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는 공감·방법엔 이견…야당 전원 반대 목소리

부실대학 퇴출 법안 처리와 관련,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어 법안처리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현재 상정된 법안에 대한 당·정·청의 충분한 논의과정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대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15일 본지가 국회 교과위 소속 의원 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립대학 설립자에게 일부 재산을 환원하는 등 퇴로를 열어 주자는 의견에 찬성 5명, 반대 14명, 기타 2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여야의원이 하나같이 부실 사립대의 퇴출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설립자에게 재산을 일부 환원하더라도 신속한 퇴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과 부실 책임을 물어야 하는 설립자에게 대학 재산의 환원은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률안을 내놓은 김선동·조전혁 의원을 비롯해 정두언·박보환·권영진 의원(이상 한나라당) 등은 설립자에게 재산을 환원하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일단 정리하자는 입장이지만 안민석·김유정·김상희·김춘진·김영진 의원 등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권영길(민주노동당), 이상민(자유선진당), 유성엽(무소속) 의원 등 야당 의원은 물론 김무성·박영아·임해규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조차도 설립자에게 대학의 재산을 일부라도 환원한다는 데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중 일부 의원은 '퇴출'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다소 거부감을 보인다. 이들은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구조조정도 ‘가지치기’ 식은 곤란하다는 입장 역시 맞선다. 부실 사학 퇴출을 위한 법안 처리를 두고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설립자에게 재산 일부 환원하더라도 신속한 퇴출 필요” = 학교법인 해산안을 포함한 '사학법 전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조전혁 의원은 부실 사립대 퇴출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의원 중 한 명이다. 대학의 자율성 부여라는 기조 안에서 '선 자율성 부여, 후 후속제재'를 주장하고 있다.

 

김선동 의원도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만큼 부실 대학 퇴출이 최대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의원안에 동의하는 의원은 박보환·정두언 의원이다. 정두언 의원은 이론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퇴출이 이뤄지게 하려면 김 의원안이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김무성 의원은 그럼에도 현재 나와 있는 안들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이다. 부실 사립대 퇴출이 중대 사안이며 대학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 지원 논의에서도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현재 법안들만으로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논의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부실 사립대의 퇴출이 분명 필요하다고는 보고 법안 처리도 이뤄져야 하지만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권영진·김영진 의원이다. 하지만 이들 두 의원의 시각도 법안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달린다. 권 의원은 김선동 의원안에 동의하지만 김 의원의 경우는 정부 여당의 밀어붙이기식으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 “퇴출은 시급해도 출연자에게 환원은 안 돼” = 교과위원장인 변재일 의원은 설립자에게 재산을 환원한다는 데 난색을 표했다. 재산을 출연한 설립자에게 일부 재산을 환원토록 하는 김선동 의원안이나 조전혁 의원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사립대들이 설립 당시와 현 재단의 재산이 현저히 차이가 나고 자산이 늘어난 것은 등록금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직원들의 4대 보험마저 부담하지 않으면서 빚으로 세워서 등록금으로 재산을 불려온 출연자들에게 대학 재산을 돌려준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해산하는 사립대의 잉여재산을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입법안은 논의할 만하다는 것이 변 의원 입장이다.

 

이상민 의원도 사립대 설립자에게 재산을 환원한다는 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설립 당시에만 기준금을 출연하고 이후 법정전입금도 안내고 등록금, 기부금, 정부의 재정지원금에만 의존한 채 이것으로 부동산 투자 등으로 재산을 증식하다가 운영이 어렵거나 운영을 더 이상 원하지 않을 경우 사유 재산으로 돌려주는 것은 악용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이 의원은 우선 현재 정부가 부실 사립대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실 사립대를 규정하는 기준을 제대로 내놓지 않으면서 퇴로만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부실 책임에 대해 정확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방대에 몰려 있는 부실 사립대 퇴출이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학교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등록금에 의존한 채 부실한 재정상태에 있는 사립대의 정확한 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하며 그 후에 사회적 제재와 퇴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구를 마련해 줘야 퇴출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차원의 법안은 일종의 변칙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분식회계 등을 통해 등록금을 빼돌리고 재산을 증식하는 것을 합법화해 주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선 구조조정 후 등록금을 낮출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것과는 반대로 이 의원은 재정 투입이 먼저라고 말한다. 그것을 근거로 적실 여부 등을 감시하는 정부 관여 근거를 마련해 사립대의 국공립화나 퇴출을 강제할 수 있는 간접적인 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사회적 합의가 설립자에게 재산을 환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처음 출연 당시부터 현재까지의 재정 현황을 꼼꼼히 살펴서 합당한 범위까지만 환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영아 의원도 설립자에게 재산을 환원하는 것은 국민 정서나 사회 여건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현재 나와 있는 안들이 부실 사립대들의 청산 세부 절차를 제대로 담고 있지 않고 논의되지 않아 퇴로를 열기 위한 법안 내용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 시급한 문제이긴 하지만 구체적 논의를 거치지 않고 단순히 상징적으로 내놓은 안들에 의견이 모아지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유성엽 의원 역시 부실 사립대 퇴출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등록금 문제와도 맞물려 있지만 현재 정부안이나 두 의원의 안 모두 찬성이나 반대라고 하기 어렵다는 게 유 의원의 입장이다.

