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해 본부 점거농성을 벌여오던 대학 총학생회가 한달 가까이 이어온 점거농성을 해제함에 따라 법인화 작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학생들은 점거농성을 중단하며 “국회를 상대로 법인화 추진 중단 요구를 전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는 법인화 중단에 대한 의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법인화 추진을 가로막은 장애물이 모두 제거됐고 서울대 본부 측의 법인화 추진 작업 역시 정당성을 얻게 됐다.

■ 잠정협의안, 학생들 요구와 달라=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25일 오후 행정관 대회의실에서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고 대학본부와의 잠정 합의안을 받아들여 점거를 해제하기로 의결했다. 점거 해제안에 찬성하는 의견은 40표, 점거 유지안은 19표, 기권 2표였다.

잠정 합의안에는 총장이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 의견 수렴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는 담화문을 발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대화협의체의 구성, 2012학년도 등록금 동결, 등록금 심의위원회에 학생 참여 확대 등이 들어갔다.

도출된 잠정 합의안은 서울대 총학생회가 그동안 요구했던 것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특히, 총학생회가 점거농성에서 요구했던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 해체와 찬반 총투표 등은 빠졌다. 결국 서울대 본부 측이 원하던 방향으로 점거농성이 마무리 된 것.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도 일부 대의원은 “잠정 합의안에 핵심 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점거 해제를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서울대 총학생회의 이번 점거농성은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한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명확하게 보여주긴 했지만, 사실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서울대 법인화에 제동을 걸 방법은 현실적으로 모두 제거됐다.

지난 달 30일 극적으로 성사된 비상총회와 사상초유의 본부 점거농성은 농성시작 28일만인 26일 오후 3시를 기해 소득없이(?) 막을 내렸다. 서울대 법인화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입장을 어느정도 알렸다고는 하지만 국회를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의 지지도 제대로 이끌어 내재 못한채 사실상 본부 측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 국회도 못 막아, 법인화 탄력= 한편, 총학생회는 점거 해제 이후 국회를 상대로 법인화 추진 중단 요구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사실상 국회가 서울대 법인화법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는 상황이어서 이 또한 요원해 보인다.

야당은 지난 8일 학생들의 점거농성장을 방문해 “국회 현안보고에서 오연천 서울대 총장을 부르겠다”고 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서울대 총장은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국회가 부르면 무조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야당이 여당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

사실, 오 총장의 국회출석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분석이다. 야당이 서울대 법인화법에 대해 ‘날치기’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상, 여당이 이를 받아들일 리 없는 상황. 오 총장을 불러 잘못을 따질 경우 여당이 잘못을 인정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또, 반값등록금 등 주요 사회 이슈에 밀린 상황에서 오 총장을 불러 서울대 법인화를 논하기도 어려웠다.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이와 관련 학생들에게 “야당이 집권하면 서울대 법인화법을 무효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내년 초 서울대 법인화법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이를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서울대 법인화가 남은 6개월 동안 작업을 거쳐 내년 초에 발효하면, 이를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는 셈이다.

총학생회 역시 이에 대해 “담화문에 담으려 했던 총장의 국회 출석 요구 부분도 민주당의 야합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계를 설명했다.

한편, 서울대 본부는 이번 점거농성 해제에 따라 법인화 작업에 정당성을 얻게 됐다. 이에 따라 서울대 법인화법의 장점에 대한 홍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추진위원단 측은 “점거농성 때문에 법인화 홍보 홈페이지 오픈 등 작업이 차질을 빚었다”며 “점거농성이 끝나는대로 홍보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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