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부실대학’ 평가지표 역량강화사업과 연계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달 초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대학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여당이 등록금 지원과 구조조정 병행 방침을 확고히 하면서, 부실대학 정리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 27일 간부회의에서 “등록금 완화 논의 과정에서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확인된 만큼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을 확실히 추진하자”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 논란을 등에 업은 교육 당국이 향후 강력한 대학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 대학구조개혁위 정부 ‘자문역할’ 할 듯=30일 교과부에 따르면, 현재 대학선진화과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이하 구조개혁위) 구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병걸 대학선진화과장은 “내달 초 위원회 구성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개혁위는 15명 안팎의 위원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언론보도에선 특정 대학의 구조조정을 정부에 건의하거나 부실대학 명단을 공개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도됐으나 실질적으로는 ‘자문기구’ 역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정병걸 과장은 “학자금 대출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 국립대 구조조정 대학 등을 결정할 때 구조개혁위가 자문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구조개혁위에 대학교수, 대학 재정·회계 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민간위원을 대폭 참여시킬 계획이다. 교과부·기재부 등 정부관계자의 참여 여부는 현재 논의 중에 있다.

지금까지 교과부가 추진해 왔던 구조조정 작업에 구조개혁위를 자문기구로 참여시키는 이유는 전문성과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 재정·회계에 전문성을 가진 민간전문가를 구조조정에 참여시켜야 대학가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대학 구조조정은 3가지 트랙으로 진행된다. 잘하는 대학에는 지원을, 못하는 대학은 구조조정을 가하는 당근과 채찍도 병행된다.

일단 사립대에 대한 대표적 구조조정 방식으로는 학자금대출제한대학이 있다. 교과부 일정에 따르면, 오는 8월 말께 하위 15%에 해당하는 50개교 내외의 대학을 대출제한대학으로 설정,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학들은 올해와 같이 정부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없다.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에 대해선 재정지원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 대출제한 대학 중 ‘경영부실대학’ 지정=교과부는 대출제한을 받은 대학 가운데에서 경영진단을 통해 경영부실대학을 지정한다. 사립대학제도과 박지영 서기관은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가운데 경영진단 지표를 통해 재정운영상태가 부실한 대학을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부실대학은 외부로 공개되진 않지만, 교과부의 관리 하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발표된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23개교 가운데에는 8개교가 ‘경영부실대학’(2009년 말 교과부 지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도 대출제한 50개교 가운데 10개 내외의 대학이 경영부실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최근 새롭게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 국·공립대 구조조정이다. 이주호 장관은 지난 16일 국·공립대 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전국 31개 국·공립대에 대한 평가체제를 갖춰 하위 15%에 대해 정원감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하위 15%를 어떻게 추릴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립대학제도과 김성근 사무관은 “교육역량강화사업 관계 부서와 협의해 평가지표를 만든 뒤 대학 의견을 수렴해 확정할 계획”이라며 “8월 말 이후에나 평가지표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 평가지표를 확정, 이를 적용해 내년 상반기에는 국립대 하위 15%를 가리겠다는 뜻이다.

현재 교육대를 제외한 국·공립대 수는 31개교다. ‘하위 15%’라면 4~5개 대학이 이에 해당한다. 향후 지표가 확정되면 이를 적용, 4~5개교에 대한 정원감축을 실시하겠다는 의미다.

관건은 과연 하위 15%를 가리기 위한 평가지표가 어떻게 구성되느냐다. 이미 김 사무관의 발언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교육역량강화사업 관계부서와 협의’하겠다는 말을 곱씹어 보면, 기본 평가 틀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의 평가기준은 해당 대학의 교육 여건·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짜여있다. 때문에 하위 15%를 가리는 평가기준에도 기본적으로 이 사업 지표가 쓰일 수밖에 없다. 잘하는 대학에는 지원을, 못하는 대학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이 같은 방향은 유지될 전망이다.

이는 교과부가 올해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등 부실대학을 제외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부실대학에는 정부지원이 차단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교과부로서는 괜히 부실대학에 재정지원을 해줌으로써 ‘구조조정 대상을 연명시키고 있다’는 비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 부실대학 선정도 역량강화 지표가 바탕=특히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평가지표를 교육역량강화사업과 연계되도록 손 본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과부 지정 부실대학에 재정지원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양 쪽 평가지표의 일관성을 기할 수밖에 없다. 교과부 관계자는 “잘하는 대학에는 지원을 하고, 못하는 대학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 기본 정책방향”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국립대 하위 15%를 가리는 평가지표를 전망하기 위해선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지표를 눈여겨봐야 한다. 이 사업의 평가지표는 취업률(20%) 재학생충원률(20%)이 비중 있게 반영되고 △전임교원확보율 △학사관리·교육과정운영 △장학금 지급률 △1인당 교육비 △등록금 인상수준 등이 각각 10%씩 반영된다.

여기서 교원확보율 지표는 정부로부터 교원 정원(TO)을 배정받는 국립대에 적용해봤자 변별력을 얻을 수 없다. 또 1인당 교육비도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에 적용, 부실여부를 판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홍민식 대학지원과장은 이에 대해 “교원확보율은 정부로부터 교원정원을 배정받는 국립대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1인당 교육비 등은 대학 자구노력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손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교육 투자를 위해 자구노력을 취한 대학을 선별할 수 있도록 지표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국립대 하위 15%를 선별하는 평가에서도 재학생충원율과 취업률이 비중 있게 반영될 전망이다. 또 △학사관리 △교육과정운영 △1인당 교육비 △장학금지급률도 평가지표를 손 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평소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에 선정되기 위해 지표관리를 해 온 대학은 부실 국립대를 가리는 평가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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