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기 의장을 새로 선출한 한총련은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곧 강령과 규약도 바뀌고 이름도 바뀌게 될 듯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한총련에 가입한 대부분의 대학마다 총학생회장은 당선 즉시 수배자가 되고 도망 다녀야 한다. 그런 수배자 대표가 해마다 누적 되어 가고 있다. 그러니 이적단체라는 멍에를 벗고 양지로 나오려면 조직의 합법화를 위한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서 강령도 바꾸고 간판도 새로 갈아 달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모처럼 새 대통령이 한총련을 봐주려고 해도 현행법 때문에 어려워진다면 한총련이 먼저 조금이라도 변할 필요가 있다. 이를 거부하고 종전처럼 다수 학생들의 관심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조직으로 남는다면 그것은 학생들의 전국적 대표조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만일 강령까지 바꾸고 간판까지 새로 갈아 달더라도 그것이 대중적 지지기반 확대로 영향력이나 키우고 또는 조직의 합법화에 의한 활동의 편의나 도모하자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것은 잘못이다. 학생운동은 이 나라의 대다수 정치인들이 그렇듯이 조직 확대해서 세력을 걸머쥐고 부와 권력으로 재미나 보자고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필요하고 올바른 학생운동 하는데 법이 정말 악법이어서 수배자가 된다면 그것이 아무리 고독한 투쟁이라도 그 목표를 버리지 말고 활동을 멈추지 않는 것이 젊은 시절의 진정한 학생운동이다. 그러므로 한총련은 대중적 지지기반 확대나 부득이한 합법화의 필요성 때문에 부득이 이런 저런 변화를 해보자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만인 강령을 바꾸고 투쟁목표를 바꾼다면 지금까지의 노선이 순수한 학생운동의 입장에서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어 있었는지 진지한 자기반성이 있은 후 그것이 변화의 동기가 되어야 한다. 과거의 연방제 통일방안 조항을 6.15선언으로 대치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민주화운동에 앞장 서온 우리는 북한 독재체제에 대하여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또 무엇을 왜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등 투쟁노선에 대한 투명한 이념적 정리를 하며 전국 학생들의 진정한 동의와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분단후 이 나라의 민주화운동은 곧 학생운동이었다. 학생들의 희생으로 이만큼 역사가 발전했다. 그렇지만 학생을 대표하는 조직들은 때때로 많은 오류도 범해왔다. 분단직후부터 그랬었다. 경솔한 현실인식과 함께 학생대표들이 자칫 새끼 정치가로 진작부터 타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총련은 이런 의미에서 겉만 바뀌는 정략적 변화가 아니라 오로지 순수한 학생단체로서의 내면적인 변화부터 시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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