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5개 국공립대학교 교수(협의)회를 대표해서 한국대학신문 창간 1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해방 이후 우리 대학은 운영의 민주화, 교수의 자율화 및 연구의 자유화가 보장되지 못 하고 독재권력의 유지를 위한 국민의식의 동질화 생산기구로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육관료와 족벌체제의 사학재단은 독재권력과 영합하여 부정한 이득을 취하고 대학을 지배하여 왔습니다. 여기에 어용지식인, 해바라기성 교수들이 이들에 기생하여 보직을 차지하거나 정치판을 기웃거려 진출하는 등 반지성적 행태를 보였고, 그런 능력(?)도 없는 교수들은 이러한 교육풍토에 순치․방관․체념하여 왔습니다. 87년 6월 민중항쟁은 우리 사회가 파쇼권력에 굴복하여 왔던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의식있는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그동안 친목단체에 불과하였던 교수회를 심의의결기구 형태로 개편하고, 임명제였던 총·학장직을 교수들의 직접선거로 뽑고, 대학본부에 집중되었던 학사운영이 학과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등 대학의 자율성 확보를 주장하고자 노력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학부제, BK 21 등 교육정책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하여 기형적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반교육적 정책들을 잇달아 강행하고 있습니다. ‘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포장한 국립대학발전계획은 그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하면 교육부가 그 동안의 정책적 실패를 은폐하고 대학의 위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대학과 교수, 그리고 국민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학문의 질을 저하시키고 교수를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교수 계약․연봉제를 강제하는가 하면,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국립대학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대학정책은 결국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기초학문을 붕괴시키고 대학 서열화를 더욱 고착 강화할 것입니다. 대학이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대학언론의 사명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한국대학신문이 벼랑으로 치닫고 있는 대학을 구하는 날카로운 지성의 펜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창간 14주년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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