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로 대변되는 힙합 문화.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문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01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광어』로 당선된 신예작가 명지대 백가흠군(문예창작4)은 21세기 대학문화를 이렇게 말한다. 부동(浮動)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소설을 통해 배설한 그는 자신을 '힙합을 막 대면한 포스트(post) 포크세대'라고 자칭한다.

"포크는 삭힘의 문화입니다. 이것과 대비되는 요즘의 힙합 문화는 제게 큰 흥미를 주고 있습니다. 지금 작업중인 '춤'을 소재로 한 소설도 힙합이 작용할 것 같습니다"

그는 소설을 쓰게된 동기를 '재미'라고 말한다. 소설을 쓰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자주 소설을 쓰고 싶은 욕구가 분출되지만 참고 삭히며 자연스럽게 배설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그는 포크세대를 막 지난 힙합 세대임이 분명했다.

"아직 신인이라 제 마음대로 소설이 쓰여지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특히 새로운 캐릭터를 소설에서 창조하는 과정이 그렇습니다"

접속사 없는 매끄러운 문체로 '춘천'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탈출하려는 나와 그 매개인 그녀와의 관계를 횟집 광어를 통해 풀어 가는 소설 『광어』는 평론가들로부터 날렵한 칼바람까지 잡아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소설로 평가받았다.

"지난해까지 등단을 위한 투고를 많이 했지만 모두 쓴잔을 마시고 좌절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쓴 '광어'가 행운을 가져다 준 것은 평생을 두고 소설을 써야겠다는 제 마음이 통했나 봅니다"

소설을 오랫동안 쓰고 싶다는 그는 자신이 쓴 소설의 깊이가 얕다는 것이 가장 큰 콤플렉스라고 말한다. 그는 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문예창작과의 붐이 자칫 얕은 작품으로 인기를 얻는 '반짝 스타작가'의 산실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이유도 바로 깊이 있는 작품을 쓰고 싶기 때문입니다. 깊이 없는 소설은 금방 사그러들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번 여름방학을 책과 함께 보낼 계획이다. 일주일에 2∼3권의 책을 읽는다는 그는 읽어야 할 쌓여진 책 더미를 보면 뿌듯한 느낌이 든단다.

70년대 작가들의 실존주의적 작품을 좋아한다는 그는 소설가 중 윤흥길을 가장 존경한다고.

"소설 『광어』의 주인공은 제 자신입니다. 대학 8년이 정착하지 못했던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시간들이었다면 이제는 깊이를 가진 소설을 쓸 수 있는 안정된 생활을 하려 합니다"

춘천에서의 3개월. 그곳 횟집에서 일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소설 『광어』를 통해 그는 사실주의적인 기법으로 닫힌 공간을 떠나지 못하는 젊은 영혼을 그려냈다.

그에게서 앞으로 정착을 통해 얻게될 안정된 깊이의 소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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