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모집이 시작되고 있는데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 몇 가지가 있다. 이번에 합격되는 1만1백18명의 고교생들은 그 다음에 어떻게 되나? 그리고 이 제도에는 아무런 모순도 없는 것일까?

이들은 2002학년도 대입생 중 1학기 수시모집으로 뽑히는 학생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고3 학생들이지만 아직 1학기도 마치지 않았으니까 고교 1년 성적과 2년 성적만으로 입학이 결정된다. 물론 여기에 교장 추천서, 담임교사 추천서 등이 있어야 하고 입학 후의 학업계획서도 있어야하고 기타 몇가지가 더 따르겠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교 1·2학년의 성적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입도선매(立稻先賣)나 마찬가지다. 아직 제대로 여물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성장정도를 보고 미리 값을 정해서 사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이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될성부를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처럼 초등학생일지라도 그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만 있다면 그때부터 합격증을 줘 놓고 기다려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며 그런 속담은 번번이 빗나갔다.

과연 고교 3년간 중 2년간의 학생부만으로 얼마나 충분한 예측이 가능할까? 특히 고교의 마지막 1년간은 누구나 가장 열심히 공부를 하는 시기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그 기간 중에 서로 얼마나 성적 의 차이가 벌어지고 생활태도도 달라질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1학기 수시모집은 입시생들이 가장 큰 변화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대한 검증의 기회를 생략해 버린 선발 고사가 된다.

가장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 입시제도라는 것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고3 1년간의 변화에 대한 검증을 생략한 입시는 그만큼 입시의 원칙과 본래의 취재에서 많이 벗어나는 셈이 아닐까?

운동장 열 바퀴 도는 육상경기에서 처음부터 1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마지막엔 꼴찌도 되고 꼴찌가 마지막에는 1등이 될 수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음 또 하나의 문제는 합격생들이 내년 봄까지 8개월간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들은 남은 기간을 마지막까지 아무리 학교 공부에 충실하려 하더라도 맥이 풀려서 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서 고교에 다니던 학생들에게 더 이상의 학교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러므로 이들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고교나 대학이나 부모나 교육부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일까?

물론 모범적인 학생들은 스스로 앞으로의 긴 공백을 유용하게 쓰겠지만 일단 합격증을 따 놓은 이상 다음부터는 놀며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확실히 '보장된 기득권'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렇게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실력 없는 교수 퇴출' 발언이 일부 교수들의 집단적 항의를 받았지만 어느 자리이든 기득권자가 되고 철밥통 자리가 되면 그 자리에 나태하게 안주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울타리 유지를 위해 교수 선발도 말만 잘 듣는 멍텅구리 자기 제자만 앉히기 일수고.

어쨌든 합격만 보장됐다면 그 다음에는 놀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므로 이번 수시모집이 마치 고교 2년밖에 못 다닌 미숙아 모집 결과가 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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