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러곳을 보고 돌아 온 어느 교수는 이 나라를 농업국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이 농업국이다. 우리나라 시장에는 이 두 나라의 농산물이 가장 많이 넘치고 있다. 그리고 값도 싼 편이다. 특히 중국 농산물은 아주 싸다. 이 외국산 농산물 때문에 한국의 농촌경제는 진작부터 망하는 과정을 되풀이해 오고 있다. 좀 있으면 아마도 우리는 외국산 농산물만이 아니라 외국산 교육도 많이 먹고 살게 될지 모른다. 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 등 연령층에 따라 입맛에 따라 맛좋고 값싼 교육이라는 외국제를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와 달리 비싼 학비의 해외유학이 아니라 그냥 이 나라에 주저앉아서 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교육개방이 그것이다. 그러나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곧 WTO에 교육시장개방 1차 양허안이 제출되고 그후 한걸음 두걸음씩 협상과정에서 뒷걸음질을 치게 되면 우리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고 귤나무를 뽑아 버리듯이 교육시장도 외제가 판을 치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로 이런 우려는 초등학생부터의 조기유학붐과 함께 이 나라의 엄청난 영어학습 붐을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영어만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이 나라의 교육열과 서구지향적인 가치관은 이 나라를 언젠가는 외국학원 기업들에게 교육시장을 완전히 내주고 말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육시장만 망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제주도의 귤 대신 미국의 오렌지를 먹어도 건강에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를지만 교육은 우리 민족 정체성 자체의 근원적인 멸살을 가져오고야 말 것이다. 지식만 배우는 것이 교육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개방은 농산물이나 공산품개방처럼 흥정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학교가 있고 좋은 교사가 있더라도 자식은 부모의 가르침을 받아가며 자라야 되듯이 교육의 기본적 주체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속의 한국인이어야 한다. 그리고 외국학교 외국교사를 찾는 것은 유학일 뿐이어야 한다. 즉 잠시 외국에 머무는 유학(留學)이거나 타향에서 배운다는 유학(遊學)의 개념으로만 유지되어야 한다. 다만 한국의 대학 특히 상위권대학들은 교육시장으로 치자면 지금까지 어떤 경쟁자도 없는 특수 조건 속에서 자기혁신을 거부한 채 너무도 구태의연하게 자리를 지켜 왔기 때문에 고등교육에 대한 교육개방은 잘만 된다면 우리 대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나쁠 것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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