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확보율 충족기준 사실상 완화 …교육부 의지 '의구심'

한동안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던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문제가 또 다시 수면 밑으로 잠복한 양상이다. 지난해 한 TV드라마를 통해 이 문제가 사회이슈로 부각됐을 때에 비해 한 강사의 애절한 죽음으로 그 심각성을 환기시킨 최근의 상황은 훨씬 더 많은 이들에게 착잡함과 함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최근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시간강사의 정규직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 세미나에서 공언한 바 있지만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보다 정부부처 내의 ‘쑥덕공론’으로 문제 해결이 추진되고 있다는 데서 많은 강사들은 그리 미덥지 않다는 생각을 전해오고 있다. 강사들이 교육부를 못믿는 까닭 이런 불신의 밑뿌리에는 교육당국의 표변하는 태도가 있었다. 시간강사의 처우개선 문제가 언론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조명받자 교육부는 “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중이나 공무원직제 문제와 재원 문제로 다른 관련 부처가 난색을 표해 당장 처우개선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전향적 해결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문제로 남은 것은 정부조직법상 문제와 예산문제의 해소뿐일까.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 98년부터 2002년까지 최근 5년간 법정기준 대비 교원 확보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립대학은 법정교원확보율이 65%내외를 기록하고 있으나, 사립대학은 한번도 60%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5년간의 개선상황은 미미했다. 지도감독 책임을 진 교육부는 법정교원을 확보하지 못해도 별다른 제제를 가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대학들의 교원확보율을 수치상으로 올려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우선 교육부는 지난 2001년부터 학생 수가 적어졌다며, 교원확보 기준을 편제정원 기준에서 재학생 기준으로 변경해 줬다. 하지만 이후에도 교원확보율에 있어 실질적인 변화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교육부는 2003년 대학종합평가부터는 교원확보율 산출시 초빙교원까지 포함시키기로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 이를 두고 드러나는 통계자료의 기준을 낮춰줌으로써 교원확보율을 늘려보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법정교원확보율만 지켜져도 최소 강사 1~2만여명이 전임화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교육부의 이런 처사는 강사처우개선 의지의 진의를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교수사회의 위선, 강요받는 침묵 시간강사문제에 대한 외면은 역시 서러운 강사시절을 고비고비 겪어온 교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영남대 출강예정인 한 강사는 이에 대해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이 이처럼 적나라하게 들어맞는 경우도 없다”는 다소 ‘과격’한 발언을 한다. 최근 교수단체 소속 원로 및 중진 교수 등이 조속한 강사처우개선을 촉구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극소수이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침묵하거나 방관하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강사의 기본적 권익추구 활동까지 경원시하기도 한다. 전국강사노동조합이 교원근로자로서의 최소한의 지위보장을 요구하며 출범한 이후 지난해 비정규직교수노조로 탈바꿈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다 됐지만 6만여명으로 추산되는 강사 중 단 1천여명만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있다. 분회를 결성한 대학은 2백여 대학 중 단 3곳. 조합의 활동이 미진한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취재중 만난 대부분의 비조합원 강사들도 노조에서 활동하는 이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동참하지 못하는 여러 물리적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들의 참여가 어려운 현실조건의 한 가운데에는 교수사회의 위선이 숨어있다면 지나칠까. 한 조합원의 얘기를 들어보자. “강사노조 조합원인 사실이 알려지면 해당학과 교수들 다음 학기 강의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교수임용시에는 더하다. 강사노조 조합원에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튀는’ 사람으로 찍혀 임용길이 막히기도 한다. 강사노조에서 활동해온 노조원 중 지난 10여년간 전임교수가 된 사람이 단 한 명뿐인 것과 이런 현실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전 성균관대 출강 ㅇ강사) ㅅ대 공대의 경우 강사중 상당수가 조합원으로 가입했지만 공과대 학장이 사석에서 강사노조에 대해 “강사가 무슨 노동자냐”고 핀잔을 준 일이 알려지면서 조합원 상당수가 노조활동을 접었다. 이런 사례는 교수사회의 편협성이 강사문제의 해결을 더디게 하는 한 요인임을 방증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사들은 부당한 착취상태에 놓여있음에도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다. 반드시 ‘노조활동 참여시의 제약’이라는 문제로 접근하지 않아도 강사들은 개인적으로 겪게되는 강의계약시의 부당성이나 계약의 일방 철회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침묵을 종용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실의 밑바탕엔 ‘강사기간은 마땅히 학문후속세대로서 거쳐야 할 고난’이라는 식의 교수사회가 갖는 뿌리깊은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 교수단체 소속 일부 교수들은 “우리 역시 시간강사 문제를 학문연구와 교육이라는 연구자 본연의 사회적 역할에서 바라보지 않고, 기초적 전공강의나 교양강의를 통해 교수로서의 강의능력을 쌓게 하는 통과의례로 봐왔던 게 사실”이라며 고백하기도 했다. 아울러 교수직 선취(先取)는 계급적 우월의식을 확인하는 지식인 사회의 집단적 자기최면이기도 하다는 비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한 강사는 조심스럽게 “대학강사가 정치적 권리의식과 자존감이 어느 집단보다도 높은 엘리트집단인 점과 그들이 최악의 착취상태에 놓여 있음에도 침묵하고 있는 현실 사이의 역설을 봐야 한다”며 “강사들 스스로가 기회주의를 뛰어넘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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