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덕호 한양대 총장은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월 취임 후 대학을 돌며 업무보고를 받고, 비전공유회를 통해 미래 구상을 알리느라 분주하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구성원 글에 답변도 올린다. 지난 18년 동안 대학을 이끌었던 김종량 총장의 뒤를 이어 한양대를 개혁할 임무를 맡은 임 총장에 대한 구성원의 기대도 크다. “바쁜 와중에도 한국대학신문에 나온 주요 기사를 매일 10개 이상 프린트해서 빠짐 없이 보고 있다”는 임덕호 한양대 총장을 만났다.

등록금 논란이 거센데, 한양대는 어떤가
“등록금은 싸면 좋고, 장학금은 많이 주면 좋다. 그렇지만 재원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한양대는 현재 재원이 그리 많지 않다. 실질적인 적립금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한양대는 공대가 전체의 38%에 달하는 이공계 중심 대학이다. 인문사회계열보다 이공계 대학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한양대에 대한 잘못된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 얼마전 교수들 인건비 관련해 잘못된 기사를 봤다. 전체 인건비 나누기 교수 숫자 이런 식으로 나누어 일률적으로 매도했더라. 한양대는 진료수당이 많은 의대교수와 인센티브를 따로 받는 공대 교수들이 많은데 그런 점 등은 감안하지 않고 수치만 가지고 비난하더라.”

정부에서 등록금 특별감사도 한다던데
“정부에서 결정한 일이긴 한데, 아무래도 반갑지는 않다. 어느 특정 대학에서 문제가 터져서 받는 감사가 아니니 달갑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 한양대의 경우 지난 2007년에 대대적인 감사를 받았다. 감사를 통해 시스템을 정비하고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생각한다.”

‘소통한대’ 게시판을 운영한다 들었다.
“내가 만들자고 제안했고,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면서 참여 중이다. 구성원이 대학에 개선사항을 올리면 72시간 이내에 대학에서 답변하는 게 원칙이다.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소통을 통해 비전을 결집, 발전적으로 나아가자는 거다. 상대방이 찾아왔을 때 만나주는 게 소극적인 소통이라면, 내가 필요해 적극적으로 만나는 건 적극적인 소통이다. 대학 운영엔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올해 한양대 계절학기 수업료를 올린 것에 대해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내가 직접 학생대표들을 만나자고 요청했고, 만나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오는 길이다.”

전임 총장님과 스타일이 다른 것 같다.
“전임 김종량 총장님의 리더십은 한 마디로 중앙집권적이고 강력하다. 그동안 한양대는 김 총장님의 리더십에 따라 압축 성장해 왔다. 한양대가 자타 공인하는 사학명문 반열에 오른 것도 김 총장님 덕분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지난해 12월 ‘그만두겠다’고 선언하셨다. 모든 구성원이 충격 받았는데, 총장 인수인계 과정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인수 과정에서 김 총장님의 1년 분 다이어리를 받았는데 대학을 둘러싼 내외 환경 급격히 변했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뒤를 이어 총장으로서 ‘분권화’를 추진할 생각이다.”

분권화를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에 도약하는 대학들을 들여다봤다. 예외 없이 경영혁신을 주장하고 혁신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한 대학들이었다. 한양대는 최근 10년 동안 양적으로 2배나 커졌다. 양적인 성장을 하게 되면 중앙 통제를 벗어나게 마련이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도 급변했다. 주변 환경에 대응하려면 스피디한 경영이 필요하다. 그리고 외연을 늘리는 데 치중하다보면 내실을 채우기 어렵다. 대대적인 경영혁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취임 후 인력·공간·재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취임 후 두 달 반 동안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는데,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하려면 6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

분권화 단위는 단과대학이 되는 건가.
“그렇다. 각 단과대학마다 특성이 다르다. 그래서 중앙에서 일률적인 잣대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본다. 단과대학 특성을 반영한 대응이 필요하다. 대학의 구조를 보라. 기업과 매우 유사하다. 가령 기업은 생산현장을 예로 들면, 학생과 교수가 있는 단과대학이 기업으로 볼 때 바로 그 생산현장이다. 본부 직원이 이를 다 지원하기 어렵다. 생산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기획하고 정책을 실행토록 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두 가지가 중앙에서 옮겨가야 한다. 바로 인사와 재정이다. 그 부분을 단과대에 이양하는 과정이 분권화라고 보면 된다. 최종 종착지는 학과다. 80개 학과끼리 서로 경쟁시키는 거다.”

