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최초 도입으로 교육현장 쇄신 기대 … 인재 육성·관리까지

입학사정관제가 고교와 대학의 교육을 바꿀 수 있을까. 경희대 입학사정관제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희대 입학사정관제는 ‘고교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입학사정관제에 적극 반영하고, 선발된 인재를 대학에서 제대로 가르치기 위한’ 선발방법으로 요약된다. ‘고교 연계형 입학사정관제의 선도모델 창출’을 목표로, 경희대는 △대입전형의 특성화 △고교-대학 간 연계 강화 △선발경쟁에서 교육경쟁으로의 변화 등을 꾀하고 있다.


■ 고교 교사 구성 자문위원회= 경희대는 학생의 잠재력을 선별하기 위해 특성화된 전형과 전형요소를 개발하고 있다. 2012학년도에 교과 성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창의적 체험활동 보고서 또는 포트폴리오, 서류와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창의적체험활동전형’을 신설한다. 이와 함께 국내 대학 최초로 고교 교육과정을 대입전형에 반영하는 ‘고교교육과정연계전형’도 새로 만든다.

유원준 입학사정관(사학과 교수)은 “파격이나 혁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수험생을 위한 또 하나의 적절한 길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교 현장의 목소리를 입시에 반영하고자 40여명의 고교 교사로 구성된 입학사정자문위원제를 운영하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입학사정자문위원은 지난 2011학년도에 수시 네오르네상스전형-예비발굴인재 현장 면접 및 잠재력향상캠프 평가위원, 정시 기회균형선발전형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적극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자문위원 중 한 사람인 주석훈 한영외국어고 교사는 “경희대는 고교 교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나칠 정도로 꼼꼼히 챙긴다”면서 “경희대의 입학사정관제가 고교 교육 현장을 변화시키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 형편 어려운 학생에게 지원도= 사회배려대상 청소년들에게 비교과 영역의 새로운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점 역시 대학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희대는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자의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인재 육성에 중점을 둔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그 일환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 중 가정형편과 잠재역량을 고려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학생맞춤형 장학제도’를 운영 중이다.

고교 연계형 입학사정관제의 선도모델은 더욱 확장될 예정이다. 경희대는 2012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모집시기 및 지원자격을 확대한다. 모집인원은 2011학년도 1067명(전체 19.8%)에서 2012학년도 1127명으로 60명을 더 선발한다.

수시에서는 네오르네상스전형(리더십, 국제화, 과학, 문화, 모범·봉사인재), 사회공헌·역경극복대상자전형을 실시한다. 고교교육연계전형과 창의적체험활동전형은 신설됐다. 정시에서는 기회균형선발전형(농어촌학생추천·사회배려대상자·특성화고교출신자)을 진행한다.

[인터뷰]강제상 입학관리처장

“입학사정관제는 한마디로 ‘기다림의 미학’”

강제상 경희대 입학처장은 “이제 ‘우수하다’는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단지 성적만 높은 게 아니라 리더십, 공동체 의식, 봉사정신, 사회적 책임감 등 인성적인 요소를 함께 겸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입학사정관전형은 ‘기존 우수한 인재’에 대한 개념과는 다른 ‘전인적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전형”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은 한두 해에 걸쳐 진행되는 게 아니다.
그러다가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성과만 내려는 경우도 종종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수인재 선발의 결과는 사정관전형 학생들의 졸업 이후, 더 길게 보자면 졸업하고 10~20년 후에 나타날 수 있다”며 “그런데 현재 사회에서는 입학사정관제 시행 3~4년 만에 선발한 학생들의 (무엇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보여주기 위한 사업이나 가시성 전형설계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본연의 입학사정관전형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한 이후 대학도 인재를 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게 강 입학처장의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은 여전히 재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CGPA(평점평균)를 사용하고 있지만, 입학사정관제가 시행되면서부터 재학생 사후관리 프로그램 등이 가동되고 있다”며 “재학생의 비교과 영역 활동이라든가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입학 초 입학사정관제로 들어온 학생과 정시에서 수능 성적으로 들어온 학생의 점수 차이는 3학년, 4학년이 되면 거의 비슷해진다는 것.
“얼마나 아이들이 학교에 만족하고 과에 만족하는지를 조사해 보면 입학사정관제로 들어온 학생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 성적으로 따지면 당연히 수능시험 치르고 들어온 학생이 가장 높다. 그렇지만 우리가 4학기 정도 데이터를 정리해 보니 오히려 입학사정관제로 들어온 학생의 학업성적이 더 높아졌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인터뷰]주석훈 한영외고 교사 “좀 더 다이내믹한 수업 기대”

경희대 입학사정관제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고교와의 연계다. 연계의 고리가 되는 것은 40명의 고교 교사로 구성된 자문위원들.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주석훈 한영외국어고 교사는 경희대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한마디로 전인적 평가”라고 정의했다. 그는 “고교 교사들과의 연계는 경희대가 가장 먼저 시작했다”며 “직접 자문위원으로 일해 보니 경희대 입학사정관제를 위해 고교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희대에 대해서는 “고교 교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듣고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라며 “경희대 입학사정관제가 고교 현장을 변화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사는 교사로서 입학사정관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사실 교사로서도 수능 성적이나 교과 성적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하고 싶은 공부가 뭔지 알아보고, 함께 책을 읽고 토론도 하는 다이내믹한 수업을 해 보고 싶다. 이러한 활동이 입학사정관제의 평가 요소가 되기 때문에 더더욱 사정관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터뷰]김자현 언론정보학부생 “스펙보다 꿈 더 강조해 합격”

네오르네상스전형 리더십 인재로 선발된 김자현(언론정보학과 1)씨는 ‘스펙’보다는 ‘꿈’을 강조해 합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입학사정관 면접에서 그는 “시대를 아파하지 않는 지식인은 지식인이 아니다”라는 정약용 선생의 말을 인용해 ‘시대의 아픔을 알고 그 아픔을 치유하는 리더가 되겠다’는 꿈을 내세웠다. 김씨는 “인터넷상에 떠도는 스펙 얘기는 너무 생소한 것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꼭 유명한 대회 수상 실적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확실한 꿈을 제시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의 경우 2학년 겨울방학부터 연습을 했다. 그렇지만 되도록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어가 부족한 부분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각오를 오히려 강조했다. 포트폴리오는 학생회·편집부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모아둔 자료를 고3 여름방학 때 정리해 제출했다.
김씨는 “주변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는 후배들과 이야기해 보면 스펙을 너무 멀리서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꿈을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으면 경희대에 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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