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중<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근 일부 언론이나 일부 인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그러나 침해받고 있는 것은 언론 자유가 아니라, '언론 자유'라는 개념이 아닐까? 언론의 비리를 밝혀내고, 비리 언론 사주를 처벌하는 것도 언론 자유 침해라니!

발행 또는 발행인의 자유가 한때 언론의 자유 전부를 의미할 때가 있었다. 정권은 발행 그 자체를 통제했고, 발행을 허용하기만 하면 누구나 언론사를 비교적 쉽게 운영할 수 있었던 시절에는 그랬다. 설사 일부 부도덕한 '언론사(주)'가 있어도, 양식있는 언론사의 존재가능성은 열려 있었다. '개인 발행의 자유'를 보장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론 자유의 본질은 사회적 자유이다. 언론 자유란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는 공간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사를 소유, 운영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요즈음 발행인의 자유 즉 언론사의 자유가 언론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될 수 있을까? 언론사의 사유 화가 이루어지더라도 언론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것일까?

우리 나라는 일제 강점기, 수십 년의 독재 정권을 거치면서 언론이 언론으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불행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5.16이후 박정희 정권이 행한 언론 기업화 정책으로 언론의 보수화, 순응화를 겪어 온 경험도 있다. 언론탄압의 문제 못지 않게 이 시기 언론 스스로가 발생시킨 폐해 또한 적지 않았다. 정권을 옹호하기 위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왜곡된 보도를 해왔을 뿐만 아니라, 신문이 정권을 창출한다고 나서기도 하였다.

이런 신문사(주)의 비리를 옹호하는 것도 언론 자유인가?

우리는 현 정권 들어서 개혁이라는 말을 귀가 아프게 들어 왔다. 아마도 이 정권이 개혁을 화두로 내세웠고, 정권 초기 그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개혁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애초부터 이 정권이 가진 한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의 책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일부 신문들은 그나마 이루어지고 있는 햇볕정책에 시비를 걸었다. 국가보안법의 개폐 논의에 딴지를 걸고, 지나친 상호주의를 강조하거나 미국 매파들의 시각을 확산시켰다. 경제적으로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보다 인원삭감을 통한 구조조정, 무모한 공기업 민영화를 부추겼다. 정치적으로도 언론은 소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구조 개편 논 의보다는 지역 정치 구조의 재생산, 여야 정쟁의 확산에 기여하였다. 사립학교법 개정 논의에서 친 재단적인 언론의 시각이 사립학교법 개정의 발목을 잡았다. 이미 우리 언론의 대다수는 반개혁적이다.

이런 언론들을 개혁하고, 진정한 언론자유를 위해 오래 전부터 언론 개혁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일부 신문과 한나라당은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언론탄압'이라 규정하고 언론개혁의 걸림돌이 되고자 한다. 세무조사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는 엄격하게 말하자면 언론개혁 문제가 아니라 조세정의, 경제정의 차원의 문제이다.

문제는 어떻게 사회적 공기인 언론사에서 각종 비리가 가능했을까 라는 점이다. 이미 부도덕한 사유집단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고 언론이 진정한 사회적 공기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언론개혁이다.

최근 상황을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언론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심지어 '홍위병'으로 매도하는 지식인들이 있다. 언론개혁의 전면에 나서지는 못할 망정 신문의 대변인 구실을 하다니. 도덕의 결핍인가, 역사 인식의 부족인가. 나는 지금 현 정권에게 언론 장악 의도가 전혀 없으리라고 믿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비리 언론을 옹호할 수 없지 않은가. 세금 탈루, 부당내부거래가 정치적 거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하고, 언론 사유화를 막을 수 있도록 언론 개혁을 주장하는 것이 지금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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