어떤 방식으로 경쟁시킬 생각이신가.
“기본적으로 경쟁 시키는 것은 교육, 연구, 국제화, 발전기금, 취업률 5종 지표다. 우선 연구는 경쟁대학과 한다. 예를 들어 경쟁대학 5개를 꼽고, 그 대학의 평균치와 우리 평균치 비교해 그 이상이냐 이하냐를 비교하면 실적이 나온다. 국제화 역시 경쟁대학과 비교한다. 영어전용강좌나 외국인 교수 비율 등이 잣대가 될 거다. 교육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교수님들의 강의 시간, 강의평가 부분이다. 대학 내 학과끼리 비교가 가능하리라 본다. 발전기금은 교수 1인당 얼마인가를 따지는 식이다.”

지나친 경쟁에 따른 부작용 있지 않을까.
“학과 간 경쟁을 시키는 게 종착지라고 했는데, 학과가 발전할수록 대학이 발전된다고 본다. 대학의 역사가 긴 미국에서도 하버드대를 보면 모든 과가 앞서 있는 게 아니다. 잘 안 알려진 학과가 미국의 톱 수준이다. 이게 우리가 가야할 바다. 좋든 실든 한국 대학들의 미래도 이를 따라갈 것이다. 결국은 명품학과, 간판학과가 치고 나가줘야 대학이 살아난다.”

최근 한양대의 중국 진출이 눈에 띈다.
“상하이에 한양상하이 센터를 만들어서 운영 중이다. 한양대의 특허 기술을 중국에 이전하고 있다. 한양대에 오려는 유학생도 유치하고, 컨설팅도 한다. 중국 우한 지역에 금년 중 하나를 더 오픈할 예정이다. 작업이 다 끝났고, 금년 내에 센터를 개설한다. 최근엔 유럽에서도 많이 온다. 유럽의 동향에도 발 빠르게 대응 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 뿐 아니라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터키 등에 분교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대학에서의 인성 교육이 중요한데.
“인성 교육은 부모님 밑에 있을 때부터는 물론, 중·고등학교의 역할이 크다. 대학의 역할도 크다. 사회에 내보내는 최종 출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로 나간 제자들을 보니, 학점은 높지 않지만 조직에 도움이 되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아이들이 성공하더라. 즐겨보는 TV프로그램 중에 ‘생활의 달인’이라는 게 있다. 거기 나오는 분들의 얼굴을 보라. 긍정적으로 일하면서 프로정신이 있으니 성공하는 거다. 한양대는 지난 1994년 사회봉사를 처음으로 학점화 했다. 현재 1년에 8000명이 사회봉사를 하고 있다. 인성과 리더십에도 많은 투자를 해왔다.”

안산의 에리카캠퍼스 운영방향은.
“서울은 서울이 잘 하는 방향으로, 에리카는 에리카가 잘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서울캠퍼스가 교육과 연구라면, 에리카캠퍼스는 교육과 산학이 중점이다. 특히, 에리카캠퍼스의 산학협력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40만평 중 10만평에 국책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전기연구원, 엘지이노텍, 경기테크노파크 등이 들어와 있다. 산학협력은 이미 4년제 대학 중 1위라고 자부한다. 산학협력 중심으로 가려면 교수업적 평가도 달리 가야 한다. 안산에 있다는 이유로 분교 개념으로 분류되는데, 내년부터는 서울이든 에리카든 별도로 평가받는다. 현재 이에 맞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임덕호 총장은...

1982년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미국 라이스대(Rice University)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8년부터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한양대 학생처장, 교무처장, 경상대학장 등 교내 주요 요직을 두루거쳐 누구보다 한양대를 잘 알고 있는 ‘한양대 맨’으로 불린다.
한국주택학회 회장, 서울시 분양가심의위원회 위원장, 금융감독원 부동산신탁회사 신설인가평가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한국은행 자문교수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경제학원론> <미시경제학> <교양경제-현실경제의 이해> <경제학-기초이론과 경제사례> 등이 있다.



대담= 본지 이인원 회장
정리=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사진=한명섭 기자 news@unn.net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