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신학센터 건립을 놓고 찬성과 반대 입장을 가진 당사자들이 극렬한 대립양상을 보여왔던 연세대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지난 7일 신과대 학생들은 현재 진행 중인 문과대와의 합의과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연신원 터 주변에 울타리를 치기 시작하는 등 공사강행 의사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7시경 건설회사 직원 10여명과 함께 연신원터에 나타난 1백여명의 신과대 학생들은 자체 모금한 돈으로 계약한 굴착기를 동원, 터파기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27일부터 연신원 철거 반대를 주장하며 연신원 터에서 밤샘 천막농성을 벌여온 ‘연신원 지키기와 에코캠퍼스 모임’ 소속 교수 10여명은 학생들의 공사 강행 움직임을 저지하고 나서는 한편 긴급 대책회의를 연 뒤 학생들의 일방적 공사강행을 방치한 학교측에 강력한 항의의사를 전달했다. 특히 신과대 학생들이 울타리를 치는 과정에서 ‘연신원지키기 모임’ 교수들과 한때 실랑이를 벌이면서 사제간 정면 대결로 치닫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신과대 학생들의 이런 돌연한 움직임은 지난 3일 문과대 교수들이 “서중석 신대 학장이 합의를 위한 실무회의에서 제시한 안을 수용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히면서 불거졌다. 지난달 13일 양쪽이 합의에 다가서기 위해 개최한 ‘실무위원회’에서 서 학장은 ‘현재 문과대가 사용하는 ‘위당관’을 신과대 공간으로 활용토록 하고, 대신 신과대가 모은 신학센터 설립기금 40억원과 학교측이 지원하기로 한 70억원은 문과대가 사용하기로 하자’는 제안을 했다. 당시 연신원지키기 모임 대표로 참석한 김용민 교수(독문과)는 “비현실적인 안”이라며 수용하지 않았으나 이후 문과대 교수들과의 논의를 거쳐 이 안을 수용하기로 한 것. 그러나 신대 학생들은 당시 서 학장의 제안은 양보할 의사가 있다는 ‘수사’에 지나지 않았으며 문과대 교수들은 문과대 학생의 동의를 얻지도 않았다며 “제안을 수용한다는 말은 기만”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연신원지키기 모임 측은 “이번에 서 학장이 처음 제안한 내용도 아니고 이전에 또 다른 신과대 교수가 제시한 적 있는 타협안”이라며 “신과대가 먼저 제안해놓고 이를 수용하자 학생들이 따로 나와 반대하는 것은 합의정신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현재 상황에 대해 연신원 갈등의 민주적 해결을 강조해온 ‘연신원 무단철거 학생대책위’ 소속 학생들은 “서로에 대한 극단적 불신이 양쪽이 합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며 “양쪽 모두가 서로에 대한 불신을 거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연신원지키기 모임 소속 교수들은 학생들이 울타리 공사를 계속 강행할 경우 자체 철거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사제간 물리적 충돌로 비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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