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관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대학교육의 질 관리'는 21세기 정보화 사회, 경쟁체제에서 대학이 살아남기 위한 화두다. 그동안 양적 팽창에만 급급했던 우리의 대학들은 변해야 살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품질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TQ(M)(Total Quality Management·비영리조직에서는 대개 이를 'TQ'라 부른다)는 고객초점(Customer Focus), 지속적 개선(Continuous Improvement), 총체적 참가(Total Involvment), 사회적 네트워킹(Societal Networking)의 4대 혁명을 기본으로 하는 신체제적 품질운동이다.

이는 과거의 품질운동과는 달리, 산업계 뿐 아니라 교육계, 정부, 군대, 병원, 비영리단체들까지도 필히 도입해야 할 새로운 경영철학으로,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대학의 90% 이상이 TQ를 도입한 상태. 영국, 캐나다, 호주, 동남아, 동구권에서도 사례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같은 시점에서 대학 개혁의 새로운 접근방법이 될 TQ를 소개한다.

리더쉽(Leadership)을 바꾸자.
금년에도 많은 대학들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싸여 있다. 재단,총장,교직원이 갈등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 쪽에서는 경영권 수호를 외치고 다른 한 편에서는 민주화를 외친다. 이런 투쟁에서는 진정한 승리자가 나올 수 없다. 투쟁의 장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새 리더십을 심어야 한다. 경영권도 수호하고 민주화도 달성할 수 있는 리더십, 재단의 권위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구성원의 실질적 협력을 도출할 수 있는 리더십, 누가 총장이 되든 항상 생동하는 리더십. 대단한 능력을 지닌 카리스마나 영웅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TQ(총체적 품질, Total Quality)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문화도 바뀌고 리더십도 바뀐다.

학습하는 대학(Learning University)이 되자.
대학은 가르치는 곳이니까 배울 필요가 없는가? 학습은 전공 연구와 다르다. 뜨거운 불에 손이 데인 어린 아이는 다시는 불 근처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 뿐만 아니라 조직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학습을 한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학습한다. 그런데 우리 대학들은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다는 오만에 빠져 있다. "건전한 상식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은 구시대의 아마추어리즘이다.

총장과 보직 교수들은 자기 전공분야에서는 프로페셔널이다. 그러나 대학 행정, 팀관리, 서비스에는 아마추어들이다. 10년전, 미국 대학들이 TQ 프로그램을 도입할 당시, 대학총장들이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전해온다. 그들은 책을 구해서 읽고 세미나에 등록하여 수십시간의 연속 강좌를 들었다. 오레곤 주립대학 총장은 자기 대학의 TQ 강좌에 매시간 출석하여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공부했다. 총장, 부총장, 처실장, 직원, 심지어 학생회 대 표들도 공부하면서 프로그램을 시작했던 것이다.

진정한 사람관리(People Management)가 필요하다.
미운 사람, 고운 사람, 내 사람, 남의 사람, 계급, 신분, 기능, 그렇게 나누지 말자. 교수와 직원은 물과 기름이 아니다. 박애주의, 휴머니즘, 인간관계 기술같은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긴장된 대학 현장에서는 일과 업무 프로세스 중심으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대학조직을 인적자원의 시각과 프로세스 시각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인적자원 육성과 함께, 교육 프로세스, 지원 프로세스, 곳곳에서 교수와 직원들 이 뜨겁게 협력하는 체제가 바로 TQ이다.

양쪽 수레바퀴가 같이 굴러야 한다.
한 수레바퀴는 재단과 총장으로 대표되는 고위 리더십 그룹의 사명, 비전, 가치관(Mission, Vision, Values)이다. 재단이나 총장은 MV2를 시대에 맞 게 계속 업데이트하고 명시하고 대학 구성원들에게 알려 노력을 정렬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의 수레바퀴는 내외부의 니드(needs)이다.

교수, 직원, 학생, 정부, 기업, 단체, 사회 등, 대학의 주요 내외부 집단들 중에서, 그 동안 적극적으로 니드를 제시하고 이행을 감독해온 것은 오로지 정부 뿐이었다. 정부 외의 다른 집단들은 표현의 기회와 채널을 갖지 못하였다. 그래서는 안된다. TQ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MV2와 니드 데이터, 두 가지의 입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MBO(목표에 의한 관리)를 집어 치우자.
목표나 실적량을 강조하는 것은 단수가 낮은 관리방법이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과정이 결부되어 있다. 결과만 보지 말고 원인과 과정까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TQ 철학이다. 1차, 2차, 3차 원인, 근원적 원인까지 파고 들어가야 한다. 과정을 프로세스 모델로 분석하고 정보기술을 적용하여 재설계해야 한다.

