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회관 건립기금 BK21 전용…교비로 메꾸게 돼 학생만 피해

지난 1월 서강대 오경환 전 기획처장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둔 채 보직해임을 당하면서 제기한 비리의혹으로 서강대가 시끄럽다. 오경환 전 처장은 지난해 완공된 서강대 동문회관 건립비와 관련 서강대 재단과 총장으로부터 규정에 위배되는 회계처리를 하도록 공공연히 강요받았으며 이를 거부하자 자신을 해임시켰다고 주장하며 지난 1월 말경 법원에 해임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오 전 처장은 해임의 부당성을 입증할 관련 행정자료를 법원에 함께 제출했는데 이 자료의 일부가 교수회를 통해 공개되면서 학내 논란이 뜨거워졌다. 특히 일부 의혹은 사실로 드러나 가톨릭 신부들이 운영하는 만큼 투명한 대학일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비리의혹=오 전 처장이 제시한 내용은 재단과 대학당국이 동문회관 건립 목적으로 동문들이 모아준 기부금을 전용하고 세금계산서 허위발급 등을 통해 교비지출을 재단지출로 둔갑시켰다는 것. 오 전 처장은 40억원의 동문 기부금이 재단을 통해 학교회계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자산전입금이 아닌 경상비전입금 명목으로 들어왔을 뿐 아니라 그 사용처가 동문회관 건립이 아닌 영상대학원 ‘BK21' 대응자금에 쓰였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마땅히 총장명의로 정산해야 할 동문회관 건립비를 부가세를 환급받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사장 명의로 하도록 대학당국이 종용해왔다는 것. ◇사건의 진실=오 전 처장의 일부 주장은 실제 ‘있었던 일’로 확인됐다. 서강대 재단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동문 기부금 40억원 중 상당액을 지난 2001년 영상대학원 ‘BK21'대응자금으로 썼다”고 인정했다. 재단 관계자는 당시 정황에 대해 “당시 기획처장이던 서모 교수가 매우 긴급히 대응자금을 마련해 달라고 하는 바람에 동문 기부금 일부를 그 쪽으로 돌려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단으로서는 BK21에 선정돼 확보하게 된 연구기금을 회수당하지 않도록 해 교수들이 연구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한 좋은 의도를 가진 일이였다”며 잘못했지만 불가피했다는 입장. ◇문제점=BK사업 규정상으로 이번 서강대의 BK21 대응자금 전용은 문제될 것이 없다. 교육부 학술학사과 관계자도 “서강대 내부의 회계상 문제일 뿐 수업료나 기성회비로 대응자금을 마련한 것이 아닌 만큼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해석했다. 교육부의 이런 해석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설령 절차상 하자가 없다하더라도 ‘대응자금 조성’을 의무화한 조항이 대학과 연구자들의 책임성을 제고하려는 정책효과를 노린 것인 만큼 대학측이 손쉽게 다른 예산을 끌어다 붙였다는 사실은 도덕적인 지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동문들이 동문회관 건립목적으로 기탁한 돈을 임의로 전용한 셈이어서 현행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저촉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동문회관 건립비가 전용되면서 이 액수를 교비에서 메꾸게 됐다는 사실이다. 서강대 관계자는 건축적립금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을 정당하게 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월적립금도 대부분 학생등록금으로 이뤄지고 있는 서강대의 재정구조를 볼 때 상당한 학생등록금이 동문회관 건립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아 이 문제는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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