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잠재력·적합성 평가…필요시 현장실사


#1. A씨는 지난해 한양대 기계공학부 수시1차 미래인재전형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교외 과학대회 수상경력이 있었지만 교내 활동이 미미했고 과학·수학 관련 교과 성적이 낮았기 때문이다. 한양대 입학사정관팀은 “지나친 교외활동으로 고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전공 관련 기초학업능력이 부족했던 게 탈락 이유”라고 밝혔다.

#2. B씨는 한양대 건축학과 수시1차 미래인재전형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2010년 한 해에만 집중적으로 전공 관련 캠프활동을 해온 데다가 전공 교과 성적은 매우 낮았던 게 이유였다. 한양대 입학사정관팀은 “전공 관련 캠프 수료증이 2010년에만 편중됐고, 전공 활동이나 성취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위의 글은 한양대 입학사정관팀이 밝힌 2011학년도 수시 1차 미래인재전형 비우수 사례다. 겉보기엔 화려한 경력이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교내 활동이 부족했거나 전공 적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한양대 입학사정관팀은 “단순히 해외봉사활동이 많다거나 학교생활은 배제하고 교외 수상만 많은 경우, 최근 1년 동안 많은 경력을 쌓은 요식행위는 아무런 강점이 되지 못한다”며 “한양대 입학사정관 전형은 다양한 평가요소를 활용해 지원자 한 명 한 명을 종합적·전인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 다단계 밀착평가 강점 = 대학들이 고유의 입학사정관전형을 내세우며 학생모집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양대가 다수에 의한 다단계 평가인 ‘한양밀착평가(WE-ACE; World Excellence-Admission by Close Evaluation)’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가장 큰 맹점이 선발과정의 ‘공정성’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한양대의 입학사정관제는 다른 대학에 비해 명확한 기준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양대는 전임 12명, 교수 58명으로 구성된 입학사정관들이 3단계에 걸쳐 학생을 평가한다. 1단계에서는 전임 입학사정관 및 교원 입학사정관이 학교생활의 충실도 및 학업의지, 성장잠재력 및 발전가능성, 교과 관련 성취 및 전공적합성에 관한 서류심사를 진행한다.

2단계에서는 전공별 교원 입학사정관이 학업능력·성장잠재력에 관한 면접을, 전임 입학사정관이 인성분야 면접을 실시한다. 지원자 면접 평가 결과 입학사정관이 현장실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거나 고교 교육 현장의 우수 비교과 활동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경우 현장실사도 진행된다.

지난해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정유진씨는 “면접 이후 한양대 입학사정관팀이 담임선생님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지영 한양대 입학사정관은 “면접 후 실질적인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할 경우 추천인을 만나거나 교과 외 영역 실적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실사를 나가기도 한다”며 “서울은 물론 제주도까지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입학사정관전형 심의평가위원회의 종합적 심사다. 이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 전공적합성 꼼꼼히 따져 = 한양대 입학사정관팀이 전형과정에서 지원자를 평가할 때 중요시하는 부분은 명확한 목표와 관련된 활동에 대한 열정, 그리고 활동이 일정 성취로 이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반면에 지원자 중 지나친 교외 활동으로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했거나 전공 관련 기초학업능력이 부족한 경우, 고3 시기에만 편중된 전공 관련 활동 등을 했다면 감점을 받는다.

고지영 입학사정관은 “지원하는 학과와의 전공 적합성이 어느 수준인지는 중요한 평가 요소”라며 “예를 들어 공대 지원을 한 학생은 수학과 과학 성적 등을 반드시 본다. 대학 입학 후에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양대는 오는 2012학년도에 서울캠퍼스 2893명 중 24.6%에 달하는 714명을, 에리카캠퍼스 모집인원 1934명 중 29.5%인 571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다. 2011학년도 미래인재전형의 경우 서울캠퍼스 60명, 에리카캠퍼스 20명 모집에 모두 1744명이 지원해 경쟁률 21.8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한양대 입학사정관제팀은 “모집인원을 늘리기보다는 전형의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올해 사랑의 실천 전형을 입학사정관제로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실질적인 입학사정관제의 확대 및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리더로 키운다” 입학 후 프로그램 주목!

