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에게 다가가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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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뛰어넘어 디지털 무장 정보 휴식 문화 똑똑한 멀트 플레이어


도서관, 이제 더 이상 지루한 곳이 아니다. 요즘 도서관은 한마디로 학술과 정보문화가 공존하는 멀티정보센터다. 연중 음악 공연과 전시회가 마련되고, 영화제·교양아카데미 등이 열리고 있다. 대학 도서관이 최첨단화되면서 도서관 서비스 변화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대 중앙도서관 고종호 주제정보봉사과장은 “과거 도서관은 책을 읽고 공부하는 공간이었지만 이젠 공부뿐 아니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대학 도서관마다 구성원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고 반응도 아주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 독서후기클럽, 카페테리아, 밤샘 책읽기…학생 위한 프로그램 ‘다채’

가장 눈에 띄는 도서관은 숭실대 중앙도서관이다. 학생들을 위해 △독서후기클럽 △독서토론회 ‘수다’ △저자강연회 △독서여행 △인문학 축제 △독서글쓰기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대학의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은 ‘독서후기클럽’<사진>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달 도서관에서 2권의 도서를 선정해 관심 있는 학생들의 신청소감을 받고, 그중 40~50명을 선발해 그 도서를 무료로 제공한다. 당첨된 학생들은 독서후기를 제출해야 하며 그 가운데 우수작은 학교 신문과 매년 우수후기 모음집에 싣는다. 숭실대 도서관 학술정보운영팀장은 “간단한 프로그램이지만 매우 영향력이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학생들의 독서후기를 보면서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놀랍게 변화시킬 수 있는 위력이 있음을 실감하고 있어 내용을 더 보강하고 심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최첨단 IT 기반의 시스템을 도입한 성결대 학술정보관은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꼽힌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학습 전용 공간인 멀티미디어·전자정보실을 비롯해 최대 6인까지 수용 가능한 그룹감상실과 50석 규모의 소극장을 마련했다. 이 중에서 멀티미디어·전자정보실은 학생들이 과제수행, 자료검색과 개인적으로 어학학습·DVD 감상도 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이 외에도 학술정보관 내 카페테리아 With U·하늘정원과 같은 휴게공간을 충분히 마련해 학생들의 새로운 만남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학술정보관 로비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음악학부 학생들이 마련한 음악회와 재학생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전시회도 열린다. 음악회와 전시회는 매번 다른 주제와 곡들을 선보여 학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학생들이 밤을 새워 책을 읽는 대학도 있다. 조선대는 ‘밤샘 책읽기’ 행사를 열고 있다. 이 대학은 지난해부터 10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중앙도서관이 선정한 명저·권장·추천 300선을 읽는 밤샘독서 프로그램을 마련,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참가 학생들은 아침까지 미션을 완수할 경우 문화상품권과 수료증을 전달받는다.

조선대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참가인원을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고종호 과장은 “요즘 학생들은 책을 많이 읽을 기회가 없다.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며 “특히 명저를 중심으로 읽히는 것은 학생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 취업 등 당면 문제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교수들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호응도 ‘좋아’ 

최근 대학 도서관들의 특징 중 하나는 학생뿐 아니라 교수들의 참여도 유도한다는 것이다. 교수를 위한 주제전담사서 배치부터 학습에 필요한 교육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어 이들의 만족도가 높다. 

영남대는 각 학과(부)를 담당하는 주제전담사서를 배치해 주제별 맞춤형 학술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교원의 수요를 예측해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미리 선별해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주제전담서비스에서는 △신착자료 제공 △최신 연구동향 정보 제공 △주제별 국내 신간도서 선정 △외국학술지 선호도 조사 등 연구지원서비스, 학부와 대학원 강의에 도움이 되는 △강의 교과목 참고문헌 구입 △대학원생 대상 정보 활용 심화 교육 실시 등 강의지원 서비스가 지원된다. 

교수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대학도 있다. 지난해 성결대가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RefWork’(참고문헌 작성 및 관리 프로그램), ‘KSDC DB교육’(온라인 설문조사·통계분석 프로그램)에 많은 교수가 참여해 큰 호응을 얻었다. 심혜영 학술정보관장은 “교수님들의 반응이 좋아 다음 학기부터는 공식적으로 프로그램화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수들은 학술정보관을 강의실로도 이용 가능하다. 그룹 스터디룸·그룹 시네마룸·소극장 등은 수업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대학원 수업에서 특히 인기가 좋다. 

[인터뷰] 성결대 신학부 김진훈씨 

“학술정보관은 이제 만남의 장소가 됐어요. 동시에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요. 문화공간이란 사람이 쉴 수 있고, 사람과 사람 간 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학술정보관이 그런 곳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 문화공간으로 잘 만들어줘 굉장히 만족스럽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김진훈씨(25·사진)는 성결대 신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책을 하루에 2~3권씩 읽고, 올해 세계전집 200권 독파가 목표라는 그는 하루에 1번 이상 학술정보관을 찾는다고 했다. 그동안 책을 빌리러 도서관을 찾았다면 학술정보관 신축 이후엔 인터넷을 하고 자료를 검색하면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모임을 갖는 장소가 됐다고 했다.  

“학술정보관은 이제 성결대의 만남의 장소가 됐어요. 학술정보관 신축 전에는 친구들과 주로 학교 밖에서 놀았어요. 하지만 이젠 학술정보관에서 만나고 이곳에서 어울려 놉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자료 검색도 하고요. 학교에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잘 만들어 줬어요. 이렇게 좋을 줄 몰랐는데 정말 기대 이상이에요.”

학술정보관 신축 이후 신간 도서를 비롯해 다양한 책이 많이 구비됐다. 다독가인 김씨는 “학술도서관이 신축되면서 새로운 책이 많아졌고, 무엇보다 책 정리가 잘돼 책 찾기가 정말 편해졌다”며 “잡지와 같은 비도서 자료들의 종류도 다양해져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술정보관에서 열리는 음악회나 전시회, 영화 상영 등을 처음 접했을 때 “우리 학교에서 이런 것도 해?”라며 놀랐다고 했다. 

“학교에서 이런 걸 마련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그중 사진전은 정말 좋았습니다. 음악회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사진전은 수시로 볼 수 있어 친구들과 같이 보며 사진에 대해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즐거웠어요. 특히 사진전이라고 눈치 채지 못하게 주변과 어우러지게 전시가 돼 있어 그런 부분도 인상적이었죠. 또 영화 상영은 학생들이 찾아서 보고 싶지만 실제 찾기가 쉽지 않은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위주로 보여줬어요. 평소에 접할 수 없던 내용이기도 했고, 메시지가 담긴 것들이라 보고 나서 느낀 점도 많았습니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졌다고 했다. 학교 인지도가 높지 않던 탓에 자신감이 부족했는데 최신 시설의 학술정보관이 들어오면서 자랑하고 싶은 학교가 됐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친구들이 학술정보관을 자주 이용하려고 한다. 처음엔 학술정보관 시설들이 신기해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죠. 우리 대학 인지도가 높지 않았는데 학술정보관이 들어선 이후 학생들의 자존감이 높아져 ‘우리 학교 좋다’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습니다다.”

김씨는 학술정보관에 10점 만점에 9점을 줬다. 이용하려는 학생이 많아 앉을 공간이 부족한 게 부족한 1점의 이유였다. 

“학생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학생이 이용할 수 있잖아요. 학술정보관을 한 사람이라도 더 이용해서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학생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또 현재 학생회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원어민 교수와의 성경공부나 외국인 교환학생들과의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넓고 시설이 좋은 학술정보관에서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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