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성균관대 학무팀장>

싱그러운 5월이다. 잠깐 사이 연두색 잎들이 맺히는가 싶더니 아주 대견하게 녹음이 드리워져 있다. 계절의 속도감이 점점 빠르게 느껴진다.

나는 간혹 밤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학교에 군복 차림의 학생이 눈에 띄게 많던 날이다. 복학생들의 예비군 훈련이 있었던 모양이다.

교문 근처를 지날 무렵 수위 한 분과 학생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옆에 있는 수위 한 분은 숨을 몰아쉬며 못내 분을 삭이고 계셨다. 예비군 훈련을 마친 학생들 한 무리가 교문 안쪽 부근에서 술을 마시다가 얼마나 기분이 고조되었는지 가공할만한 고성방가를 한 모양이다. 그 결과 동네 주민들이 잠을 못 자겠다고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그 수위 분은 한 두 번 보아온 풍경도 아니고 해서 언성을 높여 뭐라고 뭐라고 하고......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이후 상황은 다 알 것이다.

이쯤 되고 보면 대학이 도대체 무엇하는 곳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은 교수, 학생, 직원 등 여러 구성원이 어울려 생활하는 공간이다. 이런 상황에선 지성의 공간이며 진리 탐구의 장이라는 소위 '대학'의 의미는 한 순간 빛 바래지고 만다.

나는 대학의 의미를 소박하게 생각한다.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라고 말이다. 대학이라면 최소한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만큼은 충실해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몇 년간 대학의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대학에 만연하는 각종 비합리성, 비윤리성은 일반사회의 잘못된 질서의식보다 훨씬 더 지나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주차금지구역에 주차하는 용감무쌍한 행위, 장애인 주차공간에 주차하는 낯두꺼운 행위,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 아무렇게나 부착되는 각종 게시물들, 청소 아주머니들이 하루 종일 주워도 계속 버려지는 담배꽁초, 금연구역인 건물 내부에서의 흡연, 복도나 강의실에서 발작적으로 울리는 휴대폰 소리, 강의실에서는 수업 중인데 내 모른다 꽹과리소리, 화장실에서 윗통 벗고 육체미 과시하며 머리감기 등등.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일부 특정 대학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닐 듯 싶다.

물론 대학은 도서관에 파묻혀 공부만 하는 곳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학이 무슨 특전이나 주어진 듯, 주위의 시선은 커녕 뭐라고 옆에서 말려도 오히려 말리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블랙홀과 같은 이색지대라 생각하여서도 안될 일이다. 그런데 요즘 대학은 그러한 엉뚱하고, 대단한 기인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정말 이건 아니다 싶다.

세계가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한 오늘날,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선진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대학은 진정한 실력자를 길러내야 한다. 전공지식만 특출하다하여 실력자라고 인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건강한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인재양성! 이것이 오늘날 우리 대학이 가져야 할 참된 역할과 기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론 매체에 아침저녁으로 오르내리는 정치, 사회분야의 그 지독한 패러독스, "기본을 어겨야 사회 지도층"이란 못된 풍조가 대학에서마저 풍미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주장과 권리만 있고 수용이나 책임이 없다면 정말 큰일이다. 나의 이러한 걱정이 기우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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