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산학협력 역량 평가가 당락 가를 듯

지난 4월에 열린 ‘WCC 지정·운영 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대학 관계자들이 박준 전문대학과장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민국 학술원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100여명이 넘는 대학 관계자들이 참석, WCC사업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오는 7~8월께 선정될 ‘세계수준의 전문대학(WCC)육성사업’에 전국 146개 전문대학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업에 선정되는 대학에는  ‘교육역량강화사업 3년간 자동 지원’ 혜택도 주어지지만, 정부로부터 ‘세계수준으로 커나갈 수 있는 전문대학’이란 인증을 받는 의미가 있어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교과부와 전문대학들에 따르면, 산학협력에 주력해 온 공업계열과 보건계열 전문대학이 사업 평가에서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현재 1~2단계 평가를 끝내고, 3단계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사립대 26개교와 국립대 4개교가 3단계 평가를 받는다.

■ 산학협력·취업 역량서 변별력=3단계 평가에선 △특성화 계열 집중도(10점) △취업역량(40점) △산학협력역량(30점) △국제화역량(20점) 지표가 반영된다. 1~2단계까지는 국공립과 사립이 따로 평가를 받았다면 3단계부터는 통합평가를 받는다. 설립유형을 따지지 않는 ‘진검 승부’가 벌어지는 셈이다. 

이 과정에선 산학협력·취업역량에서 대학 간 변별력이 생길 전망이다. 국제화역량은 20점이 배점됐지만, 정책적으로 국제화를 유도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WCC사업의 책임 연구를 맡았던 이정표 한양여대 교수는 “국제화역량 평가는 공업계든 의료·보건계열이든 높은 점수를 받는 대학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며 “국제화 평가는 전문대학의 정책방향을 ‘국제화’에 두고 그 쪽으로 유도하려는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먼저 배점(40점)이 가장 높은 취업률에 관심이 쏠린다. 이 지표에서 배점은 취업률 지수가 20점, 취업·창업 프로그램 투자비가 20점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미 1~2단계를 거치며 교육역량강화사업 지표를 반영했기 때문에 취업률에서 대학 간 점수 차가 크진 않을 전망이다.

교육역량강화 지표는 취업률·재학생충원률·교육비환원율·교원확보율 등이다. 이를 적용해 우수 대학을 걸렀기 때문에 오히려 취업률 지수보다는 취업·창업 프로그램 투자비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 대학마다 투자 규모가 달라 이 부분에서 변별력이 생실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이는 지표는 산학협력 역량이다. 여기에서는 △교원 1인당 산학협력지원 투자비(10점) △재학생 1인당 현장실습·인턴십 참여일수(5점) △산학협력 질적 수준(15점)이 반영된다. 특히 ‘산학협력 질적수준’에선 교수 업적평가 시 산학협력 실적을 반영하는 등 제도가 잘 뒷받침된 대학이 유리하다.

교과부 전문대학과 오응석 사무관은 “단순히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많다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시스템과 제도가 잘 갖춰져야 한다”며 “교수업적평가 시 산학협력 실적 등을 중요하게 반영하느냐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라고 밝혔다.

1~2점으로 당락이 갈릴 경우 특성화역량도 무시할 수 없는 지표다. 이 지표는 특성화계열 학생 수를 전체 학생 수로 나눈 비율로 산출한다. 전체 재학생의 70% 이상이 1개 계열에 집중돼 있다면 만점(10점)을 받을 수 있다. 그 비율이 50% 이상~70% 미만이라면 7점을 받게 된다.

■ “산학협력 제도 잘 갖춰져야 유리”=최근 전문대학들 사이에서 공업계열이 의료·보건계열보다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공업계 전문대학은 산학협력중심대학사업(이하 산중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차근차근 산학협력의 질과 비중을 늘려왔다. 반면 의료·보건계열은 산중사업 자체에 참여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산학협력 비중도 높지 않다. 30점을 차지하는 산학협력역량 지표에서 보건계열이 공업계에 비해 뒤쳐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취업역량 지표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보건계열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40점 중 10점은 건보DB연계 취업률, 10점은 유지취업율이 반영돼 의료·보건계열이 유리하다. 그러나 나머지 20점은 취업·창업에 대한 대학의 투자로 점수를 매긴다.

한 보건계열 대학 기획실장은 “보건계열는 공업계 전문대학만큼 취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예산을 투자하지 않아도 취업이 잘 된다”며 “취업과 산학협력에 사활을 걸고 투자하는 공업계 전문대학보다 당연히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업계 전문대학 관계자 역시 “공업계 전문대학은 ‘산학협력·취업지원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있지만 의료·보건계열은 아니다”라며 “3단계 평가의 경우는 공업계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단계 평가에선 3단계를 통과한 14개 대학이 경쟁한다. 그야말로 모든 역량평가를 통과한 ‘강자끼리의 대결’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선 공업계열과 의료보건계열 중 어디가 유리할 지 전망이 엇갈린다. 보건계열 전문대학 관계자는 “공업계열은 가족회사나 지역 중소기업 등 대학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가 답변에 응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며 “4단계 평가에서도 공업계열이 좋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업계열 전문대학 관계자는 “지역 중소기업은 아무리 현장중심으로 가르치려고 해도 회사마다 사용하는 기계와 작업환경이 달라 만족하는 수준으로 교육시키기 어렵다”며 “어디에서든 ‘인체’라는 대상만 잘 가르치면, 직무적응이 되는 보건대학이 오히려 점수가 좋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기업과의 협력관계가 승부 가를 듯=결과적으로 계열을 떠나 평소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과의 관계 잘 유지해 온 대학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박준 전문대학과장은 “산업체 만족도 조사를 하기 때문에 산학협력에 주력해 온 대학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체 만족도 조사는 교과부가 여론조사기관을 선정, 평가를 위탁할 계획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최종 후보에 오른 14개교에서 대학 당 졸업생 200명을 표본으로 추출하고, 이들이 취업한 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다.

오 사무관은 “해당 기업에서 졸업생을 평가할 수 있는 인사담당자나 부서장이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조사에선 △대학의 명망도와 만족도(4개 문항) △졸업생 역량에 대한 만족도(3개 문항) △대학과의 산학협력 만족도(3개 문항)를 알아볼 계획이다.

교과부는 이달 말까지 3단계 평가를 마치고, 7월 초·중순경 4단계 평가를 진행한다. 때문에 올해 WCC사업 선정 7개 대학은 7월 말이나 8월 초에 발표될 예정이다. 선정된 대학은 향후 3년간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자동 선정되며, 전공심화과정도 인가 없이 운영하는 등 자율성이 확대된다. 오는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7개교를 선정, 최종 21개교를 WCC로 육성한다. <신하영·조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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