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들이 졸업장에 꽃다발을 들고 정들었던 교정을 떠났다. 그리고 또 새 식구들이 꽃다발을 받으며 들어와서 선배들이 떠나간 빈 자리를 메꾸고 있다. 해마다 새봄 새학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와 비슷한 일은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도 있었다. 먼저 대통령이 꽃다발을 받으며 떠나고 새 대통령이 꽃다발을 받으며 먼저 주인이 비우고 떠난 빈 자리를 메꾸었다. 같은 시기에 대학이 새 학년을 맞고 나라가 새 정부를 맞는 것은 우연이지만 이 둘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연 대학이 없이 오늘의 노무현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새 정부를 탄생시킨 것은 젊은 세대들이다. 그 40대 이하의 젊은 세대들 중심에는 대학생들이 있다. 그들은 3백57만 7천여명이다. 거의 우리 국민 전 유권자의 10분의 1에 가까운 수이며 그들중 대다수가 유권자다. 오만과 독선과 자만에 빠져서 나라의 운명을 오도하고 있던 기존 언론의 잘못된 선거판을 뒤집어 엎고 새 역사를 만든 공로는 인터넷이요 그것도 젊은 세대들의 것이었다. 결국 지금의 대학생들은 물론이고 이미 그렇게 졸업장을 들고 나간 많은 젊은이들이 구세대들과 다른 올바른 비판정신을 갖고 우리 분단국가의 현실을 바로 보고 민족적 자존심을 지킬 줄 아는 당당한 세대로 성장해 있지 않았다면 노무현정부 출범은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그같은 참신한 세대들을 길러낸 것은 교수들이다. 교수들은 직접적 강의를 통해서만 제자들을 길러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 나라 분단의 역사 뒤에는 얼마나 많은 국제적 음모가 있었고 지금도 있는지,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기만당해 오고 있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는 것은 교수들의 연구논문들이다. 분단문제만이 아니라 요즘의 재벌개혁문제를 비롯해서 정치나 경제나 모든 분야에 얼마나 많은 비리가 얽혀 있고 우리가 얼마나 억울하게 빼앗기며 살아오고 있는지를 확실한 고증을 통해서 밝혀 주고 있는 것도 교수들의 연구 논문이다. 기술분야의 연구성과도 매우 크지만 인문 사회분야에서 교수들이 해온 많은 것은 우리 대학생들에게 현실을 바로 보는 새로운 안목을 길러주었으며 그 학생들이 새 역사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힘이다. 그러나 집단화된 지식인의 힘은 때때로 자만과 독선에 빠진다.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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