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섭 본지 논설위원·광주보건대학 기획실장

고등교육 시스템 선진화의 파고가 드높다. 고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로 전문대학 간호과가 4년제로 바뀌고 재직연한이라는 유예기간 없이도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입학이 가능해졌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을 만들자는 사업이 새롭게 등장하는가 하면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비의 대폭 증액 소식도 들린다. 바야흐로 전문대학의 숙원이 하나둘씩 풀려나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동시에 외부로부터 훨씬 더 엄격한 시선을 받는 입장이 돼버렸다. 그동안 간절하게 외쳤던 주장이 어느정도 받아들여진 이상 이제부터는 그에 대한 정당성을 전문대학 스스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다시 여러 가지 의견이 등장하고 있다. 전문대학만의 투철한 교육적 사명과 의지를 재정비하여 현장중심의 커리큘럼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각 대학 특성에 맞는 특성화사업을 통해 구조조정을 본격화하자는 해묵은 얘기도 되풀이된다. 아울러 평생교육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대학의 모습으로 재설계해야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같은 대안의 홍수속에서 진일보한 전문대학의 길을 찾는 첫단계는 화려한 말잔치도 진정성 없는 대안 찾기도 아니다. 결국 이 문제는 무엇을 잘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잘해야하는가 라는 두가지 근본적인 물음으로 귀결된다.

먼저 전문대학이 무엇을 잘하는가하는 질문에는 어느 고등교육기관보다도 우수한 산학협력기반 직업교육역량을 갖추었다는 답이 자신있게 되돌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업기초교육, 전공직무교육, 진로지도 등을 포괄하는 학생교육역량은 물론 조직 내외의 인적, 물적, 제도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조직운영역량을 재정비해야한다. 이와 더불어 교육과정과 관련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수요자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내부혁신역량 그리고 최종적으로 취업률, 만족도 등을 달성해내는 성과창출역량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비로소 산업체에서 가장 필요한 인력을 가장 적시에 공급하는 소위 직업교육의 ‘Just-in-time’ 시스템을 구현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전문대학의 설립취지에 가장 걸맞고 일반대학과 차별화되는 강점인 셈이다.

앞으로 무엇을 잘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전문대학이 명실상부한 계속교육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 새롭게 정립해야할 개념이다. 예를 들면 국내외 취업시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가장 역점을 두어야할 부분이 글로벌 인재육성일 것이다. 전문대학의 글로벌 인재육성방향은 유명무실한 말만의 국제화가 되거나 일반대학을 따라하는 복제품이 되어서도 안된다. 이 역시 고등 직업교육의 연속성이라는 대전제하에서 추진되어야한다.

특히 단기간내에 일정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학별 단독추진보다는 전체 전문대학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별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여러 대학이 참여하는 해외 공동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또한 성과지향성 사업추진을 위해 전문대학만의 국제화지수를 마련해보는 것도 국제화를 지원하기 위한 좋은 수단으로 보인다.

대학사회의 지형이 요동치는 가운데 이제 공은 전문대학으로 넘어왔다. 세간의 걱정과 의혹을 일거에 불식시킬수 있는 절묘한 리턴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전혀 새롭거나 아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동안 전문대학이 설립초기부터 묵묵히 잘해왔던 데서 답을 찾아야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단서를 찾고 그 위에 최신 트렌드를 덧입히는 것이야말로 전문대학이 찾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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