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전북대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을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재한 후 전북대 홈페이지와 일부 인터넷 신문 등은 논란에 휩싸였다. 총학은 대자보를 통해 ‘미국의 패권적 정책을 국제적인 기구와 국제법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 ‘어떠한 이유이건 전쟁이라는 최악의 수단을 행사하는 부분은 세계적인 여론과 국제적인 합의를 거쳐 최대한 불협화음 없이 행사해야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잘못을 시인하고 최대한 무고한 시민의 피해를 줄이고 조속히 전쟁이 마무리되기를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전쟁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듯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전쟁을 용인하거나 옹호하는 논리였다. 더 큰 논란이 인 부분은 그 다음이었다. “미국의 힘 자랑, 타국의 주권 침해, 전쟁으로 인한 대 시민 피해를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그런 미국의 부정적인 면만큼이나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은 진정한 인류공동 번영이 무엇이며 그것을 거스르는 후세인 독재정권을 민주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인류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수십 년 동안 독재정권에 죽고 인권 유린을 당한 쿠르드족, 이라크 국민을 해방 시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총학에서는 학우 여러분들이 이라크 전쟁을 새로운 시각과 균형잡인 사고로 바라봤으면 합니다”라는 내용이다. 이번 전쟁이 후세인으로부터 이라크국민을 해방시키는 순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논지였다. 이런 대자보 내용이 알려지면서 인터넷게시판에는 총학을 비난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고 학생운동 단체들도 총학 대자보에 관한 공개질의와 비난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전북대 총학은 황급히 수습에 들어갔다. 총학은 “한국의 신문과 방송들이 반전의 내용만을 이야기하고 후세인 정권의 독재성과 비민주성은 전혀 언급이 안 되고 있어 다양한 시각으로 이라크 전쟁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자보를 썼던 것”이라며 “미국과 영국이 국제법을 어기고 일으킨 이번 전쟁을 반대한다”는 공식입장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했다. 하지만 전북대 총학의 공식입장 발표 후에도 성토는 이어졌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이번 전쟁이 전세계적 비난에 직면해 있는 불법적 전쟁이며 그 본질은 ‘제국’의 석유확보를 위한 전쟁인데도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쟁의 효과를 강조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입장. 이와 달리 여론의 획일화를 경계하는 의미있는 노력이며 다양성의 반영으로 볼 수도 있지 않겠냐며 점수를 주는 네티즌도 일부 있었다. 여론몰이를 통한 여론형성이 위험함을 상기하자는 주장이었다. 이라크전쟁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이란? “제가 문제삼고 싶은 것은, 분명 파병을 찬성하는 지식인도 있고, 전쟁의 불가피성을 알고 있는 전문가도 있을 진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이지요. 물론 전쟁은 하면 안 되지요. 하지만 국익을 고려한다면 정말 파병이 필요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이 시점에서 침묵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개진한 것이 용감합니다. 앞으로 대북문제도, 특검문제도 역시 균형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마이뉴스/ID 와와) “전북대 총학생회의 ‘균형잡힌’ 시각이란 건 결과적으로 미국의 침략에 동조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는 게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걸 인정한다고 해도 그 방법이 일방적인 침공과 학살이 될 수밖에 없을까요? 전쟁과 같은 물리적 폭력밖에는 없는 걸까요? 지금 미국이 벌이고 있는 침공이 후세인을 제거하고 이라크에 ‘민주적’인 정권을 세우기 위해서일까요? 미국이 전두환을 지원한 것이 전두환이 ‘민주적’인 정권을 세워서 한국민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일까요?” ( ″/ID 참내) -미국은 후세인 독재로부터 이라크국민을 구해줄까? “조폭들이 상가를 ‘접수’하고 그들을 정기적으로 갈취할 때 아마, 안전하게 장사할 수 있게 보호해준다는 명목을 내세우지요? 지들만 없다면 아무일 없이 잘 돌아갈 상가인데 무력으로 협박하고 위협해서 뜯어먹으며, 지들이 보호해 주기에 당연한 일이라고 하지요.” ( ″/ID허허)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변절자라며 후세인의 이름을 부르자 대기하고 있던 (이라크)경찰이 바로 끌고가 처형시켰다. (후세인은) 그걸 자랑이라고 방송까지 했던 사람이다. 지금 이라크 국민을 폭탄 떨어지는 전장으로 들이미는 사람도 결국은 후세인 아닌가. 자기 나라 대통령도 자기 국민을 소모품 취급하는데 그 국민을 누가 지켜주겠는가. 그나마 미국은 조심이라도 하지.” ( ″/ID 오로니) 전북대 총학을 비판하는 일부 네티즌들은 미국과 한국의 주류언론이 미국의 입장만 앵무새처럼 좇으면서 발생하는 ‘거대한’ 왜곡과 편파는 외면한 채 왜 인터넷의 반전여론만 문제 삼느냐는 항변을 하기도 했다. 전북대 총학에게 반대로 던져진 ‘균형론’이다. 여론이 어떻게 조성돼야 ‘황금분할’일 지는 넌센스다. 전북대 총학은 A가 많다며 불균형을 지적했지만 네티즌들은 B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북대 총학의 선의를 애써 의심하지 않는다면 이 논쟁에 참여한 사람들은 똑같이 이라크국민들의 행복과 미래를 염려하고 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억할 일은, 이 순간에도 수천명의 이라크 아이들이 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며, 남은 일은 피비린내 나는 이 전쟁을 끝장내기 위한 작은 목소리라도 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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