나라가 60년대로 들어서면서 IT분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숭실대는 시대의 요구와 흐름에 맞춰 국내 대학으로는 최초로 IBM 계산기를 들여오고 연구소까지 만들었다.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케이스로 꼽혔다. 이것이 바로 숭실 IT교육의 시작이다. 전산학과를 시작으로 인공지능학과, 소프트웨어공학과, 컴퓨터통신학과도 숭실대에서 생겨날 만큼 우리나라 IT성장에서 눈부신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IT업계에 ‘숭실 인맥’이 탄탄할 정도로 포진해 있는데, 실제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IT기업인 NHN과 티맥스소프트에만 현재 100여명이 넘는 졸업생이 근무하고 있다.”


- 최근 베트남에 ‘교육 수출’한 것이 눈에 띄는데

“숭실대는 1897년 베어드 선교사가 평양 주민의 모금을 통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이제 숭실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으로 성장한 만큼 베풀 때가 됐다. 2009년 중국 심양에 한국 어학원 개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에는 인도에 초등학교를 만들에 숭실대 학생이 직접 가르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4월에는 베트남 호찌민시에 ‘IT센터’를 설립해 동남아에서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베트남에 교육 법인을 만들고, IT 교육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 많은 학생을 보내고 교류 대학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 봉사를 통해 진정한 국제화 캠퍼스를 구축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IT센터에서 배출한 현지 인재는 동남아시아의 선진화에 기여하면서 우리나라와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청년실업난이 심화되면서 대학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숭실대 취업률은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숭실대 취업률은 상당히 좋다. 10000명 이상 대규모 대학이 수도권에 23개가 있는데, 지난해 취업률 순위에서 5위를 기록했다. 단순 취업률이 아니라 최근 교과부가 발표한 4대 보험 가입기준으로 5위다. 올해 취업률은 지난해 보다 더 좋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기업은 대학 졸업생 실력이 비슷하지만 인성교육이 문제라고 꼬집는다. 인성교육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단순하게 교양과목 몇 학점만 이수하게 하고 인성교육을 이야기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숭실대는 실질적인 인성교육을 위해 지난해 교양대학을 ‘베어드학부대학’으로 새로 꾸렸다. 숭실대는 기독교 대학이기 때문에 인성과 봉사가 가장 중요한 가치다. 이를 위해 베어드학부대학에서 ‘대학생활 학사지도 가이드북’을 7권을 내놨다. 이와 함께 학생 스스로가 윤리를 지키도록 ‘숭실명예규약’에 서명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특히 요즘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가 많이 없는 점을 감안해 각종 학내 행사에 정기적으로 학부모를 초청하고 있다. 대학과 학부모가 손잡고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춘 학생을 키우기 위해서다.”




- 대학마다 중장기 플랜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숭실대는 어떤 플랜을 갖고 있는가

“숭실대는 ‘2020발전계획’을 지난 1년에 걸쳐 만들었다. 대학본부가 주도적으로 발전계획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각 행정부서부터 시작해 학과와 단과대까지 모든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을 거쳤다. 중장기 발전계획은 무엇보다 대학 구성원이 중심이 돼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장기플랜의 핵심 포커스는 ‘창의적 실용 인재 양성’에 맞추고, 이를 위해 교원확보율 등 세분화 지표까지 이미 다 완성했다.”


- 교과부 교육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경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대학 사이에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학끼리 어느 정도 자율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자율 경쟁 시대라고 하지만 통제나 간섭이 심한 탓이다. 이와 함께 사립대 총장들은 공통적으로 국가 보조가 적다고 입을 모은다. 사립대가 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분위기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뜻이다.”


김대근 숭실대 총장은 1947년 제주 출생, 숭실대 경영학과를 나와 서울대 경영학 석사와 건국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를 시작으로 학생처장, 경상대학장, 대학원장, 대외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09년 3월 숭실대 제12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 : 이인원 회장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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