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충북대 총장이 취임한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그간 충북대는 교육역량강화사업, ACE사업 등 각종 굵직한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등 눈에 띄는 성과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수확을 꼽자면, 단연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이다. 대학 간 경쟁이 치열했던 ACE사업에 당당히 선정되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학은 연구와 교육, 두 가지 기본원칙에 충실하면 된다”는 김 총장의 원칙과 신념도 더욱 지지를 받게 됐다.

특히 올해는 충북대가 개교 60주년을 맞는 해다. 김 총장은 60주년을 맞아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사회변화에 맞춰 유연한 조직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국립대 법인화·대학통합 등 국립대가 직면한 난제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정부시책보다 내부 역량강화가 우선”이라는 신중함을 보이기도 했다. 원칙과 소신으로 새로운 60년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는 김 총장을 직접 만났다.

-취임 1년이 이제 막 지났다. 소회를 말한다면.

“취임하자마자 교직원들에게 한 말이 있다. 학령인구 감소 등 대학이 처한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원칙에 충실하자는 것이었다. 대학의 기본은 연구와 교육이다. 이 두 가지에 더욱 충실한 대학이 되자고 했다. 또 하나는 사회변화에 맞춰 대학조직이 유연해 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학과나 학문의 벽은 겹겹이 쌓여 그 경계를 허무는 게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이를 유연하게 바꿔야 사회에서 인정받는 대학이 될 수 있다. 지난 1년간 이 두 가지 원칙에 따라 일을 해왔고, 점차 교직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1년간 각종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많았다. 특히 대학 간 경쟁이 치열했던 ACE사업 선정은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우리 대학이 가고자하는 교육방향이 옳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 더욱 기쁘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실제 기업에서 충성도가 높고 모범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충북지역의 선비정신을 닮았다. 하지만 창조성이나 개성은 부족하다. 때문에 올해 개교 60년을 준비하면서 교육모델로 ‘NEW START’를 표방했다. 이는 지역의 선비정신을 이어가면서도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21세기형 글로벌 인재를 키운다는 의미를 함축한 것이다. 이번 사업선정이 향후 NEW START를 이끌어갈 큰 동력이 됐다.”

-국립대에선 여전히 법인화 논쟁이 뜨겁다. 충북대의 법인화 가능성과 국립대 법인화에 대한 개인적 소견은.

“국립대학의 효율성에 관한 의견들이 분분하다. 우리 대학도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의 변화는 제도적 측면과 함께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는 측면도 중요하다. 우선 대학 내부의 역량을 키워 법인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커다란 무리가 오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어야 갈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에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결집하는 일이라고 본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 통합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인근 국립대들은 대학통합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는데.

“대학 간 통합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의나 취지 등 총론에서는 공감하더라도 각론에 들어가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암초에 부딪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통합을 했더라도 화학적 융합이 아니라 물리적 통합에 그치는 예도 볼 수 있다. 대학의 통합은 우선 통합을 시도하고자 하는 대학들의 조직이 유연해야 성공할 수 있다. 경성(硬性) 조직을 합쳐 놓을 경우에는 각종 마찰의 요인들이 상존하게 돼 갈등만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대학은 통합에 앞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이고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유연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충청권 거점국립대로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에 따른 기대가 클 것 같다. 충북대는 과학벨트 기능지구로 결정되기도 했는데.

“충청권이 거점지구로 선정되고, 우리 충북지역이 기능지구로 결정된 점에 대해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하고 있다. 우리대학은 기능지구의 성공과 나아가 과학비지니스벨트의 발전을 위해 중심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이다. 그동안 우리 학교의 연구자들은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해 전국 상위의 연구역량을 갖췄다. NURI, BK21사업 등을 통해 우수 연구인력 양성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우수한 연구인력과 풍부한 인재양성 노하우, 다양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대학은 학·연·산을 연계해 과학비즈니스벨트의 기초과학 연구성과가 산업화로 연계되는 선순환구조 완성에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의사출신 총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의사라는 이력이 대학경영에 도움이 되나.

“확실히 도움이 된다. 독립법인인 대학병원 병원장으로서 직원들 월급을 주고, 인풋과 아웃풋이 확실한 경험을 했다는 게 대학 경영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단한 경험을 대학에 적용해 볼 수도 있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은, 환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 이 중 가장 가능성 있는 원인을 도출해 해결하는 것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대학은 규모가 더 크고, 환자를 보는 것처럼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때문에 내부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전체 대학사회의 큰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구성원들과 계속 토론하는 기회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개교 60년 맞았다. 향후 충북대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충북대는 망하는 대학은 아니다. 망하지 않는다는 게 혁신에 굉장한 방해가 된다. 내일 죽을지 모른다는 마음이어야 혁신할 수 있다. 현재의 상태에 안주해선 향후 대학브랜드 가치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항상 교수님들께 강조하는 게 있다. 충북대에서 교수를 했다는 게, 정년을 보냈다는 게 자랑스러운 대학을 만들자는 얘기다. 이러한 부분들을 교수, 직원들과 계속적으로 의견을 나누면서 변화해나갈 계획이다.”

-4년 임기를 마치고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총장 임기 4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매우 뛰어난 업적을 세우기도 쉽지 않은 기간이다. 그저 ‘이 분이 4년간 참 열심히 했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총장으로 남고 싶다. 나중에, 저 사람이 나름대로 열심히 했구나, 학교 발전에 도움을 줬구나 하는 인상으로 남는다면 좋겠다.”

김승택 충북대 총장은

경남 진해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국방부 군의관을 거쳐 1988년 충북대 의대 전임강사로 충북대와 인연을 맺었다. 충북대 의과대학장, 충북대병원장 등을 역임하고 학술진흥재단 자유공모과제 책임연구자와 지역우수연구센터(RRC)유전자치료법관련책임자를 지냈다.

 

 


대담 = 이정환 편집국장

정리 = 홍여진 기자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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