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력 부족… 대학 절반 종합감사 한차례도 안받아

대학들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가 7일 시작된 가운데 주관 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 감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사립대학 부정·비리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4년제대 157개교, 전문대학 135개교) 설립 후 종합감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사립대가 절반이나 됐다. 4년제대 78개교(49.6%), 전문대학 59개교(43.7%)가 종합감사 실적이 전무(全無)했다. 적립금 규모가 큰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사립대도 설립 이후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대학을 관리·감독하는 교과부의 감사 인력이 부족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교과부 사학감사팀 관계자는 “사학 감사 인력이 7명이다. 1년에 5번의 종합감사와 20번의 회계감사를 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교과부가 아닌 감사원이 전문 인력을 동원해 대학 재정 실태와 예산 집행 내역을 살피는 대규모 감사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양건 감사원장을 만나 대학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감사에 임해줄 것을 당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감사는 감사인력만 200여명이 투입되는 감사원 창설 이래 최대 규모의 감사다. 그간 교과부가 감사인력 부족 등으로 들춰내지 못한 방만한 경영 실태와 불투명한 예산 집행 내역 등을 집중 점검하겠다는 의도다.

대학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교과부가 아닌 감사원이 전면에 나선 것을 두고 사립대에 대한 이번 감사가 감사원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는 적법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미식 서울여대 기획정보처장은 “교과부도 아닌 감사원이 왜 사립대를 감사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난주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에 다녀왔는데 많은 처장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수 조사를 한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는 등 감사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교과부는 그동안 회계 감사를 벌여왔으나 사립대 등록금은 감사 대상이 아니었다. 등록금은 감사원이 확실한 권한을 갖는 국비로 지원된 대학 예산도 아니다. 감사원 개입부터 감사 지침, 결과에 따라 사립대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대학 문제를 감사원에 맡겨놓을 게 아니라 교과부가 이번 감사를 계기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들은 부족한 교과부 감사 인력을 확충하거나 외부감사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잇달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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