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을 최소한 반값으로 (인하)했으면 한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이다. 당내 비주류 세력이 원내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쇄신의 핵심으로 ‘반값 등록금’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 동안 황 원내대표는  “대학등록금이 무상인 나라도 있다”, “단순한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에 대한 것”, “등록금 문제를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고자 한다” 등의 발언을 통해 사실상 폐기 수준의 반값 등록금 정책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설익은 정책을 골자로 한 반값 등록금 추진 TF를 앞다퉈 꾸렸고, 대학생은 동맹휴업과 촛불집회를 통해 고지서상의 반값 등록금을 촉구하고 나섰다. 감사원도 ‘등록금 인하’를 목적으로 본격적인 사립대 감사에 착수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대안을 마련하라”는 한마디에 모든 것은 ‘교통정리’됐다. 같은 당 정몽준, 차명진 의원은 각각 “선심공약 남발하는 정치인은 망국노”, “반값등록금 주장, 하는 짓이 오랑캐 같다”는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5일 여당 주최로 열린 ‘희망 캠퍼스를 위한 국민 대토론회’에서 황 원내대표는 ‘반값 등록금’이란 용어 자체를 꺼내지 않았다. 대학생들의 ‘미친 등록금’과 ‘인골탑’이라는 질책에 대해 시종일관 “진정성을 가지고 해결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정도면 반값 등록금 정책 실현 여부를 떠나 등록금 인하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치솟던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불량자로 내몰린 대학생만 최근 3년 새 무려 7배가 늘어 3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5년간 등록금이 30%가 넘도록 폭등할 때가지 눈과 귀를 닫은 정치권은 재정마련 방안 등 현실적인 부분을 충분하게 감안해, 지속적으로 실현 가능한 등록금 정책을 내놔야 한다. 이것은 포퓰리즘을 넘어 의무이자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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