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구욱 영산대 총장

지방대학 위기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는 지역발전의 중심체로서 지방대학을 육성하겠다는 기본 방향과 함께 그 추진방안으로 지역발전과 연계된 대학의 특성화에 대한 ‘선택과 집중’ 방식의 지원을 제시했다. 그동안 지방대학이 지역발전을 위한 인재양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감안할 때 지방대학의 육성을 지역발전과 연계시키고 대학의 특성화를 강조하는 정책 방향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성화에 대한 요구가 지방대학의 위기에서 시작된 만큼 특성화를 지원하는 정책은 지방대학 위기의 근본적 원인인 과잉정원과 불합리한 서열화 등에 대한 해소와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다양성, 효율성, 형평성 등 대학에 대한 국가정책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준들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지방대학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방대학을 살릴 수 없다. 지방대학 위기의 핵심인 대량 미달사태는 과다한 입학정원과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서 초래된 구조적인 문제로 대학의 특성화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시장에 의한 수급조절 기능이 불완전하므로 과잉정원 해소를 위해서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데, 대학교육의 질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자발적 정원감축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이 될 수 있다. 한편, 불합리한 대학의 서열화는 서울 및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대학의 특성화가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면 그 이전에 공정한 경쟁조건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현존하는 서열화 구조를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지방대학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모든 대학간에 공정한 경쟁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쟁조건의 공정성과 관련하여 국립대와 사립대 간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차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의 재정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채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담당해온 사립대에 대해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국립대와 사립대 간의 역할 정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학의 특성화에 대한 평가에서 인지도나 교육여건 면에서 기존대학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후발대학에 대해서는 특성화 의지와 발전 가능성을 중시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지방대학이 지역발전을 위한 인재양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것은 지방대학이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대학의 교육과 지역산업의 인력수요는 불일치했고 대부분의 대학들이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이제 지방에는 서울의 주요 대학과 경쟁할 만한 대학이 거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특성화와 ‘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원이 강조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나친 선택과 집중이 대학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비효율성과 또 다른 불평등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은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배출하고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필요하다. 이것은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특성화계획이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고 지역내 대부분의 대학과 학과가 원천적으로 특성화 대상에서 배제된다면 지방대학 육성정책 자체가 심각한 소외와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 과도한 집중은 효율성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상호보완적 기능들이 존재하며 그 중에서 어느 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육성하게 되면 막대한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성과가 떨어지는 비효율성이 초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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