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에서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대학은 곧 마을이며 공동체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사회조직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크림슨 리버'의 도입부에서 나온 말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한 '게르농 대학'은 병원과 연구소 등을 갖추고 있는 지역 공동체의 주요 기관으로 묘사된다.

수 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북미 대학은 이처럼 단순 교육기관이 아닌 마을 공동체 자체로 인식돼 왔다. 따라서 축제를 비롯해 대학의 이벤트는 곧잘 마을과 함께 연결됐고 건축물 양식도 사회의 시대적 흐름과 예술의 경향에 따라 변화돼 왔다.

지난 1167년 공식적 대학 교육활동에 들어간 영국 옥스퍼드대는 1천년의 역사가 말해 주듯 우리와는 다른 매우 독특한 캠퍼스 구조를 보여준다.

옥스퍼드대는 '하나의 지역 공동체며 교육기관이자 종교기관이고 사회기관이며 예술공간'이란 말이 있듯 이 대학은 교회, 극장, 박물관, 강당, 체육관, 쇼핑센터 등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미국 대학의 건축물은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실용적이고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한다.

그리고 각 건물은 설계자 개인의 철학과 미적 경향도 반영돼 있어 이들 캠퍼스는 통일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지나고 있다.

지난 10일 학생시위로 몸살을 겪은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홀은 이 대학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조지안 양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건물. 붉은 벽돌이 인상적이 이 곳은 학생 기숙사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강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버드대는 지난 3백여년간 "아카데믹한 계획 건축의 보고(寶庫)"라고 불릴 만큼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물이 캠퍼스를 수놓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공대는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해 설계된 대표적 캠퍼스 건축양식으로 손꼽힌다. 이 대학은 마치 캠퍼스가 이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평평하고 낮은 강의실과 넓은 유리창으로 구성된 이 대학 캠퍼스는 하늘에서 내려보면 평원의 일부로 느껴진다.

한편 중국 베이징시 서북부에 위치한 하이뗀구에는 중국 유명 대학들이 반경 20∼30킬로미터에 걸쳐 밀집돼 있다. 이들 대학 캠퍼스는 옛 정취를 간직한 고(古) 건물이 많고 넓고 평평한 베이징의 지반을 바탕으로 세워진 터라 호수가 있는 캠퍼스가 많다.

베이징대는 1백년이 넘는 역사적 전통을 잘 간직한 캠퍼스 풍경을 자랑한다. 베이징대 캠퍼스는 '옌원'(燕園)으로 불릴 정도로 아름답고 고풍스럽다.

인문대와 사회과학대는 아직도 기와 지붕을 얹은 건물로 청나라 말기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이 곳을 거닐 때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백년전으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그리고 대학 북부에 펼쳐진 10여개의 호수는 과연 호반의 대학으로 불리는 이유를 짐작케 한다.

지난 1911년 설립된 중국 제1의 대학 칭화대는 교내 곳곳에서 고궁의 비원을 느끼게 하는 건축물이 즐비하다. 대학 서부에 위치한 '진췬' 가든은 마치 우리나라 경복궁의 경회루를 연상시킬 정도로 고전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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