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들 “‘등록금 감사’ 개념 모호…권한남용”

감사원이 지난 7일부터 사립대 등록금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감사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이 국공립대학이 아닌 사립대학을 직접 감사할 수 있는지와 등록금에 대한 감사가 적법한지 여부가 논란의 중심이다. 이와 함께 교과부 주도가 아닌 감사원 주도의 감사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이 사립대 감사의 적법을 내세우는 근거는 감사원법 제23조와 제24조다. 제23조(선택적 검사사항) 7호에 따르면 ‘민법 또는 상법 외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립되고 그 임원의 전부 또는 일부나 대표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하여 임명되거나 임명 승인되는 단체 등의 회계’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8일 “사립대 재단이 바로 이 ‘단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조항에 따르면 감사원은 사립대의 ‘법인회계’ 부분만 감사를 할 수 있다. 등록금은 ‘교비회계’에 속하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제24조(감찰 사항)를 근거로 제시했다. 제24조 3호에 따르면 ‘제23조 7호에 규정된 자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임원 및 감사원의 검사대상이 되는 회계사무와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직원의 직무’에 대해 감사원이 검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이 근거에 대해 “원칙적으로 사립대는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립대가 국가 예산을 지원받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감사를 할 수 있지만, 사립대 회계 전반에 대해 감사원이 직접 감사를 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학장은 “사립대는 국비로 지원받은 부분에 대해서만 감사를 받으면 된다”면서, 특히 이번 감사의 초점인 등록금은 감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등록금은 국가 예산과는 별개라 감사 대상이 될 수 없다. 때문에 감사를 한다면 국비 지원 예산의 출처를 밝혀나가며 전체 재정 상황을 미뤄 짐작하는 방식이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대 교수는 교과부 대신 감사원이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오 교수는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교과부 대신 감사원이 감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법에 의해 주어진 권한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교과부 관할 기관들이나 단체들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감사 권한이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용상 필요할지라도 명확한 근거 없이 감사를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뜻으로 자칫 ‘권한 남용’이 될 수 있다는 것.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교과부 역시 전반적 관리·감독 권한만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관련 “교과부 감사도 자칫 잘못하면 권한을 남용해 사학의 자치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 감사는 문제의 우려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교과부 내에서도 감사원 주도 감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교과부 본래 권한인 대학 감사에 감사원이 앞장서서 칼을 휘두르는 실정에 대해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감사에 교과부의 의견이 전혀 반영이 안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7일부터 감사원 예비조사가 시작된 모 대학 법인에 온 전체 11명의 감사팀 중 교과부 직원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실무적인 감사 업무는 10명의 감사원 직원들이 수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감사원 측은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제24조 3호에 명시된 ‘회계사무와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직원의 직무’에 대해 “법인과 대학은 불가분의 관계”라면서 “감사원의 감사는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감사원이 사립학교에 대한 재정 감사를 여태껏 진행해 오고 있다”면서 “학사운영 전반에 대해서 직무감찰도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렇게 감사원이 포괄적인 근거를 내놓는 데에 대해 좀 더 명확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전종혁 서울대 법대 기획부학장은 “감사원이 내세운 이유가 ‘대학의 등록금이 높다’는 것인데, 등록금 감사라는 항목의 개념 자체가 상당히 모호하다”며 “등록금에 대한 것이 아니라 등록금을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쓰느냐를 따지겠다는 것인데, 이건 사실상 감사원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고 상당히 무리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등록금 감사’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사립대에 대한 등록금 감사의 범위부터 감사원이 제대로 밝힐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인 감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원칙적으로 감사원은 등록금을 직접 감사한다고 밝히지는 못하겠지만, 실제 감사 현장에서는 등록금에 대한 감사도 진행하는 ‘편법’ 형식으로 감사가 추진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대학들은 감사원의 사립대 감사에 대해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이미식 서울여대 기획정보처장은 “교과부도 아닌 감사원이 왜 사립대를 감사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난주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에 다녀왔는데 많은 처장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수 조사를 한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는 등 감사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기중·김봉구·송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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