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사회와 인생 리모델링 인생후반기의 재설계를 다룬 책들이 출판가의 신조류를 이루고 있다. 노령사회의 도래로 사십은 이제 ‘코흘리개’이고 육십은 물론 칠십, 팔십까지도 여건만 허락하면 사회활동이 가능해졌다. 고령화에 따른 이모작, 삼모작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과는 달리 불황과 젊은피를 요구하는 사회풍조는 직장인의 조기은퇴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불안한 시절에 젊은 날의 역경을 딛고 중년 이후에 화려한 인생반전을 이룬 사람들의 에피소드는 희망을 전하는 복음이 아닐 수 없다. ▣무명배우들의 인생역전 드라마 중국 한 무제(武帝) 때의 인물인 주매신(朱買臣)과 공손홍(公孫弘)은 가난 때문에 아내에게 버림받거나 돼지를 길러 생계를 꾸리면서도 현실 앞에 무릎을 꿇지 않고 발분한 끝에 남들은 은퇴를 하고도 남을 늦은 나이에 벼슬길에 올라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영국 태생의 이혼녀 작가 지망생 J.K. 롤링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아기에게 우유 대신 물이 담긴 젓병을 물려야만 했던 참담한 생활을 딛고 일어서 세기의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록 인간적 자존심인 항심(恒心)을 지키기 위한 안정적 재정기반이 될 항산(恒産)이 없을지라도 자기인생을 장엄하게 장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 즉 항몽(恒夢)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배짱의 미학’ 취업난에 고통받고 있는 대졸실업자나 경기침체로 정년보장을 기대하기 힘든 직장인이나 현실이 버겁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회색빛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복권 당첨으로나마 인생역전을 몽매에도 그리는 서민들의 병적인 사행열풍은 정상적 희망을 차압당한 우리시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마냥 낯선 외래어일까? 전국시대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청년시절 청운의 꿈을 안고 마쓰시타 가헤라는 성주의 가신으로 들어가 요직에 발탁됐으나 부당한 모함 때문에 주군으로부터 퇴진을 종용받자 “부하도 상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거액의 퇴직금과 취업알선 제의도 뿌리치고 독립, 고생 끝에 천하를 움켜쥐었다. 미천한 짚신장수에서 출발, 현실의 도전에 정면승부수를 던지며 패권을 노렸던 한 사내의 ‘배짱의 미학’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 ▣‘벼룩정신’은 비전을 실현하는 열쇠 영국의 경제평론가 찰스 핸디는 20세기가 조직이 개인의 시간을 사는 대신 고용안정을 약속한 대기업 중심의 ‘코끼리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프리랜서화 한 개인이 무소속 배우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야 하는 ‘벼룩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벼룩은 다리가 발달돼 자신의 키에 비해 최고 100배 가까이 도약한 기록이 있다. 미래사회의 코드를 판독할 안목과 개인의 능력을 꽃피울 실천이 수반된다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벼룩의 다리’는 훨씬 길어질 것이다. 미래의 꿈에 투자하는 ‘벼룩정신’은 잿빛 절망을 푸른 희망으로 치환해 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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