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우리나라 대학은 일반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 등 모두 합해서 2백86개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3백76개로서 무려 90개가 불어났다. 이같은 대학의 증가는 인구증가와도 비례하지만 정비례는 아니다. 인구증가률은 지난 수년간 서서히 둔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인구증가률이 둔화되고 고교 졸업생이 대학정원에 밑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새삼스럽게 일부대학들의 필연적인 몰락의 시작이라고만 보는 것은 잘못이다. 정원미달로 인한 일부대학의 위기는 이미 일찍부터 있어 왔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대학 서열주의다. 졸업후 취업의 문턱에서 이것만이 절대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상 학생들은 처음부터 앞줄에서 밀려나면 재수 삼수 몇수라도 하니까 고교졸업자가 지금의 반으로 줄어도 일부대학의 공동화 현상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들의 몸집불리기도 큰 원인이다. 그동안 수도권대학들은 정원에 묶여 있는 대신 지방에서 소규모로 출발한 대학들은 거의 예외 없이 종합대학으로 바뀌며 군살까지 덧붙이는 수순을 밟아 나갔다. 이런 원인과 함께 시장경쟁 논리가 판치고 교육부나 일부 기업의 지원 기타 김밥장수 할머니의 평생 모은 돈까지 기부금도 모두 유명대학에만 몰리고 있는 이상 허약한 대학일수록 더욱 위독해진다. 지금 바야흐로 많은 대학들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 때문일 것이다. 유명대학이 못해 주는 것을 해 주려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차별화 해 나간다. 그런데 그런 대학에 가보면 대번에 시설과 운영방식 등에 감탄하고 우수한 교수진에 감탄하면서도 왜 그동안 그런 사실들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지 아쉬워하게 된다. 대학도 기업이라고 외치면서도 그만큼 현대시장에서 절대적인 홍보의 가치를 너무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노력을 해도 늘 강의실이 비게 되고 대학운영을 등록금에만 의존하게 되어 있다면 설립자는 마땅히 대학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 그 대학을 다른 대학으로 합병시키든지여유 있는 기업이 맡아서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회를 갖게 하든지 시민대학으로 바꾸든지 해야 할 것이다. 재정적위기에 몰려 있는 일부 사립대는 불미스러운 소문이 자주 따른다. 교수채용에 금품이 오고 간다는 일부의 소문도 대개는 그런 대학에서 나온다. 재단 회계상의 부정이나 운영의 횡포로 내분이 일어나고 학사운영에 큰 차질을 빚는 것도 대개 그런 대학들이다. 대학은 개인 소유가 아니다. 또 대학은 한번 태어났으면 없어져서도 안 된다. 그러므로 부모가 제 자식을 기를 능력이 없으면 다른 양육자라를 찾아서 길러야 하듯이 대학도 항상 가장 좋은 조건에서 이 나라의 인재들을 길러내어야 하며 그 양육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사회와 국가가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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