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가 우동기 신임 총장의 취임과 함께 제2창학을 위한 새 틀 짜기에 나섰다. “교육·연구에서 경쟁력을 높여 학생들이 ‘오고 싶은 대학’으로, 교직원 모두가 신바람 나게 일 할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겠습니다.” 대학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취임식도 생략했다는 우 총장은 대학 발전기획단을 발족, 오는 9월초 새로운 비전을 선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원 노조에 이어 총학생회의 투표장 봉쇄로 두 차례나 선거가 무산되는 우여곡절 끝에 당선된 우 총장은 무엇보다 대학구성원의 화합에 주력하는 한편 선거공약 실천을 통해 영남대의 신기원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 지난 총장선거에서 다소 진통을 겪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는 등 학내 민주화는 어느 대학보다 앞선 반면 환경변화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지난 총장 선거과정에서도 총장 선출권 문제를 둘러싼 다소의 혼란이 있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총장선거 방법을 바꾸자는데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교수회에서 총장 선출 개선안을 만들면 사립대 총장선출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 시대가 CEO형 총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4년간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가.

“CEO형 총장은 이미 보편화 되었다. 이제 CEO형 총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총장이 필요하다. 짧게는 학생이 감소되는 2013년을 준비하고 길게는 2020년 이후를 준비하는 총장이 돼야 한다. 지금 당장 성과를 얻으려고 하면 무리가 따르고 힘들다.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대학을 운영해 나가도록 하겠다. 4년 임기동안 대구지역을 비롯한 권역별 거점 확보와 대규모 재원확보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영남이공대학와 통합을 통해 캠퍼스 활용도를 높이고 파격적 고액기부자 예우제, 학교기업사업 등 재원마련에 적극 나설 생각이다. 대학의 틀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짠다는 각오로 교육과 연구에서 경쟁력을 높여 학생이 ‘오고 싶은 대학’으로, 교직원 모두가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대학으로 위상을 재정립해 나갈 계획이다.”

- 최근 2008학년도 입시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 총장으로서 현 입시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신위주의 입시정책이 문제라기보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입학정책을 바라보는 교육당국의 기준이 달라져야한다. 내신위주로 선발하느냐, 대학 재량에 맡기느냐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학생선발에 있어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권한을 대학에 일임해야 한다.”

- 일부에서는 입시를 아예 대학에 일임하고 교육부는 큰 원칙만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던데.

“전적으로 찬성한다. 지금은 이중규제다. 학생을 선발할 때는 마음대로 못 뽑으면서 내보낼 때는 대학이 책임을 져야한다.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일임하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도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

-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등 3불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본고사나 고교등급제 부문에 대해서는 많은 대학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기여입학제는 찬성할 이유가 없다. 수도권대학과 비수도권대학의 격차만 더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정부문 필요한 만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본다.”

- 대학마다 구조개혁이 한창이다. 영남대는 어떤가.

“어느 대학이든 구조조정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교육부가 하라고 해서가 아니라 대학 생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 정원감축 계획은 없으나 2012년부터 수험생이 급속히 감소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는데 이에 따른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또 어떤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원이나 사람을 줄이는 구조조정보다는 교육내용을 사회적 수요에 맞게 전면적으로 개편해 나갈 생각이다.”

- 동일 재단인 영남이공대학과의 통합설이 나돌고 있는데. “영남이공대학과의 통합은 선거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현재 통합논의 보다는 통합을 위한 기초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2년제인 영남이공대학이 어려운건 사실이고 우리 대학도 경쟁력을 가지려면 의과대학과 영남이공대학 위치한 대명동 캠퍼스가 필요하다. 우리 대학은 70~80년대 법대, 상대가 경쟁력을 가졌으나 90년대 중반부터 정부정책이 이공계 활성화로 바뀌면서 최근에는 공대분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금까지 1순위를 달렸던 의과대학이나 약학대학은 상대적으로 밀려나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전국에서 의과대학과 약학대학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상당히 드물다. 특히 약학대학은 우수한 연구력을 갖추고 있으며 생명공학분야도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 대구지역 산업도 섬유산업 일변도에서 생명공학 등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들을 대학통합을 통해 최대한 활용,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활성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 대학사회에서 로스쿨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로스쿨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참여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이 지역균형발전이다. 로스쿨유치는 수도권 이전 이상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정책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 정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 로스쿨 해법을 기존대학 질서 속에서 찾으려 하면 안 된다. 공공기관 몇 개 이전하는 것보다 로스쿨 설치를 통한 지역사회 발전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도 국제관을 로스쿨 전용 건물로 준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 영남대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방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난 수년동안 우리대학은 구성원간의 갈등, 국책사업유치실패, 등록금 의존형 재정으로 인한 교육 및 연구지원 부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더욱이 최근 입학정원 역전으로 대부분 지방대학들이 입학정원 채우기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가 변하지 않고는 이같은 위기를 대처하기 어렵다. 제2창학이라는 각오와 다짐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대학 발전을 위한 정부정책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 없이는 지방발전은 어렵다. 이곳 경산지역에도 2년제를 포함해 14개 대학이 있는데 대학이 많다보니 지자체에서 고마운 줄 모른다. 대학과 지자체가 적극적인 협력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교육도시나 대학도시를 육성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대담> 이인원 본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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