 

■ 전형적 ‘가지치기’ 식 구조조정은 문제 = 안민석·김유정·김상희·김춘진 의원 등 민주당 전원은 현재 안들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안민석 의원은 부실의 원인과 배경을 면밀히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지치기 식으로 밀어붙이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립대 재산은 설립 당시 초기 출연금보다는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민의 혈세로 건물을 짓고 기자재를 구입하고 토지를 매입하면서 가치가 현저히 커진 상태인데 설립자에게 이를 환원한다거나 막대한 국민의 세금으로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보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부실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유정 의원도 법안 처리가 신중해야 한다고 보는 쪽이다. 사회적 컨센서스를 구축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며 퇴출법안도 신속한 처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안의 사회복지법인이나 공익법인으로의 전환에 대한 타당성이 결여돼 있고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설립 당시 출연재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등록금과 정부지원을 통한 운영과 재산 축적이라는 점을 지목한다. 이런 의미에서 학교를 개인의 사유물로 인정할 수 없으며 구조조정은 반드시 공공재적 성격을 최대한 고려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김 의원은 주장한다. 그는 대학 구조조정은 부실 사립대 퇴출뿐만 아니라 불필요하게 비대한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도 포함해야 하는데 정부 여당이 부실 사립대 퇴출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강제적 퇴출에 거부감을 표하는 권영길 의원은 법으로 정해 일방적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되는 과정에서 부실 사립대가 국공립대로 전환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의 공익법인화나 사회복지법인화에도 부정적이다. 그간 교육법인으로서의 혜택을 충분히 받아온 부실 사립대에 또 다른 혜택을 주는 셈이라는 것이다.

 

■ “합의도출 여지 있다” = 임해규 의원은 일단 여야가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좀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안은 현행법에서 대학들에게 크게 양보된 안이라는 판단이다. 정부안 쪽으로 합의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물론 사학에 공공성도 있지만 재산권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안도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대학의 잉여재산을 설립자에게 환원시키는 것은 임 의원 역시도 국내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한다. 결국 합의가 안 되면 어차피 현재 법적으로 교과부장관이 학교 폐쇄가 가능하기 때문에 거르는 과정을 거쳐 최종 부실 판정을 받으면 국가에 해당 사립대의 재산은 모두 귀속되는 만큼 사립대 입장에서도 어찌됐든 합의안이 나오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사립대에서는 스스로 학교를 설립할 당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것인지, 교육에 몸담았던 스스로가 자기명분을 생각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합의 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김세연 의원은 정부의 학자금 대출제한을 통한 부실대학 판정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 부분은 이상민 의원과도 일치한다. 4가지 지표가 얼마나 합당한지 이를 통한 정량적 평가만으로 부실 사립대 선정이 적정한지부터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실 사립대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들의 퇴로를 열어주지 않으면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또한 인정한다. 그럼에도 현재 나온 정부안이나 김선동 의원안이 불완전하며 논의를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작 김 의원은 대교협이나 전문대교협 차원에서 회원교 모두가 스스로 퇴로를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유예기간을 5~7년, 길면 10년 이상 두고 매년 하위 2~3%가량 일정 비율을 정해 스스로가 정한 룰에 따라 자진해서 정리하도록 하는 자율적 구조조정이 적합하다고 보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윤지은·이정혁 김재홍 기자 alice·blinddance·duncan21@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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