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져 오도 가도 못 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경제’호의 선장은 기본적인 상황 인식도 결여하고 있고, 해결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빚을 내서 주택 구입을 하라고 하더니 뒤늦게 정부의 한쪽에서는 “시장에서 지나치게 강하다고 할 정도의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이제부터 점검해보겠단다. 고물가와 고용 불안 등으로 대다수 국민의 소비 여력이 소진되었는데 정부는 “노는 시간 늘려 줄테니 소비를 늘리라”한다. 이것이 대통령과 국무총리 이하 각 부처 장차관 등이 1박2일간 대책을 논의한 결과란다.

그런데 내수 활성화 대책이 나온 지 며칠 안 돼 다시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대출을 억제하겠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국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세계에게 가장 높은 국가가 되었다.

여론조사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 그리고 빈부격차 해소가 경제 활성화 및 경제 불안감 해소의 해법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즉 내수를 활성화시키려면 내수를 담당하고 있는 중·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을 개선시키는 것이 해법이란 것을 누구나 안다. 이 사실을 대통령과 정책 담당자들만 외면하고 있다.

MB 정부는 고용 창출과 빈부격차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물가를 희생시키는 ‘성장률 수치 끌어올리기’로 3년 반을 낭비하였다. 산업구조의 변화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양극화는 시대적 트렌드’라는 인식과 실력이 고물가·고부채 경제를 구조화시킨 것이다.

고물가의 첫 번째 주범은 시대착오적인 성장주의 경제철학에 기초한 고환율-저금리 정책의 산물이다.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임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할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 소수의 수출대기업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고환율 정책은 고물가에 직격탄이다.

MB 정부는 금리정책도 환율 정책에 종속시켰다. 물가가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으나 금통위는 물가와 환율 사이에서 고민한다면서 노골적으로 물가를 외면하지 않았는가. 고환율 정책을 쓴 적이 없다고 하더니 물가 폭등조차도 정부정책 실패 때문이 아니라 이상기후나 해외 환경의 탓으로 돌린다.

이 정도면 후안무치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국제 상품가격의 상승은 우리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가격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이른바 ‘근원물가지수’를 보더라도 OECD 평균의 1.7배나 달하는데 정부 책임은 없다고 한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복귀가 대부분 국민들에게는 어떤 감흥을 주지 않는다. 정책 실패로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빚만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공화국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듯이 지난 3년 반 우리 경제는 체질 개선보다는 모르핀(빚)에 의존했다.

가계부채는 ‘모르핀 경제’의 종결자이다. 경제 체질은 극도로 쇠약해졌고 금단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자신감 결여와 불안감의 확산이 그것이다. 금융에 대한 불신은 극도로 팽배되어 작은 충격도 ‘뱅크런’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르핀 경제가 MB노믹스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금단을 치료하려면 MB노믹스의 철회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에게 그럴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국민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안감은 고조된다.

내수 활성화나 가계부채의 연착륙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 중·저소득층의 실질소득 개선이다. 최저임금의 현실화나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강화 그리고 소득재분배 친화적인 조세체계의 개편 등으로 중·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을 개선시키는 한편,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

제조업 중심의 모노칼라형 산업구조와 대기업 수출 중심의 외날개 경제로는 양극화,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내수와 수출의 단절, 수출에 죽고 사는 경제 등이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르핀 투입으로 남은 임기 1년 반을 무사히 넘기기에는 우리 경제 체질이 너무 약화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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