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재단이사장 긴급 인터뷰

“부실 사학재단이 스스로 문을 닫고 나가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을 살리려는 의지가 있고 노력하는 재단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적극 도와줘야죠. 교과부에서 자기들의 잣대로 부실대학이란 타이틀을 걸고 강하게 몰아붙이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장사하는 사람한테 갑자기 ‘너 장사 그만하고 나가라’고 해보세요. 그럼 나갑니까. 길을 열어줘야 나갈 것 아닙니까. 이런 방식은 안 됩니다.”

A 재단이사장은 ‘지금 상황이 어떻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이라는 오명 때문에 학생모집도 어려웠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감사원 예비감사도 받고 있다. 그는 “재단에 들이닥친 감사원·교과부 사람들 때문에 재단 직원을 비롯해 나도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이건 말도 안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본지가 만난 A 재단이사장은 모 재단설립자 아들이다. 그가 지금까지 재단에 쏟아 부은 돈은 대략 90여억원 가량. 집을 비롯해 재산 50억원 이상을 대학 재단에 출연했고, 지난 10년 동안 40억이 넘는 현금을 대학에 쏟아 부었다. 이렇게 안간힘을 쏟았지만 결국 돌아온 것이라곤 ‘대출제한 대학’이라는 오명과 감사원의 강도 높은 감사였다.

“오로지 선친의 뜻 하나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당신께서 배움에 한이 맺혀 ‘많은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더 많이 줘라’ 하셨고, 그 뜻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습니다. 비리요? 교수채용과 관련해 저는 10원 한 장 받은 적 없고 제 집도 재단에 넣어서 집도 없이 살고 있습니다. 버스 타고 다니면서 일군 제 사업체 주식 15억원 가량도 지금 대학 살리려고 넣으려는데 감사가 들어왔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됐다. 특히 “지난해 대출제한 대학으로 발표가 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할 때는 분노가 느껴질 정도였다. 부친의 교육철학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지역을 위해 대학을 운영했지만 돌아온 것은 없었다.

지방의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학생 모집은 점점 어려워졌고 폐과를 논의하다가 교수들과 마찰이 일었고 교과부의 눈에 이른바 ‘찍히면서’ 어려움은 커졌다. 몇 차례의 감사에 이어 결국 교과부가 지난해 발표한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명단에 포함됐고 최근 감사원 감사를 받으며  더욱 어려운 처지가 되버렸다.  그동안 노력했던 모든 것이 날아가게 생긴 상황에 대해 격정적인 토로가 이어졌다.

“부친이 위중 하실 때에 마침 대학에서 전화가 왔어요. 이런 저런 이유로 1억 5000만원이 급히 필요하다 합니다. 어쩝니까. 그 자리에서 돈 넣어줬어요. 이렇게 키워온 대학입니다. 그런데 교과부는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자기들 원하는대로 안 했다고 감사 보내고, 대출제한대학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서열 매기는 것은 그렇다 칩시다. 그렇지만 대출제한 대학 발표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됩니다. 교과부가 학생 정원을 감축하라 해서 줄이기도 했고 뼈를 깎는 노력을 했어요. 대출제한 대학 발표 때문에 학생모집도 20%나 떨어졌어요. 학교 분위기는 엉망이 됐죠. 학생들까지 영향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요.”

그는 “이렇게 사립대학들의 목을 조르는 것과 달리 국립대에는 정부가 퍼주기식 지원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서울과 경기권 등 주요 대학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없어 잘 버티고 있고, 결국 지방 사립대는 모두 고사직전이라는 이야기였다.

“국립대는 몇십억원씩 정부에서 지원 해줍니다. 사립대 뭐 해줬습니까. 우리는 지원 거의 안 받았어요. 그런데 교과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합니다. 물론 일부 사립대의 비리에 대해선 단호하게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재산몰수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그런 몇 개 대학들 때문에 사립대 전체를 이렇게 감사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감사 방식도 잘못됐고요.”

그는 “교과부가 제대로 하려면 철저한 감시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설립준칙주의의 책임을 모든 사립대에 돌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 대학이 너무 많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그 실수로 궁지에 몰리니 그 잘못을 사립대에 돌리고 퇴출시키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닙니까. 설립준칙주의에 따라 우후죽순으로 대학을 키워놓고, 정치권에서 반값등록금 이야기 나오니까 ‘연말까지 50개 줄이겠다’ 이런 방식이 말이 됩니까. 정부가 인허가 내줬으면 정부의 책임도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사립대학이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정부에서 만들어줘야 합니다. 학교를 살리려 노력하고 있는 대학은 더 기회를 줘야 하고요.”

“선친이 세운 대학이 아니었으면 나도 이미 포기했을 것”이라고 밝힌 그는 학교법인을 해산할 때 잔여 재산의 30%를 설립자나 학교법인 관계자에게 돌려주는 방안에 대한 김선동 의원의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도 “교수·교직원·학생들에 대한 대책까지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이고 인터뷰를 마쳤다.

“정부에서 대학을 설립하도록 허가를 내줬으면 잘하는지 못하는지 감시·감독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일정한 한도 내에서 대학이 스스로 잘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줘야 합니다. ‘부실대학이니 퇴출시키겠다’가 아닌 스스로 퇴출하도록 문을 열어주고 나갈 길을 내주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함부로 부실대학이라 오명을 붙인다면 교수, 교직원, 학생들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할 겁니까. 개혁이라는건 빨리하면 실패합니다. 물 흐르듯이 서서히 해야 합니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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