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없는 대학사회 꿈" 위해 반성폭력문화제 ‘넘다’ 열어

대학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의 여대생들이 모여 그들의 고민을 재기발랄하게 풀어놨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반성폭력 문화제 ‘넘다’가 그 멍석이 됐다. 문화제는‘성폭력’이라는 반이성의 폭력이 횡행하는 우리 대학의 어두운 뒷모습을 극, 음악,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으로 드러내고 그 해법을 찾고자 지난달 30일 연세대에서 열렸다. 성폭력 피해자가 고개를 못 들고, 가해자는 당당히 활보하는 역설. 문화제는 이렇듯 뒤틀린 대학의 모습에 문화적 접근을 시도해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행사 주최자인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여대협) 강정은하 의장(영남대 총여학생회장)은 “미래의 동량을 키우는, 가장 건강해야 할 대학사회가 오히려 ‘성폭력’의 무풍지대인 상황”이라고 일갈한다. “선후배간, 동기간에, 교수가 제자에게 가하는 성폭력은 명백한 범죄이지만 대수롭지 않은 우발적 실수로 바라보는 시각이 뿌리깊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전여대협 소속의 30여개 총여학생회는 대학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성적 차별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모색을 하던 중 “우선 성폭력만은 사라져야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강정 의장은 최근 불거지는 대학사회의‘성폭력’문제가 갑작스런 현상이라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녀는“성폭력 피해자의 신고·접수 증가는 성폭력사건이 급증했다는 뜻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능동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식이 높아진 때문”이라며 “과거 피해자들이 숨죽이며 혼자 고통을 끌어안아야 했던 것에 비하면 다행스런 현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성폭력 문제의 거론조차 금기시했던 비참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 문화제‘넘다’에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강정 의장은 ‘넘다’로 이름붙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성폭력이 일상화돼 있는 대학의 어두운 현실을 넘어서자는 의미이고, 둘째로 끊임없이 생겨나는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그 상처를 치유하고 고통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 대학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성폭력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의식의 한계를 뛰어 넘자는 뜻이기도 하고요.” ‘넘다’가 가진 이런 의미들은 반대로 대학내 성폭력이 재발하는 조건을 설명해주는 코드가 된다. “대학당국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학교의 명예 실추에 지나치게 연연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한다”,“성폭력 예방 조치가 전시행정에 치우쳐 있거나 성폭력 사건처리 과정이 엉터리여서 피해자의 상처를 더 헤집곤 한다”는 그녀의 설명은 성폭력피해자의 고통에 둔감한 우리의 치부를 돌아보게 해 윤리적 각성을 촉구한다. 그녀는 성폭력 학칙제정 움직임이나 교직원에 대한 성교육의 확산에 대해 의미부여를 했지만 한참 갈길이 멀다고 말한다. “법제도적 제반절차가 미비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하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실정입니다. 교직원 성교육을 하는 대학들도 늘어나고는 있지만 요식적인 경우가 많죠. 성교육만 제대로 해도 성폭력 예방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대학당국이 좀 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모르고 저지르는 성폭력만큼은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어요.” 견결함이 묻어있지만 강퍅하지 않은 그녀의 설명을 듣고보니 새삼 ‘여성운동은 인권운동’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어찌보면 성폭력 해결과정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난관은 우리가 진부하거나 가볍게 여겼던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토로에 허심탄회하게 우리의 귀와 가슴을 맡겨봄은 어떨까. ‘지성’의 힘을 억누르는 거짓된 욕망이 자기기만의 탈을 쓰고 우리 주위를 어슬렁거리지는 않는지 돌아보고, 만약 그렇다면 뛰어 넘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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