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립대학 법인법안 의회 제출

일본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립대학을 독립된 법인으로 이행시키는 국립대학법인법안과 그 관련법안 등 모두 6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성립되면 내년 4월 1일에는 지금까지 국가 행정조직의 일부였던 일본의 국립대학들은 모두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된다. 현재 99개의 국립대학은 통합·합병을 통해 89개의 법인이 될 전망. 이와 발맞추어 대학의 행정·평가·재정 등을 담당하는 기구들도 독립행정법인화 된다. 국립대학들이 법인화되면 예산과 조직에 대한 정부 규제는 대폭 완화된다. 학교 밖 인사들의 대학 운영 참여가 제도화되며 객관적이고 신뢰성이 높은 독자적 평가시스템이 도입된다. 학장 선발과 대학의 특성에 맞는 목표설정과 추진 등도 대학법인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학의 연구활성화 등 경쟁력 강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립대학법인 어떻게 운영되나 = 각 법인의 출자금은 국가출자에서 조달되며, 필요에 따라 국가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추가출자를 할 수도 있다. 또 국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토지, 건물 등에 관해서도 추가출자가 가능하다. 국립대학법인은 ‘간부회의’와 ‘경영협의회’를 통해 운영된다. 학장(법인의 장), 이사, 감사로 구성되는 간부들은 간부회의를 열어 대학의 중기목표에 관한 의견과 연도계획, 예산편성·집행과 결산, 중요 조직의 설치·폐지 등의 문제에 대해 심의한다. 학장, 학장이 지명하는 간부 및 직원과 과반수의 교외 인사로 구성되는 경영협의회에서는 중기목표 중 경영 관련 사항, 회계규정, 간부보수·직원급여 기준, 예산 편성·집행, 결산, 경영 관련 평가 등 법인경영에 있어 중요한 사항들을 심의한다. 이밖에 교육연구에 관한 사항 및 교원인사, 학생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도록 학장이 의장이 되는 ‘교육연구평의회’도 별도로 설치된다. 학장은 지금까지 문부과학상이 직접 임명했지만 법이 통과되면 학내의 학장선발회의가 선발해 문부과학상이 임명하는 형식으로 바뀐다. 학장선발회의는 경영협의회의 교외위원 중 선출된 자와 교육연구평의회의 대표자가 동수로 이뤄진다. 학장의 임기는 2년 이상 6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각 법인이 정하도록 했다. ◆대학평가·인사·재무상 변화 = 교육연구 이외에 경영면 등 업적평가는 문부과학상의 ‘국립대학법인평가위원회’(가칭)에서 실시하게 된다. 인사시스템도 대폭적으로 변한다. 직원의 신분은 비공무원(공무원에 준하는 자)으로서 임명권은 학장에 일원화된다. 따라서 채용은 각 법인이 독자적 기준과 판단으로 하게 되며, 급여도 마찬가지이다. 겸직이나 겸업을 할 수 있는 범위도 지금보다 확대된다. 직원에게는 노동3권이 부여되며 형법의 수회죄(收賄罪) 등이 적용된다. 재무면을 살펴보면 국가는 학생수 등 공통의 지표에 따라 산정되는 ‘표준운영비 교부금’, 각 법인의 사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산정되는 ‘특정운영비 교부금’ 외에도 중기목표 기간종료시 평가결과를 반영해 배분되는 ‘운영비 교부금’을 교부하며, ‘시설비보조금’도 교부한다. 학생등록금의 경우 국가가 각 법인 공통의 표준적인 액수와 함께 일정한 범위를 정하면 각 법인이 구체적인 금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병원 등 시설정비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장기차입으로 마련할 수 있게 되며, 채권의 발행도 가능해진다. 또 경비절감과 부속병원에서의 수입증지 등 경영노력에서 생긴 잉여금에 관해서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각 법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수탁연구 등의 사업수입과 기부금 등도 수입원이 될 전망이다. ◆평가와 전망 = 현재 일본 내에서는 대학의 법인화에 대해 ‘대학개혁을 위한 의미있는 방편이며 연구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대체적인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외부인사의 대폭적 운영 참여와 독립성이 보장된 평가체제를 통해 대학 운영의 투명성과 합리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그러나 ‘자율’과 ‘책임경영’이란 명목으로 국가가 교육 재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문부과학성은 “제3자 평가를 통하여 교부금의 배분에 의해 간접적으로 교육수준의 유지·향상을 도모할 수가 있으나, 실제로는 각 대학의 자주적인 노력여하에 따른다”고 못박아 국립대학들이 재정 문제를 포함해 법인화 후 늘어날 자율만큼에 걸맞는 책임을 가져야 함을 분명히 했다. 한편 향후 일본 국립대학의 법인화 후 그 효과에 대한 평가는 우리 국립대학의 청사진 수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 강병운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일본 국립대학의 법인화가 당장의 커다란 변화나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성취에 따라 (일본 교육제도와 유사성이 있는) 우리 대학들의 변화 방향을 잡는데 지침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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