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피해자 두 번 울리는 성폭력 2차 가해

3월 새학기 개강과 함께 특별휴직이 끝난 성폭력 가해자 K교수가 강단에 복귀한 후 피해자인 대학원생 C씨는 그동안 애써 추슬러 왔던 자신의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심경이다. K교수가 C씨를 포함한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학생들이 사용하는 연구실에서 상주하기로 결정한 뒤부터다. 교수가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의 연구실에 책상을 갖고 들어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K교수는 개인 연구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K교수를 피해 숨바꼭질하듯 생활해오던 C씨는 자신의 둥지에서 쫓겨날 지경에 처하게 됐다. 현재 이 연구실에는 피해자 C씨 뿐 아니라 성폭력 사건 학내 진상조사와 법정공방 당시 성추행 정황을 증언해준 대학원생을 포함한 8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K교수가 들어올 예정이었던 날에 연구실에서 모두 피해 있을 만큼 불편함과 껄끄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C씨는 동료들에 대한 공연한 미안함까지 겹쳐 더 큰 곤란에 처하게 됐다. C씨를 괴롭히는 상황은 이 뿐만이 아니다. C씨는 이번 학기에 신청한 강의를 맡은 B교수로부터 “학생이 내 수업에 들어와서 침울한 분위기로 있으면 내가 수업하기가 불편하지 않겠느냐”며 자신의 수업을 듣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받아야 했다. 학교에서 만큼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왔던 C씨는 납득할 수 없었다. 학기당 4백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등록금을 내는 정당한 소비자로서도 수긍할 수 없는 말이었다. 성폭력의 피해자인 C씨는 아직도 과거의 상처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만 K교수는 '마무리된' 과거를 뒤로 하고 ‘학점’과 ‘논문통과’의 칼자루를 당당하게 휘두를 태세고 그의 동료 B교수는 C씨를 '문제학생'으로 지목해 죄를 추궁한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잔인한 ‘2차 가해’는 정의와 진리가 꿈틀대야할 상아탑에서 더욱 잔인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죄와 벌'이 대수롭지 않은 듯 전도되는 대학의 현실이 걱정스러울 뿐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