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지방대는 사정관제 부담" 편견 극복 롤모델

동아대는 “지방대도 입학사정관제를 잘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사례다. 수도권 유명 대학들 사이에서 지방대로는 드물게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에 선정됐다. 2010학년도 독자실시대학에서 2011학년도 우수대학, 2012학년도 선도대학으로 쉬지 않고 성장해왔다. 우수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몰려 지방대의 입학사정관제 정착이 쉽지 않다는 편견을 벗어난 결과라 더 주목된다.

■ 학교차원 전폭지원… 정관까지 고쳐 = 확실한 이유가 있다. 다른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도입·확대를 망설이고 있을 때 동아대는 학교 차원의 전폭적 지원에 나섰다. 총장이 제도 조기정착과 독립성 보장, 사정관들의 신분 안정을 약속하는 ‘확약서’에 서명해 사정관제 지원에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우선 정관을 뜯어고쳤다. “입학관리처에 입학관리과와 입학사정관실을 둔다”는 내용으로 직제를 개편했다. 또 입학사정관실의 업무로 전형 장·단기 발전계획 수립과 제도·평가방법 개발 등을 명시했다. 정관 개정으로 입학사정관실의 독립성을 보장한 게 주효했다.

사정관들이 관련 위원회와 최종합격자 심의·결정에 참석하는 권한을 부여받고,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등 신분도 안정돼 시너지를 냈다. 이창수 입학사정관팀장은 “정관을 고치고 정규직 사정관 채용까지 힘써주는 대학은 드물다. 학교의 전폭적 지원이 사정관제 정착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눈높이’ 맞추는 고교연계 프로그램 = 동아대 입학사정관제가 빠르게 뿌리내린 데는 일선 고교와의 눈높이 조절이 큰 효과를 봤다. 다양한 고교연계 프로그램을 실시해 고교 교사와 학생들에게 입학사정관전형이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체험하도록 했다. 이런 세부 프로그램들이 사정관제를 막연하게 생각하던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많다.

동아대는 고교 1~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잠재력 발굴·모의전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험생의 점수를 따져 선발하는 입장이던 대학이 잠재력, 발전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이다. 수요자인 학생의 시각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학 입시의 틀을 바꿨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잠재력 발굴 프로그램은 고교생들이 여름·겨울방학 기간 동아대 캠퍼스에서 2박3일 동안 숙식을 같이 하며 자기 개발과 인성 함양에 힘쓰는 프로그램이다. 전공·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으로 학과·동아리 연계 체험, 캠퍼스 투어 등도 열린다. 또한 모의전형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토론 면접의 노하우를 익힐 수도 있다.

특히 모의전형 체험 프로그램에는 올해 4차례에 걸쳐 고교생 1000여명이 참가했다. 부산교육청 김재원 대학진학지원센터 입시정보팀장(대동고 교사)은 “입학사정관제를 운영 중인 대학들이 통상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동아대는 참가 인원이 워낙 많아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올해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선 동아대의 열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 “스펙 아닌 스토리, 찾으면 나온다” = 패션디자인학과 1학년 신옥철씨<오른쪽 사진>는 스펙보다 스토리로 입학사정관제 ‘자기추천자전형’에 합격했다. 고3 때에서야 입학사정관제를 알게 됐다는 그는 평소의 관심사와 취미, 생각을 진솔하게 말해 합격한 케이스다. 신씨는 “나만의 스토리란 만들기보다 찾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점을 잘 생각해보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험생활에는 주위 사람들의 반대가 많았다. 남자가 흔한 분야가 아닌 데다 원래 준비해온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씨는 반대를 무릅썼다. 부모들도 말리는 터라 전형 원서 접수에 고교시절 받은 장학금까지 털어넣었다. 이런 스토리가 합격에 도움이 됐다. 신씨는 “사정관님도 합격 후에 주위 반대를 이겨낸 내용이 진솔하게 다가왔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뚜렷하다. 시 쓰기가 취미인 그는 패션과 시를 접목시키는 방법에 골몰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들에 대한 커리어 로드맵 제시나 상담, 각종 팁을 주는 것까지 입학 후 추수관리 프로그램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신씨는 “반대를 이겨내고 입학한 것이라 부모님도 나를 지켜보고 계신다. 그래서 대학생활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패자부활전 I.O.S “탈락해도 재도전 기회”

동아대에는 ‘면접기회제도(이하 I.O.S: Interview Opportunity System)’라는 독특한 패자부활전 시스템이 있다. 모집단위 분야에 재능과 열정,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1단계에서 불합격한 학생에게도 면접 기회를 제공한다. 2명 이상의 사정관 추천과 재심위원회 심의를 거쳐 면접에 응시할 수 있다. 실제로 2011학년도 전형에서 1단계에서 탈락한 16명의 수험생이 I.O.S를 통해 면접 기회를 부여받았다.

