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도 ‘이미지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대학 입학정원이 수능 응시생을 초과하는 정원역전 시대가 도래하고, 대학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학생유치를 위한 홍보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영상디지털 시대에 맞게 이미지 쇄신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이를 위한 기본준비로 통하는 UI(University Identity)는 기업이나 기관들의 CI(Corporate Identity) 같은 시스템을 대학에 도입, 적용해 대학의 통일성을 기하고 동시에 각 대학을 상징하는 연상작용의 도구로 사용하는 대내외적 이미지 일원화 작업이다. 대학들은 UI작업을 통해 과거 한자, 월계수, 방패, 서적 등 획일적이던 이미지의 로고, 엠블렘을 다양한 색감과 튀는 문양으로 통일하고 이를 모든 대학의 사무·행정·학사에 응용하는 총체적 변신을 꾀하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UI 지난해 말 개교 84주년을 맞이해 새 UI를 선포한 중앙대는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학교의 이미지 변신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앙대 영문 이니셜인 'CAU'를 붓터치 느낌으로 표현해 간결함을 강조한 새 UI는 곧 캠퍼스 곳곳에 적용됐다. 서울 캠퍼스 중앙문화예술관 꼭대기에 설치된 가로 10m, 세로 9m의 파란 ‘CAU’ 워드마크는 원효대교나 동작대교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크고 조명장치까지 돼 있어 지역의 새 명물이 됐다. 또 이 마크는 스쿨버스를 비롯 단과대 건물마다 적용되고 각종 현수막과 배너 등에도 산뜻한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운대도 지난 2000년 집중 육성 학과인 전자공학 부분을 강조한 새 엠블렘을 발표했다. 강렬한 빛의 모양을 형상화한 이 엠블럼은 뻗어나가는 특성화대학의 느낌을 강하게 표출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2001년 새 UI를 개발한 국민대도 학내 모든 영역에 걸쳐 새 UI를 적용시키는데 한창이며, 지난해 창립 96년을 맞이해 새 UI를 발표한 숙명여대의 경우 기존 학교 상징인 눈결정체를 현대적 스타일로 바꾼 새 엠블렘 작업을 끝냈다. 서울시립대도 뫼비우스의 띠를 형상화한 새 UI를 발표해 고리타분한 대학 로고를 혁신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유명광고기획사를 대행사로 선정해 ‘IT특성화 대학’이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동명정보대와 ‘디지털 특성화 대학’을 슬로건으로 내건 동서대 역시 대대적인 UI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UI작업을 추진 중이거나 단계적으로 응용 중인 숭실대 삼육대 한국외대 성신여대 성공회대 성결대 등을 포함,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대학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로고만 바꾸고, 윗선에서 결정하는’ UI는 필패 그러나 대학들이 너나없이 뛰어드는 UI작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일부 대학은 UI는 ‘유행병’일 뿐이라며 여기에 투입할 역량을 대학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 쓰는 게 낫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홍익대 김영환 기획연구처장은 “홍익대가 미술과 디자인에 있어 최우수 대학으로 평가받는 만큼 UI작업을 당장 진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다”며 “하지만 UI가 유행처럼 바깥만 요란하게 치장하는 식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굳이 애써 따라갈 필요는 못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막대한 돈과 인력을 들여 엠블럼과 로고를 바꾸고는 학교정문만 새 단장을 하는 식의 UI작업도 부지기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UI작업을 하나의 분위기 쇄신이나 학교운영자의 치적용 행사로 바라보는 짧은 안목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앙대, 아주대, 한국과학기술대 등 4개 대학의 UI를 디자인한 ㈜디자인파크 김현 사장은 “UI를 잠깐동안의 이벤트 정도로 보거나 조급하게 그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대학들의 시각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식으로 UI가 진행되면 후속 응용작업과 중장기적 전망이 필요한 UI과정이 정작 제빛을 보지 못할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대 UI를 총괄하고 UI전문가로 관련 강의를 도맡고 있는 국민대 김법진 홍보부장도 “엠블럼과 로고만 바꾸는 것이 UI의 전부로 인식되는 문제가 있다”며 “UI의 시너지 효과는 기본 디자인 선정 후 얼마만큼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학교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새 UI를 연차적으로 대학에 적용하는 섬세한 관리가 요구된다는 것. 아울러 UI의 제작과정에서 대학의 이른바 ‘윗선’에 해당하는 재단측과 총장, 보직교수 등이 지나치게 개입하기보다 다양한 구성원의 취향, 세대간 기호 차이를 담아내려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도 중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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