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연세대 원주캠퍼스 학생회관 뒤편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풍물패 학생들이 새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뜻으로 ‘개강 고사’를 진행하던 중, 이곳을 지나던 강준원 총무처장이 고사상 위의 돼지머리와 막걸리통을 집어던지고 책상을 걷어차는 소동을 부렸던 것. 강 처장은 기독교 이념 위에 세워진 연세대 안에서 무속행위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학생들은 설령 무속행위일지라도 강 처장이 막을 권리는 없을 뿐 아니라 학생 자치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학생들은 며칠 후 원주캠퍼스 인터넷 게시판과 대자보를 통해 강 처장에 대한 비판의 글을 띄웠고 이 사건을 소개하는 기사가 한 인터넷신문에 실린 후에는 수많은 의견글이 이어졌다. 기독교를 믿는지 여부를 떠나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강 처장이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사학 종교재단의 해당 종교과목 필수화, 기독교의 배타성 문제 등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리기도 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적 기관으로서 헌법에 보장돼 있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체적이었다. 특정 종교 사학재단이 다른 종교 활동을 금지할 수 있나 근대 법치주의 국가에서 종교 활동에 대한 금지는 할 명분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으나 대학을 설립한 이니셔티브로써 그 정도의 재량은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학교에서 고사는 지낼 수 없다는 학칙이라도 있습니까? 학교가 사유재산입니까? 대한민국은 헌법에 엄연히 자신의 종교로 인하여 차별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있습니다. 연세대가 신학 대학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겠지만 신학 대학 내에서 그런 일이 생긴게 아니잖습니까? 엄연히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학생들에게 강요했다는 점은 분명 잘못된 점입니다. 설사 학생들이 굿을 했다 쳐도 그것이 연세대와 맞지 않는다고 누가 규정합니까?” (오마이뉴스/preisner) “연세대는 엄연히 선교사들이 선교를 목적으로 세운 대학이고 동국대는 불교를 포교하려 세운 대학이고 서강대는 가톨릭이념 퍼뜨리려 세운 대학 아닌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고 교회가 싫으면 목사가 떠나듯이 학교 이념이 싫으면 맞는데 찾아가시는 게 어떠실지. 학교 세운 사람들에게 적당한 기득권 보장은 불가피한 일이 아닐까 함. 자기 학교 종교이념에 반하는 행사를 막는 걸 갖고 해괴망측한 일로 매도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 (오마이뉴스/니강~) 사학종교재단의 종교과목 필수화 앞의 논란의 연장선상이다. 한국의 입시제도 하에서는 다른 신앙을 가지고 있거나 무신론자인 학생들이 특정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런 현실에서 해당 종교 과목의 교양필수화가 일종의 ‘강요’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찬성의 경우 앞선 논란에서의 논리와 대동소이하다. “작년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신입생들이 가나안 농군학교로 갔습니다. 그 곳에 가서 무얼 배워옵니까?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배울 만한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채플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기독교를 학우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자율성은 반드시 존재하여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남는 것은 강압적인 종교 강요밖에 없지요. 이걸 경험하는 학우들이 기독교 정신에 감동이라도 하여 개종이라도 할 것 같습니까? 오히려 기독교의 어처구니없는 배타성에 반감만 더 가지게 될겁니다.” (연세대 게시판/박**) “많은 학우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의 하나는 연세대학교라는 대학교의 전통과 설립 이념입니다. 연세대는 기독교 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입니다. 어느 학교나 전통과 이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채플을 듣는 것도 기독교의 이해 영역을 필수 과목으로 듣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이구요. 비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학교의 이념에 정면으로 맞설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연세대 게시판/구**) 기독교 배타성은 정당한가? 기독교의 배타적 성격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도 도마에 올랐다. 유일신을 섬겨야 한다는 기독교의 교리상 내재적으로 이해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배타성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항변이 뒤따랐다. “기독교를 비판하려거든 기독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해보시고 비판하세요. 십계명중 하나가 ‘나 이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라는 구절 있으신 건 아시는지...물론 충무처장님의 폭력행위는 잘못된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연세대 게시판/이**) “그렇게 많은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준 사람(기독교도)들은 반성을 하지 않은데, 당한 사람들만 '그들의 신념이니 받아주자' 라고 넘겨야 합니까? 이건 사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이지요. 기독교가 내부적으로 그런 맹목적인 신앙을 막았어야 했습니다. 이는 그렇지 못한 기독교인들이 전체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지요.”(연세대 게시판/박**) 한 신학자는 “종교는 토론과 논쟁의 대상으로서 부적절한 주제일 수밖에 없다.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마따나 해당 종교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따라 강 처장의 행동에 옹호적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문제일 법하다. 그러나 내면의 성찰이나 인도적 실천이 아닌 그들만의 자기만족이나 높은 성채만을 쌓는 데 급급해 하는 최근의 종교‘현상’들에 대해 젊은 네티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상대적 약자인 학생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의 형식으로 행사됐다는 점에서 ‘신’이라는 권위 뒤에 숨어 상대를 제압하려는 비겁함이 묻어 있다는 지적이다. 물신숭배에 빠져있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병리를 염두에 둔다면 소박한 마음으로 돼지머리에 천원짜리 한 장 꽂고 큰절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차라리 어여쁜 순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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