△비상 프로그램 : 입학 전 재학생과 신입생의 만남의 시간을 통해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교류 및 소속감을 형성토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멘토·멘티 결연식, 선배들이 들려주는 학교생활 팁 등을 통해 신입생의 학교 적응을 돕는다.

△EIP(English Improvement Program): 신입생의 영어능력 향상을 통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영어 말하기·쓰기 수업이다.

△미래인재 리더십 함양 프로그램: 입학사정관으로 선발된 1~2학년은 미래인재 리더십1, 3·4학년은 미래인재 리더십2를 수강한다. 단계에 따라 심화학습을 진행한다.

△한사랑 봉사 프로그램: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이 한양대의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봉사학점(1학점)을 부여한다.



“입학사정관제 입학에 자부심”
[인터뷰] 정유진 한양대 정책학과 10학번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 비해 목표가 뚜렷합니다. 그래서 학과에 대한 ‘프라이드’는 물론 학업의지도 더 강한 것 같아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한양대에 입학한 정유진(정책학과 10)씨는 한양대는 물론 다른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을 꼼꼼히 살펴보고 한양대를 택했다. 건학이념으로 ‘사랑의 실천’을 내세우는 한양대가 추구하는 인재상과 자신의 그동안 활동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고교시절 내내 다문화가정의 아동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다. 친구들과 중고물품을 팔아 후원금을 마련하고, 외국인을 돕기 위해 가두 캠페인을 벌이는 등 3년 동안 활발한 활동을 했다.

이러한 활동을 토대로 정책학과에 지원했다. 특히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장점을 잘 녹이고,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호소력 있게 표현한 게 주효했다. 면접은 1대 1로 진행됐는데, 3명의 입학사정관과 만나 자신이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자기소개서는 여름방학부터 준비했어요. 초안부터 마무리까지 제가 다 했고, 그동안 활동들을 가식 없이 써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아요. 면접 역시 세 분과 진행해 제가 가진 생각을 다각도로 잘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정씨는 한양대의 사후 관리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엄지를 들었다.

“우리 학교는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이제 선배가 돼 신입생 멘티들을 가르치는 비상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곧 열릴 고2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전형캠프 활동도 할 계획입니다.”

 


“한양대 입학사정관제 인재상 개념 뚜렷”
[인터뷰] 자문위원 전경원 하나고 교사

“입학사정관제가 시작된 후 고교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진학’에 관심이 쏠렸다면 최근 교육현장에는 ‘진로’라는 말이 대두되고 있는데,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제 학생들은 무얼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기 시작했고, 진로탐색을 통해 직업세계에 대해 알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양대 입학사정관 자문위원인 전경원 하나고등학교 교사는 “입학사정관제가 고교 교육을 바꾸었다”고 강조했다. 자문위원은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해 제도가 학교 현장과 멀어지지 않도록 피드백을 보내고,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다. 고교 교사 20여명으로 구성됐으며, 입학사정관팀과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한양대 입학사정관제를 경험한 전 교사는 “한양대 입학사정관제는 인재상에 대한 개념이 뚜렷하다”며 “모집단위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표준화하는 프로세스가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공 관련 적합도가 뛰어난 인재를 뽑는 데 최적화한 제도”라면서 “한양대 입학사정관제는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만능이 될 수 없습니다. 수학교사가 되고 싶은데 국어 성적이 조금 낮을 수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제 중에서 과도하거나 편향된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입학사정관제 인플레’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양대 입학사정관제는 전공적합성을 중요시 해 이런 아이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는 게 특징입니다. 입학사정관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볼 때 상당히 바람직한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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