I.O.S는 동아대의 ‘H.A.V.E 인재상’을 찾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인성(Humanity) △능력(Ability) △도전정신(Vitality)을 고루 갖춘 우수인재(Excellence)를 가려내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질문면접-발표면접-토론면접으로 이어지는 3단계 심층면접을 보완하기 위해 I.O.S를 고안, 아깝게 탈락한 수험생에게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서울 주요대학 위주 고정관념 바꿨다”
[인터뷰]황규홍 입학관리처장(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

황규홍 입학관리처장은 동아대의 사정관제 선도대학 선정이 지방대의 입학사정관제 적극 참여를 유도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점수가 아닌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제도 취지에 걸맞게 다양한 대학이 사정관제 선도·우수·특성화대학에 뽑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사정관제 초창기에는 선도대학에 서울 주요 대학들이 뽑혔어요. 대학 인지도에 따른 선정이라는 느낌이 강했죠. 그래서 지방대들이 처음에는 정책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어필을 많이 했어요. 동아대가 선도대학에 선정되고 나서는 긍정적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서울 주요 대학 위주라는 고정관념이 깨진 효과가 큽니다.”

황 처장은 동아대가 2011학년도 우수대학, 2012학년도 선도대학으로 성장한 밑바탕에는 강력한 학교의 의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전임사정관 채용 등 ‘질적 성장’에 주력한 게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동아대는 면접만 3단계로 나눠 실시하는 것을 비롯해 대규모 모의전형 체험, 합격생 추수관리 등 손이 많이 가는 프로그램에 세심하게 신경 썼다.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도 맡고 있는 황 처장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잘못된 관념 역시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과 성적을 안 본다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사정관제는 학생의 다양한 장점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지, 교과 성적을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잠재력을 평가하는 제도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그것만 강조하면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려워요. 오히려 교과 성적을 바탕으로 여러 개의 잣대를 적용해 학생을 선발한다는 내용이 정확히 알려져야 제도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사정관제 연구, 교사가 직접 참여해야”
[인터뷰]김재원 대동고 진학진로부장

“사정관제 시행으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이 길러지고, 장기적으로 대학 서열이 없어지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우선 사정관제가 잘 되려면 일선 교사들이 제도 연구에 반드시 참여해야 해요. 대학이 사정관제를 연구할 때 교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지만, 그것 갖고는 안 됩니다. 교사가 직접 연구에 참여해 대안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동아대는 이런 부분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편입니다.”

부산 대동고 김재원 진학진로부장은 사정관제 현실화와 확산을 위한 교사의 역할을 힘줘 말했다. 대학과 고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진학 지도를 담당하는 입장에서의 현실적 고충을 털어놨다.

“같은 수학과라도 서울 유명 대학과 지방대를 졸업하면 실제 진로가 다릅니다. 그런데 졸업 후 진로는 똑같이 나오거든요. 이런 부분을 ‘현실화’ 해야 합니다. 유사 모집단위도 뭐가 다른지 설명해줘야죠. 경영학과와 경영정보학과가 어떻게 다른지 감이 잘 안 잡혀요. 추상적 설명보다 이 학과에 진학하면 무슨 공부를 하고 진로는 어떤지 구체적으로 말해줘야죠. 동아대 같은 경우 찾아가는 상담실 운영 등을 통해 학과, 진로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그는 “교사가 내용을 이해 못하면 학생, 학부모도 이해가 안 된다”며 “현실적 문제를 함께 개선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제도 관련 연구에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대학과 고교의 소통으로 눈높이를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단 사정관제에 올인할 수 없는 고교 입장을 감안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사정관제를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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