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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 경쟁력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대학 교육,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국가의 경쟁력과 미래 또한 장미빛 환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새 천년 들어 더욱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 경쟁력이 화두로 등장하고 도마위에 오른 배경에는 물론 우리나라 +대학들이 그 동안 경쟁력을 담보해 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의 경쟁력이 세계 대학과 견주어 볼 때 비교대상이 L52 되지 않을 정도로 초라한 것은 이를 증명해 준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이 '대학교육이 국가 경쟁력에 끼치는 공헌도'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47개 국가 중 우리나라가 꼴찌를 기록한 것 또한 우리 대학 전체의 경쟁력에 의문점을 제기하게 한다.

따라서 각 대학들도 도태되지 않고 세계의 대학들과 어께를 나란히 하기 위해 조직, 학사제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발맞춰 본지는 지한파(知韓派)이자 동아시아 고등교육 분야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존와이드만 미 피츠버그대 교수를 통해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과 학내 벤처, 사이버대학 등에 대해 들어본다.

이 인터뷰는 지난 3일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편집자>

"한국의 고등교육은 높은 경쟁력과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동아시아 고등교육 전문가인 존 와이드만(John C Weidman) 미 피츠버그대 교수는 한국 고등교육이 갖는 고유한 우수성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대해 이 같이 말했다.

특히 지난 92년부터 한국의 여러 대학들을 둘러본 와이드만 교수는 우리 나라가 갖는 독특한 입시풍토와 대학이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지난 50년 이후 한국에서 대학이 가지는 영향력은 매우 컸습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지적성장이 동시에 가능했던 것은 바로 고등교육열이 매우 강한 이 나라만의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한국 사회에 미치는 고등교육의 영향을 이 같은 역사적 관점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또한 한 국가의 재정과 정책이 그 나라의 고등교육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치는가에 있어왔다.

그가 말하는 한국 고등교육의 경쟁력은 치열한 '입시전쟁'에 있다.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 인상 깊게 바라본 것은 바로 소위 명문대에 입학하기위한 국민들의 열망이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수학능력 시험과 복수 지원, 늘어난 대입정원 등을 통해 이전보다대입이 쉬워지고 있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제도적 변화로 인해 이전의 열정이 줄어들어 한국 고등교육의 독특한 경쟁력이 사라지지 않는가 싶습니다"

현재 대다수 고교생들이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겪는 스트레스와 과외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대입준비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측면을 해결하기 위해 시험의 변별력을 낮추고 대입을 쉽게 만든다면 오히려 이러한 제도로 인해 대학 자체의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 대학들이 몇 년 전부터 도입한 학부제는 이 같은 경쟁력 저하를어느 정도 막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제도적인장치만으로는 근본적인 경쟁력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존와이드만 교수의 이 같은 지적은 지난달 고려대에서 있었던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대비한 대학원 중점육성 교육' 세미나의 마코토 나가오 교토대 총장 발언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본지 342호 참조>

마코토 총장은 "일본 대학은 간소화되는 대입 절차와 수험생 편의 위주의입시제도 변화로 인해 대학과 고등학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말한바 있다.

존와이드만 교수는 한국의 이 같은 입시제도 변화에 대해 지난 97년부터 겪고 있는 경제불황의 여파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한국 대학에서 소비자로서의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 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는 조금씩 바뀔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바로 한국의 대학들에 불고 있는 벤처 열풍이 그것이다. 대학이 갖는 기술력과 연구력, 그리고 젊은 혈기로 이뤄진 벤처기업이 대학의 지도를 바꿀 것이라고 그는말했다.

"전 세계 대다수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대학들은 최근 벤처 열풍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대학이 학내벤처기업을 통해 들어오는 수익을 바탕으로 그 동안 재정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등록금에 대한 의존율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습니다.그러나 벤처 활성화로 인해 다양한 연구와 기술발전이 촉진된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그는 학내 벤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기술발전이나 연구개발에 기반을 둔 이 같은 벤처기업은 결국 대학이 갖는 고유의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이유에서이다.

그는 또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각 대학이 연결되는 현실에 대해서 역시 자연스런 시류의 진행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에 내재된 몇 가지 부작용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인터넷에 기반을 둔 대학간의 연합은 미래를 향한 하나의 시류며 이것은 또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류가 긍정적인 측면만을 담고 있는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인터넷 교육의 질에 대한 올바른 방향설정이 아직 안됐으며 사람과 사람사이에 이뤄지는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가치평가가아직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는 각 국가가 이 같은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사이버) 대학에 대한 법제적 문제와 승인 등을 풀어가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한국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와 함께 『한국의 고등교육-전통과 적용』(Higher Education in Korea-Tradition and Adaptation)이란 책을 출간했다.

공식적으로 오는 5월부터 시판될 예정인 이 책은 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남기 교수는 나의 오랜 제자였습니다. 내가 지난 91년 미국서 열린CIES(Comparative International and Education Society)에 참석한 박교수를 만났을 때 이 책에 대한 제의를 처음 받았으며 그와 함께 책의 각 장을 집필할 교수진 섭외와 책에 사용될 언어, 출판 등에 참여했습니다"

이 책은 한국 고등교육이 갖는 역사적 의미의 발전과정과 그 동안 다양하게 변해온 정책과 조직개편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각 국가의 대학들이 겪고 있는 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현안을 다루고 있으며 여기서 한국의 고등교육이 참고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가 제시된다고 그는 말했다.

"이 책의 내용 중 제가 추천하고 싶은 부분은 제1장인 한국 대학의 역사적발전과 제8장의 교육전쟁론입니다.

제1장의 한국 고등교육 발전사는 외국인들에게 이 나라의 대학교육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줄 수 있을 것이고 제8장의 교육 전쟁론은 한국 고등교육이갖는 역동적인 학구열을 잘 설명함으로써 독특한 이 나라의 고등교육 특징을 살펴 볼 수 있어 추천합니다"

미국 각 대학의 교수들이 갖고 있는 한국 고등교육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다고 그는 말했다. 또한 미국의 각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있는 한국인학생중 상당수가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한 연구성과를 하나의 책으로 펴낸 존와이드만 교수는 오는 2005년까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으로 몽골의 고등교육컨설팅 작업을 할 계획이다. 그가 앞으로 이 지역에서 행할 고등교육 컨설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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