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등록금을 둘러싼 정부·대학 측과 학생들 간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를 벌이며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지만 다수의 대학은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CNN머니는 29일(현지시간) 미국 각 주 정부의 긴축예산 중 대학들에 대한 지원이 줄면서 등록금이 대폭 올라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하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머니는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여러 주에서 등록금 인하 시위가 벌어졌고, 일부 대학에서는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미주예산운영협회(NASBO)에 따르면 올해 초 25개주 주지사들은 전국적으로 총 50억달러(약 5조3800억원)의 대학기금을 삭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애리조나주 의회는 최근 2012회계연도(올해 10월~내년 9월)의 대학 지원 예산을 종전보다 22.3%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애리조나대가 4년 전 등록금 5037달러에서 이번 가을 학기부터는 1만달러로 2배 올리는 등 애리조나주의 3개 공립대 등록금이 올해 들어 대폭 상승했다.

애리조나주 대학들은 학생 수가 지난 2008년에 비해 현재 15% 늘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도 정부의 대학 지원 예산이 6억5000만달러 삭감되면서 캘리포니아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 등록금이 급등할 전망이다. 두 대학 등록금은 현재 이미 지난 2008년에 비해 40%나 오른 상태다.

톰 코르벳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올 초 취임하자마자 고등교육 관련 예산을 무려 54%나 삭감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교육 예산 삭감 조치가 발표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플로리다주의 공립대 등록금은 3년 연속 올랐으며, 올해 인상폭도 15%에 달했다.

이에 플로리다대 학생들은 수업거부를 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크리스 그레고리 워싱턴 주지사는 교육이 항상 최우선순위라고 강조해 왔으나, 그가 주지사에 취임한 지난 2005년 이후 대학 등록금은 2배나 올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워싱턴대는 주 정부 지원 축소에 따라 현재 등록금 20%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등록금 시위는 주로 학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립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재정난에 봉착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주립대 지원예산을 삭감, 주립대들이 줄줄이 등록금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의 대규모 대학인 뉴욕주립대(SUNY)와 뉴욕시립대(CUNY)는 최근 향후 5년동안 등록금을 매년 300달러씩 올리게 됐다.

2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주 의회 대표들은 지난 21일 회의에서 두 대학들의 등록금을 이처럼 고정액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주 의회가 이처럼 정액 인상안을 정하자 대학 운영자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지난 수십년간 뉴욕주 당국은 이들 대학의 등록금을 한 해에 두자릿수 이상 대폭 올리는가 하면 전혀 인상하지 않고 동결하기도 해 대학 입장에서는 예산집행 계획을 세우는데 애를 먹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인상안이 뉴욕주 의원 총회를 통과해 실현될 경우 뉴욕시립대는 첫 해에 5000만 달러의 수입을, 뉴욕주립대는 4000만 달러의 수입을 더 얻게된다.

뉴욕시립대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은 예상치 못한 급격한 등록금 인상일 것”이라면서 이같은 정액 인상 방침을 지지했다.

뉴욕주 의원들은 등록금 인상으로 생기는 수입은 전액 대학으로 들어가도록 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등록금 수입 가운데 일부는 주 당국이 운용하는 다른 복지프로그램 등에도 배정됐다.

이번 인상안은 또 주 당국이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는 한 주 정부의 대학에 대한 지원은 현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미 고등교육위원회 총회의 데보라 글릭 의장은 “미국 전역에서 각 주 정부는 대학 재정을 삭감하고 있다”며 “이번 등록금 인상안은 뉴욕주 대형 대학들의 출혈을 막고 발전도 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상안에 따라 뉴욕시립대는 온라인 수강생 909명을 포함, 11개 캠퍼스에 재학중인 13만6084명의 학생들은 등록금을 더 내야 한다. 뉴욕시립대의 현 등록금은 뉴욕주 거주자의 경우 연간 4830달러다.

뉴욕시립대는 주 당국의 지원 삭감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월 등록금을 230달러 올린 바 있다.

뉴욕주립대의 경우 29개 4년제 캠퍼스에 재학중인 22만명의 학생들이 인상안을 적용받는다.

뉴욕주립대의 연간 등록금은 4970달러로 지난 2009년 310달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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