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교수가 교수로서 무자격자임을 동료 교수도, 졸업생도, 재학생도, 심지어 학교당국도 다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학장, 이사장, 학생처장님, 누구 한사람 나서는 분은 없습니다.” 열흘 전부터 서일대학(중랑구 면목동 소재)의 운동장 한 켠에서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초여름 뙤약볕을 뒤집어쓴 채 대학본부 건물을 향해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 대학 유아교육과 학생들이다. 1백60여명의 이 학생들은 지난 12일부터 이날(21일)까지 열흘째 수업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같은 학과 박모·윤모 교수의 퇴진. 학생들은 두 교수가 무능할 뿐만 아니라 파렴치한 행태를 보여 교육자로 강단에 설 수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설명을 세세하게 들어봤다. “박모 교수는 담당 교과와 상관없는 자신의 저서를 다른 학년, 별개의 과목 학생들에게 똑같이 교재로 사도록 했어요. 당연히 수업시간에 거의 활용되지 않았죠.” “본인이 원장인 이 대학 부설유치원에 2백만원짜리 컴퓨터 10대를 각각 6백30만원에 들여왔어요.” “유치원 ‘6차 교육과정’을 ‘7차 교육과정’이라고 잘못 설명해 ‘무지’가 ‘탄로’나기도 했죠.” 윤모 교수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윤 교수가 강의하는 ‘실기 구연동화’의 경우 전혀 도움이 안돼 학생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외부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습니다.” “지난 10여년간 강의노트와 수업방식, 과제물이 똑같을 뿐 아니라 매 수업마다 30~40분 정도 늦게 들어오는 것이 일상적이었어요.” “수업 3시간 중 2시간 30분을 학생들의 발표로 떼우고, 막상 발표가 시작되면 다른 학생들과 잡담을 해 발표자를 무안하게 만들죠.” 주변 교수, 대학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아도 두 교수에 대한 평가는 학생들과 비슷했다. “학생들이 조금은 과장을 섞겠지만 두 교수가 교수로서 불성실하고 무능하긴 하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이밖에도 두 교수의 몇가지 공통점을 곧 발견할 수 있었는데, 하나는 유아교육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고, 지도학생 취업실적이 형편없다는 점(정교수 세 명중 임모 교수 17명, 두 교수 각각 1명), 나머지 정교수 한명을 공공연히 따돌린다는 점, 지난 98년에도 학생들의 비슷한 지적으로 휴직을 당했다는 점 등이었다. 그러나 학교측은 이들 교수의 퇴진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두 교수가 98년 휴직 당시 교원징계재심위원회의 징계 각하로 복교 했던 점이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이 대학의 학장 역시 학생들을 피해다니고, 관선이사장은 유교과 학생들과 면담 후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입장도, 조치도 없다. 이 대학은 '재정비리' 등으로 지난 99년 구 이사진이 쫓겨나고, 관선이사 체제로 남아있다. 무자격 교수를 강단에 세운 구 체제의 엉터리 선발, 책임지지 않는 현 체제의 방관. 결국 학생들은 오늘도 초여름 뙤약볕 밑에서 목청이나 돋워야 하는 신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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