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교과부·기재부, 대학·학생 ‘입장차’

한나라당이 23일 오후 2014년까지 대학 등록금 부담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하자 각계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여·야를 비롯해 교육과학기술부와 기획재정부가 엇박자를 냈고, 대학가와 학생·시민단체 입장차도 컸다. 마찰음이 커지자 당·정·청은 23일 밤 긴급회동을 갖고 등록금 인하 방안 갈등에 공감대를 형성, 일단 갈등을 봉합했다.

■ 靑 “발표시점 유감”… 政 “합의안 아니다” = 2014년까지 재정 6조 8천억원을 투입해 등록금 30% 이상 인하를 추진할 것이라는 한나라당 발표의 폭발력은 컸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들부터 “최종 합의안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발표 시점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있음을 감안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김두우 홍보수석도 브리핑에서 한나라당 안에 대해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은 하지 않았고, 정부 내에서도 교과부와 기재부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최종 합의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등록금 지원 규모·방식·시기 등이 합의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방문규 대변인은 “큰 틀에서 협의는 이뤄졌지만 재원조달 방안과 세부 시행계획 수립 등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 역시 “구체적으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정부 몫”이라며 “대학의 구조조정과 자구 노력 등과 연계한 지원조건 등은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3일 밤 당·정·청은 김황식 국무총리와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어 한나라당 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혀 급한 불은 껐다. 앞서 한나라당 발표에 대해 입장차를 보이면서 당·정간 마찰이 예상됐으나 이날 회의로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등록금 인하의 구체적 방안은 당·정이 협의해 추진키로 했다.

■ 대학들 “회의적”… 학생들 “생색내기용” = 등록금 대책의 당사자인 대학가와 학생·시민단체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대학들은 재원 확충방안 등이 불분명한 점을 지적하면서도 “대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 등록금 인하만이 묘수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학생·시민단체는 ‘반값 등록금’의 기대에 못 미친 생색내기용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동원 고려대 기획예산처장은 “등록금 부담 완화도 좋지만, 이런 조치들로 학교 본연의 교육·연구 기능까지 후퇴하는 결과가 나오면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정화 한양대 기획처장도 “등록금은 낮추고 투자는 늘리라는 얘기인데 현실성이 없다. 대학 입장에서는 적립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여력이 있는 대학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김정오 연세대 기획실장 역시 “정부 예산 조 단위 금액 마련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생·시민단체 반응은 대학들과 사뭇 다르다. 반값 등록금 정책을 들고나온 여당이 당초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실현방안도 불투명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다. 강남훈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지원 금액 자체가 반값 등록금에 많이 모자란다. 국민들의 바람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도 일제히 반박 성명을 내놓고 규탄 기자회견과 국민촛불대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대련은 성명에서 “내년 등록금 10% 인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등록금넷 역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면 5조원 안팎의 예산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 지원은 순차적으로 1조 5천억원에서 3조원에 그칠 전망이다. 여당 안대로라면 정부도 대학도 역할을 전혀 이행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봉구·김태환·이연희 기자 paper81·kth1984·bluepres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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