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순천대학교 기초과학부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과학기술위원장)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국가에서 생명윤리 특히 인간복제에 관련한 윤리논쟁이 한창이다. 특히 21세기 과학기술의 핵심으로 간주되고 있는 생명복제기술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인류에게 불행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생명복제의 잠재적 위험성도 높고 우생학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으며, 사회적으로 생명경시풍조가 팽배해질 것이라는 지적 이다. 이러한 위험성이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내용은 인간 배아 복제 부분이다.

배아(Embryo 胚芽)란 정자와 난자가 만나 형성된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시작한 직후부터 자궁에 착상되어 태아가 되기 전까지를 말하며 배아간세포 (Embryonic Stem Cell.幹細胞)는 배아기를 통해 간(肝)이나 폐, 심장, 뇌 등 220여개의 특정 장기로 분화될 수 있는 전능세포이다. 배아에서 분리된 배아간세포는 조건에 따라 심장이나 신장, 간, 혈액, 신경, 피부 등 인간의 온갖 장기와 신체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갖는다. 현재 분리된 배아간세포를 실험실상에서 110여가지의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다.

배아간세포 연구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곧 인공장기를 생산하는데 이용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인간 장기의 복잡한 구조로 인공장기를 생산하는 것은 아직은 불가능하다. 현재 배아간세포가 가장 높게 활용될 수 있는분야로는 환자에게 간세포를 직접 이식하여 손상된 조직을 치료하는 간세포 치료법이다.

간세포를 간경변이나 간염으로 손상된 간에 주사하면 이를 회복시킬 수 있으며, 손상된 연골을 회복시켜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으며, 화상환자에게는 새 피부를 재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간 배아간세포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근위축병, 당뇨병 등의 불치병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3년 후면 인간 배아간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실험이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생명복제, 의료산업, 유전자 변형 농작물과 식품, 컴퓨터의 발달과 정보사회 등 과학기술의 내용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 생활 속까지 깊숙하게 침투해 들어왔으며 현대를 살고 있는 인간은 모두 과학소비자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비롯해 인간의 행복추구권, 건강권, 사생활 보호권, 평등권 등 우리의 기본 권리의 보호를 위해서 과학기술의 내용에 대해 사회에서 합의된 가치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과학기술자들 스스로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알기 쉽게 설명해서 일반 시민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해하고, 그 내용을 수용하며, 발전을 지지하는 등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의 공공복리적 기능의 당위성을 획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반사회적 발달은 과학자 스스로가 이를 차단하고, 또한 일반 시민이 거부하도록 하는 것도 과학기술자들의 책임이 된 것이다.

생명공학 및 기술에 관한 적절한 규제는 무분별한 기술의 남용을 막을 뿐 아니라 건전한 생명공학의 육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이다. 과학기술자들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과학기술발전의 속도에 매몰되어 연구의 사회·경제·정치적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채 가치 중립적 입장에서 연구개발에만 몰두하는 것보다는, 이런 과학기술의 윤리적·철학적 측면과 자신의 연구와의 관계를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이제는 과학기술자들 스스로가 연구윤리를 확립해서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를 유도함으로써 공개적으로 과학기술을 연구·발전시켜 과학기술의 공공복리성과 경제성을 함께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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