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관련 고지 제정...한밭대·조선대 9월쯤 개교

대학이 산업단지 안에 캠퍼스를 설치, 교육·연구·실습·채용의 ‘선순환’ 을 구축하는 산업단지 캠퍼스가 본격화된다. 산업단지 캠퍼스는 대학을 ‘친산업’적으로 개편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는 23일 산업단지 캠퍼스 설치기준 고시를 제정한다고 밝혔다. 이미 산업단지 내 캠퍼스 조성이 가능하도록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에 이번 고시 제정으로 관련 법적 절차가 모두 완료된다. 정희권 산학협력과장은 “고시 제정으로 법적 절차가 모두 완료되기 때문에 오는 9월부터 산업단지 캠퍼스가 개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단지 캠퍼스(이하 산단 캠퍼스)는 앞으로 산학협력 활성화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필요 인력을 사전에 확보하는 창구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현재 산단 캠퍼스를 추진하는 대학은 조선대·한밭대·군산대·한국산업기술대·영진전문대학이다. 이 가운데 조선대와 한밭대는 지난 달 24일 교과부로부터 산단 캠퍼스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군산대와 산기대, 영진전문대학은 지식경제부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의 지원을 받는다.

대학가와 산업계에선 산단 캠퍼스를 주목하고 있다. 그간 산업단지 안으로 일부 학과(전공)를 이전, 교육·연구·실습을 병행한 캠퍼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 교수평가 개선, 산학협력 활성화 기대=특히 이들 캠퍼스는 교수 임용 시 산업체 경력을 80% 이상 인정토록 하고, 교수 업적평가에서도 연구실적을 산학협력실적으로 대체할 수 있게 했다. 교수들이 산학협력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것이다. 향후 산단 캠퍼스가 대학을 친산업적으로 개편하는 데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교과부 산단 캠퍼스 지원사업에 선정된 한밭대와 조선대의 사례에서 이런 가능성이 확인된다. 한밭대는 사업계획에서 산단 캠퍼스에 학부생과 대학원생 210명과 교수 20명이 상주한다고 밝혔다. 특히 산단 캠퍼스에 상주하는 교수 20명은 교수승진평가 시 산학협력실적을 50%까지 반영해 주기로 했다.

한밭대 이형기 산학협력팀장은 “사업 참여 교수들은 연구업적평가 시 산학협력만 열심히 해도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대학은 교육·연구·실습·채용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고, 중소기업은 인력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밭대는 대전시 유성구에 소재한 대덕테크노벨리에 캠퍼스를 설치한다. 이 캠퍼스에는 응용화학과·생명공학과·화학공학과가 일부 이전한다. 대덕테크노벨리의 주력업종이 첨단화학소재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형기 팀장은 “3개 학과 3~4학년 학생들이 산단 캠퍼스에서 수업을 받을 계획”이라며 “향후 첨단 화학소재분야에서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조선대는 광주 북구 소재 광주첨단산업단지로 기계설계공학과·메카트로닉스공학과·금속재료공학과·신소재공학과 등 4개 학과를 이전한다. 첨단산업단지의 정보가전·광산업·자동차부품 업종과 연계시키기 위해서다.

유영태 산단 캠퍼스 책임교수(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는 “이전하는 학과 학생들은 학부 기간 중 절반은 산단 캠퍼스에서 역량을 키울 것”이라며 “특히 기업 시제품 교육과정에 연 200명 이상의 학생을 참여, 실무위주 교육을 강화하는 게 핵심 목표”라고 밝혔다. 취업 시 특별한 재교육 없이도 현장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의지다.

조선대는 사업 참여 4개 학과의 취업률(현재 50%)을 산단 캠퍼스 조성으로 약 15% 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영태 교수는 “광주 지역에 많은 금형 업체들이 있지만 이직율이 심하다”며 “산업단지캠퍼스가 금형 분야로 특성화되면 금형산업의 첨단화·고부가가치화가 가능하고, 낮은 이직률 해소와 취업률 제고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밭대와 조선대에는 연 10억 원씩 3년간 30억 원이 지원된다. 교과부는 2015년까지 전국에 15개 대학을 선정, 산단 캠퍼스 조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총 사업예산은 450억 원. 내년에는 5개 대학 정도를 추가 선정한다.

◆ 지경부, 산단캠퍼스 하드웨어 구축 지원=지식경제부도 산업단지 내 캠퍼스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산학융합지구조성사업을 공고, 최근 군산대·산기대·영진전문대학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 대학은 지역의 기업·지자체·산업단지관리공단과 컨소시엄을 구성, 이 사업에 참여한다.

