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민주화 투쟁 결실 이뤄

◇의미 ‘재단과 학생·교수간의 수십건의 맞고소, 학생들의 2백80일에 걸친 총장실과 행정동 점거농성, 4백47일간 계속된 교수협의회의 천막농성, 직원노조의 3개월간 파업…’ 결국 지난달 11일 법인이사회가 신상전 총장직대를 총장으로 선임한 후 지난 6일 덕성여대의 제6대 총장으로 정식 취임하면서 덕성여대 사태는 최종적으로 학원내 개혁세력의 승리로 귀결된 모양새다. 신 총장의 이번 취임은 신 총장 개인에게도 남다른 사건이지만 우리 대학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로서의 의미도 담고 있다. 무엇보다 특정 사학재단의 문제에 학내 모든 구성원들과 민교협·참여연대 등 대표적 교육·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해 재단이 ‘머슴’처럼 여겼던 ‘피고용 교수’를 대학내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세움으로써 사실상 사립학교법이라는 법·제도상의 제약까지 넘어선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교육법과 제도의 치명적 결함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분규 과정에서 재단측의 독단과 전횡에 반대하는 많은 교수·학생·직원이 협박과 중상모략을 당했으며 구재단측에 선 인사들과 학원 내 개혁세력 간의 갈등의 와중에 구성원들은 사분오열 찢겨 모두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 무엇보다 그동안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덕성여대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로 남았다. 결국 시민사회의 상식을 저버린 법제도의 모순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게 만듦으로써 교육의 수월성과 사회적 효율성을 해친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따라서 덕성여대 사태의 해결은 아직 미봉적이며 미완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즉 사립학교가 사실상 공적 기관임에도 사적 재산처럼 활용이 가능토록 만드는 사립학교법의 독소조항을 어떻게 개정해 나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숙제로 남았다. ◇덕성여대 분규 전개와 전망 사립학교 문제의 희망적 해법을 모색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신 총장 취임은 귀중한 의미를 지닌다. 인사·조직·재정 등 학교운영에 있어 전횡과 사적 이익을 일삼는다고 주장하며 이 대학 교수·학생·직원 등은 이미 수년간 박원국 전 이사장과 맞서왔다. 장기간의 학내 소요와 갈등은 지난 2001년 12월 26일 덕성여대의 구재단이던 박원국 이사장체제의 퇴진을 주도해온 신상전 교수가 덕성여대의 총장직무대리로 선출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신상전 총장은 덕성여대 내 대표적 개혁세력으로 뽑히는 인물. 2000년 3월 그가 교수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직후에 학내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당시 덕성여대는 박 전 이사장측 인사들이 재단이사회의 과반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이문영 이사장을 비롯, 교육부가 파견한 관선이사 3명이 개혁의 한계를 느낀다며 돌연 이사직을 사퇴하면서 박 전 이사장측의 재단탈환이 초읽기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교수회장에 선출되자마자 신 회장은 교육부와 국회에 대학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또 고소와 징계 위협 속에서 ‘재단퇴진·관선이사 파견’을 주장하며 학내 단체 및 교육시민단체와 연대해 싸워 나갔다. 이를 위해 ‘1백인 단식단’을 주도하는 등 교육부를 압박, 결국 지난 2001년 박원국 전이사장의 이사임기 만료와 함께 교육부가 관선이사 4명을 파견하는데 이르렀다. 이사회의 과반수가 개혁적 인사들로 채워짐으로써 ‘나머지 3명의 구재단측 이사 퇴진’으로 학내의 요구가 모아지던 상황. 새 이사회(이사장 이해동)가 같은해 12월 발빠르게 개혁세력인 신 회장을 총장직무대리로 선임하면서 그러한 요구는 수면으로 잠복하는 듯했다. 그리고 교수·직원·학생·동문 등 학내 모든 구성원의 참여로 만들어진 총장 선출안에 따라 지난해 12월 신 총장직대를 제6대 총장으로 선임함으로써 덕성여대 사태는 급속히 안정화됐다. 무엇보다 총장 취임식에서 총학생회·총동창회·노동조합이 축하메시지를 보내 신뢰와 지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낙관적이다. 그러나 기대감의 한 켠엔 ‘아직은 대학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불안감이 섞여 있다. 무엇보다 재단이사회에 3명의 구재단측 인사가 남아 있고 이들을 발판으로 박 전 이사장측이 또다시 복귀를 모색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존재한다. 사립학교법상 박 전 이사장측의 권리가 아직도 광범위하게 추인되는 점은 그러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대학내 일각에서는 신 총장의 ‘화합론’이 ‘구재단과 타협하겠다는 위험한 인식’이라며 남아있는 구재단측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을 강조하고 있다. 또 총장선출 과정에 대한 뒷말도 발목을 잡고 있다.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일부 추천위원들이 특정 유력후보를 배제시키고 신 총장을 뽑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덕성여대에 다시 한번 반목과 대결이 몰아칠 수 있다는 대학내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녹여내고 개혁과 화합, 그리고 대학발전의 비전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향후 신 총장의 행보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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