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기 전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수회를 대학 의사 결정의 중추로 삼겠다’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늦게나마 교육행정 당국이 교수회의 위상 문제를 스스로 제기 한 것은 퍽 다행한 일이다. 여기에서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은 대학의 사정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현재도 대부분의 국공립대학에서 교수회는 대학의 학칙에 규정된 법제화 기구이다. 다만 교수회의 성격이 집행기관인 대학의 총장으로부터 독립된 기구로서 얼마만큼 대학행정에 견제와 균형이라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가가 문제이다. 일부에서는 대학의 교수회가 의결기구화 될 경우 대학 집행부와의 갈등으로 대학행정의 엄청난 혼란이 야기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학 교수회는 임의단체도 심의기구도 아닌 확실한 의결기구로 자리 매김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먼저 헌법이 보장한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대학 교수회는 의결기구화 되어야 한다. 과거 정권하에서 우리의 대학 교육정책은 너무나 시행착오를 많이 했지만 이에 대한 비판과 견제장치는 너무도 미흡했다. 관료적이고 독단적인 교육행정에 대해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오죽했으면 ‘대학이 살려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없어져야한다’는 ‘교육부 무용론’을 제기했겠는가. 아직도 교육부의 지시와 명령은 단위 대학 행정의 확고한 지침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교육은 대학에 맡겨야 자율성과 창발성이 살아난다. 국민 참여가 제도화되어 가는 이 시점에서 노무현정부는 합법적인 교수단체의 의사가 대학행정에 적극 반영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학 행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대학의 예산이 증대되고 행정업무가 폭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수회는 이를 견제 비판 감시뿐 아니라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 국공립대학의 산적한 문제뿐만 아니라 사학의 고질적인 재단 비리와 파행적인 대학운용을 막는 길은 교수회를 통한 비판과 감시라는 자정장치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우리는 대학 교수회가 실질적인 의결기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몇몇 국립대학의 행정이 훨씬 투명하고 교육의 수월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현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대학의 교수회는 임의단체가 아닌 법제화된 의결기구로서 자리매김 해 대학의 행·재정적인 문제에 대한 견제와 비판뿐만 아니라 대학 발전을 위한 건전한 정책적인 대안도 아울러 제시해야 한다. 우리 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가 올해의 사업 계획 중 교수회의 의결기구화를 우선 사업으로 확정한 것도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선 총장들의 교수회의 의결기구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교육 관료들의 열린 의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배 한 동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 상임의장·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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