지경부는 1개 컨소시엄당 5년간 450억원(국비 270억원, 민자 180억원)을 투입한다. 1개 대학 당 3년간 약 300억이 지원되기 때문에 교과부 사업보다 지원규모가 크다. 교과부 사업에선 캠퍼스 조성을 대학이 해야 하지만, 지경부 사업에선 산단 캠퍼스 건립 자체를 지원해 준다. 교과부가 맞춤형 교육과정 등 소프트웨어 구축을 지원하는 형태라면, 지경부 사업은 산단캠퍼스 활성화를 위한 하드웨어를 지원한다.

지경부 사업에서도 교수 임용 시 산업체 경력을 100% 인정토록 하는 등 대학의 친산업적 개편이 기대된다. 산단 캠퍼스 내 교수에 대한 업적평가에서도 산학협력 실적 50% 이상을 반영하도록 했다.

전라북도·군산시·전북중소기업청 등과 컨소시엄을 맺은 군산대는 국비 270억원을 지원받아 새만금캠퍼스를 조성한다. 김형주 기획처장은 “올해 말까지 실시 설계를 거쳐 2012년 말까지 산학융합 거점공간 건축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라며 캠퍼스 입주가 2013년 3월 가능하다고 밝혔다.

군산대는 캠퍼스 조성이 완료되면 자동차기계·조선·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건설기계 분야를 이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산단 내 기업과 공동 연구, 융복합 인력양성을 꾀하겠다는 것.

산단 캠퍼스의 교육프로그램은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한다. 이를 위해 기업 대상 설문조사까지 했다. 김형주 처장은 “지난 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산단 내 입주기업 1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며 “기업들은 산단캠퍼스에서 △산업체 맞춤형 교육과정 △신기술개발 지원활동 △산학융합공간(기업연구소) 역할을 해주길 희망했다”고 밝혔다.

◆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산기대는 산단 캠퍼스가 중소기업 취업의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철우 산기대 기획실장은 “그간 중소기업은 땅값이 싼 지방으로 밀려났고, 청년들은 도심으로만 몰렸다”며 “이런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산단 캠퍼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중소기업이 있는 곳에 대학이 들어가 현장교육을 펴고, 이를 취업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대학 캠퍼스가 절실했다는 얘기다.

박 실장은 “중소기업이 가장 많은 곳이 산업단지”라며 “그러나 산업단지에는 교육·복지시설이 열악하다. 대학이 산업단지에 들어와 이런 역할을 하게 되면 기업과 대학 모두에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산기대는 산단 캠퍼스 내에 산학융합학부를 신설, 재직자 교육에 주력할 방침이다. 박 실장은 “정규 학생 트랙과는 별도의 정원외 선발로 재직자를 뽑아 교육할 방침”이라며 “특히 전국적으로 마이스터고가 많이 생겼는데 이곳의 졸업생들이 시화·반월공단에 취업할 수 있도록 알선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교과부 사업예산 10억원(대학당 연간지원규모)이 적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한밭대 이형기 팀장은 “교육프로그램 개발부터 산업체 공동연구까지 하기에 예산 10억원은 너무 적다”며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단 캠퍼스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가 큰 데, 재정 부담 때문에 이런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교과부 정희권 산학협력과장은 “산단 캠퍼스 사업은 캠퍼스 구축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지원하기 보다는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대학도 향후 산학협력의 중요성이 증대된다는 점을 감안, 대응자금 투입 등 자체 투자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 산단 캠퍼스 설립에 따른 규제가 완화된다. 교과부 ‘산업단지 캠퍼스 설치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산업단지 내 캠퍼스를 대학설립 주체가 소유하도록 했던 원칙이 완화됐다. 타인과 공동 소유하거나 소유자로부터 임대받아 입주하는 것도 가능해 진다.

캠퍼스 조성 시 적용되는 교사·교지 기준도 완화된다. 현행 대학설립운영 규정에서는 400명 이하의 캠퍼스 조성 시에도 400명 기준에 맞춘 ‘교사’ 면적을 충족해야 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를 실제 학생정원 기준에 맞춘 면적만 채우도록 했다.

현재 학생 1인당 교사기준면적은 △인문사회 12m² △자연과학 17m² △공학·의학 20m²다. 만약 정원 200명의 자연과학 캠퍼스를 조성한다면 3400m²만 충족하면 된다. 이전에는 400명 기준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2배 이상의 면적이 필요했다.
<신하영·민현희·송아영·홍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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