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개나리 복사꽃 살구꽃 등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 지금은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계절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인간사회는 때때로 너무 더럽고 살벌하다.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고 있는 이라크의 학살터도 그렇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충남 보성초등학교 언저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도 너무 추악하고 또 살벌하다. 원래 학교는 인간의 만남의 자리로서는 저 꽃피는 봄동산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왜냐면 학교는 남남으로 만난 사람들이 이해관계를 떠나서 사제간의 정을 쌓고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쌓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의 현장에서 이런 아름다움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교육의 현장이 야수들의 전냉터나 다름없는 무지와 폭력의 싸움판으로 변한 곳이 이번 보성초등학교다. 이 사건은 한 기간제 여교사가 교장을 위해서 집에서 커피를 타가기 시작한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교장과 여교사는 반은 달랐어도 예전에는 한 학교의 선생과 학생 사이다. 그러므로 커피 사건은 순수한 사제간의 정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죽은 자가 말이 없기 때문에 사건의 구체적 진실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나타난 현상으로만 보자면 그 주변의 목청높은 각종 이익 집단들이 때를 만난 듯이 본인들을 제치고 학교의 주인이 되어 이를 짓뭉개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교조나 교총이나 학부모나 그들이 아무리 그 여교사와 서교장과 학생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직접 당사자는 아니다. 그런데 서교장은 이미 고인이니 말을 못하겠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권리와 배울 권리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애들은 잘못하면 부모에게 혼날 것이고 교사들은 핏발이 선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서 떨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일간지 전면 한 페이지 서교장 장례식 기사의 다분히 선동적인 내용과 함께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등교를 막고 교사 3인의 사퇴를 요구하고 전국 교장단과 전국 교총까지 이 분위기에 가세하고 있는 것은 교육관계 집단들이 거의 폭력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교사 3인을 전교조라는 이유만으로 집단의 힘으로 내쫓아 밥줄을 끊는다면 이것이 살인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학부모들의 그런 요구에 대해서 교총이나 교장단은 배후에서 이들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왜 전교조 때리기에만 바쁜가? 전교조 편을 들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권위주의적 정치적인 집단으로 변질되는 인상이 짙다. 그것이 이번 사건을 유발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교육계의 거의 모든 단체들이 자성해야 한다. 어떤 단체도 권위주의를 버리지 않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으며 아니면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교육현장의 개개인의 학생과 개개인의 교사들을 위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대학의 학생단체나 교수단체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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