원인·과정의 일부분은 개인 책임이고 일부분은 조직 책임이다. 개인책임도 중요하나, 조직책임 부분이 훨 씬 더 크다. 논리가 이러함에도, 연봉제다 인센티브다 하면서 개인 실적만 강조하면 일시적 효과는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조직책임 부분을 노출시키고 공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시스템을 바꾸고 지원 프로세스를 혁신해야 한다. 양적 성과 뿐만 아니라 질적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를 개발해야 한다.

점진적 도입 전략
TQ는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혁신운동이기 때문에, 좋은 절차와 방법을 적용하여 차근 차근 접근해야 한다. 다음의 8단계 절차를 거치면 학내외의 마찰도 줄어들고 총체적 품질을 지향하는 진정한 프로페셔널 대학의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8단계 초기도입과정은 방학을 포함한 1개 학기 정도로 충분하다. 그리고 뒤이어, "맬콤볼드리지(MB) 평가기준", "ISO 9000 등록", "6 시그마 프로그램" 등, 심화단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함으로써 비로소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 경쟁력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단계1: 총장이 직접 앞장 서야 한다. TQ 협의회(TQ Council 또는 Steering Committee)를 구성한다. 총장과 대학의 주요 간부를 중심으로 하되 품질전문가(컨설턴트)를 포함시킨다. 보다 화합적 분위기로 출발할 필요가 있는 대학은 재단이사, 노조 대표, 동문회 대표, 학생 대표를 위원에 포함시킬 수 있다.

단계2: TQ 협의회 위원들부터 TQ 연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TQ의 철학, 접근방법, 도구 등을 주내용으로 하여 15∼30시간의 수강과 토론시간이 필요하다.

단계3: MV2를 작성하고 구체화한다. 수백년 변치 않는 사명과 비전을 생각하면 안된다. 3∼5년 후의 진도와 성취에 집중하고, 경쟁과 도전을 고취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협의회가 태스크포스에 위촉하여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태스크포스는 주된 위탁자 집단을 염두에 두고 작업해야 한다. 개방적 토의로 아이디어를 수렴하되 재단이사회 또는 총장의 초안(draft) 및 컨설턴트의 조언을 참고한다.

단계4: 교수, 직원, 학생의 니드와 만족도를 조사해야 한다. 즉, ①조사전문가를 포함하여 연구팀을 구성하고, ②과학적 조사방법으로 조사분석하고, ③조사분석 결과를 집약하여 백서를 만들고, ④백서를 각 단위에 배부하여 검토하게 하고, ⑤대학의 품질 및 탁월성 척도와 측정방법을 협의회에서 최종 확인하는 절차로 진행하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품질 의식도 높아지고 차후 집행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캘리포니아대학(어바인)은 부총장이 조사업무를 총괄하는데, 인터넷 설문, 전화조사, 포커스그룹, 정기·수시조사, 서비스현장 조사 등, 연간 12회 정도로 적극적이고 조사결과를 공개한다. 과학적 조사 없이는 민주화도 경영권도 경쟁력도 모두 헛 구호가 될 것이다.

단계5: 협의회는 MV2와 니드 조사(두 수레바퀴)를 토대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발굴하여 그 중에서, ①대학의 취약 분야, ②전략적 중점사업, ③팀 자원을 고려하여,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지원 소요를 파악해야 한다.

단계6: 한시적 팀, 상설 팀, 자율관리 팀, 품질서클, CF팀 등, 각종 팀 모형을 활용한다. 팀 헌장을 통해 팀의 목적과 기본방향을 제시한다.

단계7: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개선의욕, 개선능력, 개선실적을 과시해야 한다. 따라서 교수와 직원의 업무개선 능력은 대학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과거에는 교육훈련에서 이론과 일반론을 중요시했으나 최근에는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내용에 집중하고 프로젝트 진행과 병행하여 주문형으로 교육훈련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편의상, TQ 기초교육은 단계2 시기에 지도자 연수와 합반하여 실시할 수도 있다.

단계8: 교직원들이 팀 회의에 나와 대책 없는 불평이나 하면 안될 것이다. 모범적 사례로, 미주리대학의 10개 팀 중 학생지도개선 팀(교수 7, 직원 8, 학생 2명)을 들 수 있다. 그들은 월 1∼2회 모여 1회 3시간 정도 토론한다. PDCA(계획-실행-점검-수정) 또는 MAIC(측정-분석-개선-통제) 사이클에 입각하여 활동한다. 그 회의록은 100쪽이 넘는데 모두 인터넷에 공개된다. 불평이나 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각 팀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창의적 노력과 팀웍을 고취 해야 한다. 그러나 진행상황을 파악하여 목표에 일치되는지 확인하고 팀을 지원해야 한다.

TQ 협의회는 ①과제, 목표와의 연관성, 팀에 대한 기대, ②보고 방법 및 일정, ③팀장 임명(또는 선출), 컨설턴트 지원사항, ④팀과 기존 조직과의 관계 등을 협의하기 위해 프로젝트 팀과 연석회의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